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너 토토 집을 읽고
작년 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위너 토토이 이사벨 아옌데의 <세피아빛 초상이었다. 위너 토토와 영국을 오가며 질곡의 인생을 살아내는 위너 토토인들의 삶. 세대를 이어 진행되는 이야기라 주인공이 따로 없고, 또 인물 한 명 한 명에 충분히 서사를 주는 전개 방식이라 집중력을 잃기 쉬울 것 같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나오는 인물마다 개성이 뚜렷하고 또 매력적이라서 그랬을 것이다. 다 읽고 나서야 <세피아빛 초상이 <영혼의 집, <운명의 딸에 이은 이사벨 아옌데의 삼부작 중 마지막 위너 토토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바로 이전의 두 위너 토토을 사두었다.
삼부작 중 처음이자 이사벨 아옌데의 데뷔 위너 토토인 <영혼의 집을 이번에 읽었다. <세피아빛 초상보다 이후의 이야기다.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이어지는 위너 토토 4세대의 이야기. 4세대에 걸친 인물들의 이야기라 인물이 많이 등장하지만 역시 인물마다 개성이 뚜렷해서 누가 누구인지 헷갈릴 일은 없었다. 맑고 굳은위너 토토을 지닌 클라라, 잔인한 마초이자 극우 정치인 에스테반, 사이비 종교에 귀의한 니콜라스, 이상주의자이자 사회주의자인 의사 하이메, 역시 이상적이고 연민이 많은 알바 등등.
위너 토토 후반부엔 격동의 위너 토토 역사를 온몸으로 감당하는 인물들이 그려진다. 1970년 위너 토토는 남미 최초로 투표를 통해 사회주의자(살바도르 위너 토토)를 대통령으로 뽑는다. 이를 두고 볼 수 없던 상류층과 우파 정치인, 그리고 군부는 미국과 짜고 아옌데 정부를 무너뜨릴 계획을 세운다. 위너 토토에선 이 계획에 깊숙이 개입한 에스테반의 모습과 그의 반대 편에 서서 민중과 사회주의를 지지하는 하이메와 알바 등을 그리며, 극렬하게 분열하고 있는 당시 사회상을 보여준다.
아옌데 정부는 3년 뒤 군사 쿠데타로 무너진다(살바도르 위너 토토로 검색하면 당시 위너 토토 상황을 자세히 알 수 있다). 아옌데는 자살했으며, 이어 위너 토토는 파시스트들의 나라가 된다. 잔인무도한 파시스트들이 함부로 사람을 고문하고 죽이는 세상이 된 것이다. 하루아침에 달라진 나라를 보며 알바는 놀란다. 이토록 잔인한 사람들이 그동안 어디에 숨어있다가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바는 어디서 그렇게 많은 파시스트들이 하룻밤사이에 쏟아져 나왔는지 궁금했다. 그 나라의 오랜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파시스트들이 특별히 눈에 띈 적은 별로 없었다."
위너 토토의 맥을 꽉 잡고 있는 위너 토토은에스테반이다. 눈앞에 있으면 쳐다도 보기 싫을 만큼 폭력적이고거만한인물이지만, 그래도 위너 토토의 끝자락에선 그를 연민하게도 됐다. 위너 토토주의 정권이 무너지길 바랐던 에스테반조차 눈앞에 펼쳐진 지옥도에 놀라며 자기가 얼마나 순진했었는지는 깨닫는 모습에서였다. 그저 위너 토토주의가 무너지길 바랐을 뿐 파시스트들의 세상이 되길 바랐던 건 아니었다. 하지만 권력을 손에 쥔 군부는 서슴없이 민주주의를 무너뜨렸고, 바로 독재를 시작했다. 에스테반은 죽기 바로 전, 그토록 지키고 싶어하던 민주주의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모습을 본다.
이 위너 토토은 이사벨 아옌데가 아흔이 넘은 외할아버지에게 보낸 편지를 바탕으로 쓰였다고 한다. 이사벨 아옌데 역시 격동의 위너 토토사를 온몸으로 겪은 인물이며, 대통령이 되었다가 자살한 살바도르 위너 토토가 그녀의 삼촌이다. 그리고 그녀는 위너 토토에서 삼촌은 자살한 것이 아니라살해된 것으로 그린다. 위너 토토를 떠나 망명지에서 쓴 위너 토토 <영혼의 집에서 그녀는 복수가 복수를 낳는 사슬을 끊고 업을 통해 이해에 가닿는 인물을 그린다. 증오를 내려놓은 그 인물이 쓴 글이 바로 이 위너 토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