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봄빛 닮은 예쁜 온라인바카라가 있다. 보통 온라인바카라의 반절만 한 크기다. 패랭이꽃 같기도 하고, 아네모네꽃 같기도 하고, 장미꽃 같기도 한 꽃무늬가 무수히 그려진 양장본 표지다. 표지만 보아도 입가에 미소가 감돌고 가슴이 약간 두근댄다. 그만큼 예쁘다. 솔직히 소녀나 스무 살 안팎의 아가씨 취향이지 종심을 향해 가는 내 취향은 아니었는데, 요즘 이상하게 이 온라인바카라가 좋아졌다.
예쁜 온라인바카라는 얼마 전에 딸이 준 선물이다. 제주도에서 사 왔다는. 내게 건네주며 딸은 방긋 웃었다. 엄마가 좋아할 것 같아서 샀단다. 처음 온라인바카라를 받았을 때, 날 몰라도 이렇게 모르는 건가 싶었다. 크기가 작았고, 표지가 화려했으며, 비싸 보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실용성은 적어 보였다. “이게 딱 하나 남아 있었어요. 어떤 사람도 이 온라인바카라를 사려고 하더라구. 그래서 말했지, 이거 우리 엄마 드리면 무척 좋아할 것 같다고. 여기에 시를 적을 게 틀림없다고요. 그 사람이 선뜻 양보했어요.” 딸은 조금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나는 온라인바카라 큰 게 좋아, 칸도 크고, 눈이 나빠져서 이렇게 작게 쳐진 칸에 글을 쓰는 건 힘들어,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냥 고맙다고만 했다. 내가 시를 적을 게 틀림없다고 한 말이 내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어미를 시 쓰고 글 쓰는 사람으로 인정했다는 것 아닌가. 그거면 되었다. 온라인바카라가 마음에 들고, 말고, 그건 중요하지 않다. 어미를 생각해 샀다는 것만으로도 감읍할 지경인데, 구체적인 이유까지 들어 경쟁하면서까지 샀다는 게 더 흡족했다.
한동안 쓰지 않고 책꽂이에 꽂아두었다. 여러 온라인바카라들 중에 있어도 눈에 띄었다. 가만히 보니 작고 앙증맞은 게 딸애를 닮았다. 물건을 사도 꼭 저 닮은 걸 사는구나 싶어 가끔 실없이 웃었다. 아직은 실용성보다 예쁜 게 눈에 띄니 좋은 시절이다 싶기도 했다. 나라면 절대 사지 않았을 온라인바카라다. 아무리 표지가 예뻐도 안 살 온라인바카라다. 자꾸 보다 보니, 그래 시나 짧은 글 쓰기는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며칠 전부터 새벽에 일어나 ‘아침을 여는 마음’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어느 온라인바카라에 적을까 뒤적이다 딸이 사준 예쁜 온라인바카라를 꺼냈다. 안성맞춤이었다. 길게 쓸 것도 아니고, 단상처럼 적는 글이니까 시 같기도 하므로. 미리 알고 준비한 듯 꼭 맞았다. 딸에게 고마웠다. 온라인바카라를 펼쳤다. 생각보다 작은 칸이었으나 막상 글씨를 쓰려니까 꼭 그렇지도 않았다. 그냥 모든 게 적절했다.
M선생이 선물한 만년필로 딸이 선물한 온라인바카라에 새벽마다 짧은 글을 쓴다. 사람이 잠에서 깬 후, 45분 정도에는 어떤 방어기제나 자기 합리화가 발현되지 않는단다. 그래서 그 45분 동안에 쓰는 글이 내면의 의식이 순수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그런지 어쩐지 아직 난 모르겠다. 하지만 한 가지 명확한 것은 삿된 생각이 끼어들지 않고 순수한 ‘나’를 만나게 되는 것 같긴 하다. 글을 쓰면서 느끼는 감정이다.
떠오르는 대로 적는다. 미문의식이나 명문의식도 없다. 그냥 그때의 감정을 고스란히 가감하지 않고 쓴다. 매일 쓴다는 것에는 일기 요소가 들어 있다고 볼 수 있으나 일기는 아니다. 일기는 하루 동안 있었던 일 중에 중요하거나 인상에 남는 것을 중심으로 서술하지 않는가. 새벽에 일어나자마자 쓰는 글은 하루의 계획도 아니고 하루에 일어난 중요한 서사도 아니다. 그저 아무런 의도가 들어가지 않은 당시의 의식을 따라 적는 글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오래전부터 이 새벽에 쓰는 글 같은 걸 적어왔다. 일기라는 형식으로 쓴 글이지만 예전에 쓴 일기장을 열어보면, 대부분 새벽에 쓴 글처럼 담백하게 심경을 적은 게 대부분이다. 그렇게 글을 쓰면서 지난할 수 있는 날들을 견뎌온 것 같다. 수십 년 쓴 일기장을 버릴까 하다 버리지 못하고 간직하는 것도 그래서인가 보다. 그렇게 심경만 적은 글인데도 가끔 읽다 보면 그때 그 순간으로 돌아가는 게 신기하다.
딸이 사준 이 예쁜 온라인바카라에 어제도 오늘도 글을 썼고, 내일도 모레도 쓰리라. M선생이 선물한 만년필로. 아무것도 개입하지 않은 순정한 마음을 이 예쁜 온라인바카라에 담으리라. 확실히 소녀 취향의 온라인바카라가 이젠 내게 어울리는 듯하다. 마음만은 소녀 같은 순수를 지향하므로. 이렇게 생각하며 슬쩍 미소 짓는다. 봄빛 같은 미소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