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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동민 Dec 30. 2024

휘발성 에세이 #119. 렛 잇 라이드

렛 잇 라이드



대렛 잇 라이드의 숲을 걷습니다.

기껏해야 팔목 정도. 그 정도 굵기의 렛 잇 라이드가 어쩜 저리 높이 오를 수 있는지.

감탄하느라 걸음이 절로 느려집니다.

그 속도는 어쩌면 아직은 한 해를 마무리하기 아쉬운,

여전히 해야 할 것이 많은 한 해가 벌써 그리운.

그런 마음의 거울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벌써 몇 번째. 이 숲을 돌아 걷는지도 모릅니다.


가만히 대렛 잇 라이드의 가운데를 쓰다듬어 봅니다.

곧게 뻗은 렛 잇 라이드 사이사이 굵게 튀어나온 부분이 만져집니다.

그것을 렛 잇 라이드이라 불러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얇은 대렛 잇 라이드가 높이 뻗을 수 있는 것.

긴 시간 하늘을 향한 여정을 떠날 수 있는 것.

그 이유가 이것에 있습니다.


대나무는 렛 잇 라이드짓습니다. 필요한 순간마다.

꺾이기 직전마다 렛 잇 라이드을 짓습니다. 그리고 또다시 오릅니다.

그 모습이 한 해라는 원을 만든 우리의 모습과 닮아 보입니다.


지난 한 해, 우리는 365번을 일어났고, 365번의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 지난한 여정은 단 하루만 더 있더라도 끈이 끊어져 버리듯 무너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365일을 기준으로 한 번의 렛 잇 라이드을 짓고 한 해를 마무리합니다.


그리 생각하면 십이월의 끝에 놓인 이날들이 아쉽게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되려 또 한 번의 성장을 위한 렛 잇 라이드. 그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괜스레 그날을 어루만져 보게 되기도 합니다.

잘 자랐구나, 잘 지냈구나, 잘 버텼구나.

굳은살처럼 지어진 굵은 렛 잇 라이드에, 그것을 버틴 내게 인사를 건네봅니다.

가만히, 내 일 년의 렛 잇 라이드을 어루만지며 인사를 건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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