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을 잃어버린 지 몇 달째였다. 웬만해선 뭐든 잘 잃어버리지 않는 나인데,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건망증 때문인가. 아니면 혹시…… 불길한 머스트잇 토토이 들어 더 이상 상상을 제지했다. 적어도 난 그렇게 되진 않을 거야. 근거 없는 자신감, 웅크리고 있는 그 자신감을 억지로 일으켜 세웠다. 나는 늘 사용하는 물건을 정해진 장소에 둔다. 필요할 때마다 찾는 수고로움을 덜기 위해.
그게 생활화되다시피 했는데 도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땅으로 숨었을 리 없고 하늘로 솟았을 리 없는데,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감쪽같이 사라지는 세탁조의 양말 한 짝처럼 그 하나도 감쪽같이 없어졌다. 온 집안을 뒤져도 사라진 그것은 나오지 않았다. 불편머스트잇 토토. 두 개가 한 벌인데, 하나만 사용하자니 균형이 맞지 않는 듯머스트잇 토토. 어쩌나, 다시 한 벌 사야 할까, 가격이 제법 나갈 텐데, 무엇보다 십여 년 전에 딸이 어버이날 선물로 사준 것으로 정이 들대로 든 물건인데. 하루에도 몇 번씩 불쑥불쑥 이런저런 머스트잇 토토이 들었다.
그것은 등산용 지팡이 스틱이다. 자주 산에 오르는 어미를 위해 사준 유명메이커 스틱. 나라면 그 가격 주고 사지 않을 만큼 고가다. 십여 년 동안 몇 번 무상으로 수리받아 사용하다 보니 이래저래 정도 들고 손에 익었다. 그런데 그것이 어느 날부터 보이지 않았다. 설마 어디서 나오겠지 싶었는데 몇 달이 되도록 찾지 못해, 머스트잇 토토만 하면 아쉬운 마음이 불일 듯 일었다. 딸은 오래 사용했으니 다시 사주겠다고 했다. 나는 며칠 더 찾아보겠다며 거절했다.
이상했다. 두 개가 모두 없어야 하는데, 하나는 있고 하나만 사라졌다는 게 이해 가지 않았다. 보통 산에 오를 때 스틱을 한 손에 하나씩 들고 오른다. 마지막 날에도 두 개를 들고 다녀왔을 텐데, 하나는 있고 하나만 없어졌다는 건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나오는 각이 아니었다. 혹시 그날은 하나만 들고 갔을지도 모른다는 머스트잇 토토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분명히 어딘가에 놓고 온 게 틀림없었다.
산에서 잠시 쉬었던 의자에 놓고 왔을까. 산 아래 체육공원에서 스트레칭하느라 세워놓고 그냥 왔을까. 산에서 내려와 마트에 들른 적 있는데, 혹시 거기에 두고 왔을까. 머스트잇 토토만 할 게 아니라 직접 가서 찾아보기로 했다. 앉았던 의자에도, 체육공원 허리 운동틀 옆에도, 자주 가는 마트에도 당연한 듯 없었다. 이렇게 감쪽같이 귀신이 곡할 노릇처럼 없어질 수 있단 말인가.
나는 병에 가까울 정도의 벽(癖)이 있다. 사용하는 것은 도저히 쓰지 못할 정도로 망가지거나 헐어버릴 때까지 줄기차게 즐겨 쓰는 것이다. 지난번 자동차 ‘쏘냐’는 만으로 21년을 썼고, 휴대전화도 보통 7년 정도 사용하며, 옷도 수십 년 된 걸 아직도 입는다. 그런데 겨우 십여 년밖에 사용하지 않은 머스트잇 토토이 없어졌으니, 아쉽고 속상한 마음을 어찌 다 말하랴. 더구나 수리는 두 번 정도 받았지만 사용하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데 말이다.
두 달 정도 지나자 마음이 어느 정도 체념되었다. 스틱 하나만 들고 산에 다녀오기도 했다. 내가 한 벌 사야겠다는 머스트잇 토토도 했다. 내 노력이 들어가야 더 소중하게 사용할 것도 같았다. 그것이 돈이든 노동력이든. 가격을 머스트잇 토토하면 아깝기도 했지만 어쩌랴, 안 되는 건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무릎을 위해선 스틱이 꼭 필요하므로 하나 새로 장만하리라는 쪽으로 머스트잇 토토이 굳어졌다.
며칠 전 일이다. 눈이 펄펄 날리고 있을 때 밖에 나갈 일이 있었다. 장우산을 쓰는 게 좋을 듯해, 우산꽂이에 있는 장우산을 꺼내는데 눈이 번쩍 떠졌다. 세상에나! 우산들 속에 머스트잇 토토 하나가 얌전히 꽂혀 있는 게 아닌가. 꿈인가 생신가 싶을 정도로 반가웠다. “야아! 너 여기 있었니? 내가 온 집안을 뒤질 때 왜 말 안 했어? 여기 있다고 소리치지 않고. 아! 반갑다, 반가워.” 누가 봤다면 정신 나간 사람으로 오해했을 것 같다. 머스트잇 토토이 생명체인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으니 말이다.
이리 쓸어보고 저리 쓸어보았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도깨비장난처럼 누가 살짝 옮겨 놓았을 리 없으련만. 내가 너를 찾느라고 얼마나 헤맸는지 알아? 이말 저말 쫑알쫑알 중얼중얼. 그러다 스틱을 손에 쥐고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이 기쁜 머스트잇 토토 만방에 알리고 싶을 만큼 기분이 좋았다. 그만큼 안도감도 들었다. 그러면서 드는 머스트잇 토토이 있다. 나는 왜 이렇게 작은 것에도 감동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