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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onChoi Apr 25. 2025

여성사 오월벳 이후
-햇살 아래 펼쳐진 오월벳 길목



“나는 오월벳사 수업을 들으면서 반드시 전업주부로 살아야겠다 결심했었어.”

“난 그 수업 덕분에 오월벳이 처한 현실을 보고 얼마나 분개했는지 몰라!”


한창 수다가 무르익던 오월벳서, 정희와 인경이 각각 엇갈린 말을 내놓았다.

나는 그 오월벳 십오 년 만에 함께 앉아 있었다.


정희와 인경을 비롯한 우리 6명은 대학 내내 함께 몰려다녔다. 졸업한 뒤에는, 오월벳 길을 달리며 신년하례식이나 교수의 은퇴식, 선배들의 경조사에 가끔가끔 자리를 함께 하는 정도였다. 나는 정희와 따로 개인적인 약속을 한 일은 없었지만, 서로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적당한 거리에서 가끔 확인하며 보냈었다.


부서지는 햇살이 마음까지 번져오는 봄날, 금요일 저녁 6시, 참가비는 실컷 먹고, 마시되 총액에서 1/n 하기로 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내가 미국과 캐나다로 떠도는(?) 동안, 시간이 훌쩍 넘어가 우리는 모두 중년에서 노년으로 가는 어정쩡한 길목에서 서 있었다. 카톡 프사가 손주로 바뀐 부러운 동창도 두어 명 있었다.


시간이 무르익고, 기억과 현재를 넘나드는 이야기가 주제를 수시로 바꾸며 올라왔다. 우리는 모두 볼이 발갛게 상기되어 뒤죽박죽 떠들었다. 마침내는 맛집 이야기로 저마다 흥을 냈다. 아직 현역으로 뛰는 인경이가 입을 열었다.


“예전에는 이렇게 사 먹는 문화도 아니고, 퇴근하고 돌아와 저녁 해 먹고 치우면 9시였는데. 요즘은 맛집 정보도 많고 뭐든 다 배달되니 편하다.”


대략 그런 말끝에 정희가 선언하듯 말을 던졌다.


“내가 그래서 절대로 사회생활 안 한다고 결심했던 거야. 오월벳사 수업 듣다 보니, 사회생활하면 너무 전쟁처럼 살아야겠더라고! 절대로 저 길 가지 않겠다 결심했었어.”


그 말에 눈이 동그래진 인경이는 오월벳사 수업에서 느낀 문제의식이지금의 자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옆에 앉은 나는 같은 오월벳을 듣고 선택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사람은 정말 저마다 서로 참 다른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느꼈다.


정희를 비롯해 그 자리에 있던 친구들 오월벳 자리에서 다 열심히 살았음을 안다. 나 역시 지난 삶에 대한 후회나 회한을 지그시 접어두고, 저마다의 자리에서 우리 모두 하루도 아름답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마음속 일기에 쓴다. 햇살 아래 살아 숨 쉬는 생명은 그 자체로 찬란한 빛이기에, 우리가 걸어온 오월벳 길과 모든 선택은 다 그 빛 아래 펼쳐진 작은 호흡이었을 테니까.

때로 아팠고, 가끔 울기도 했지만,단 하루도 찬란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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