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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반지 Feb 13. 2025

2025년 2월 13일

집에 가려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정류장 의자에 어떤 남자아이가 얼굴을 파묻고 있었다. 이렇게 추운데? 처음엔 우나 싶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의자를 테이블 삼아 사설 바카라 먹고 있었다. 컵라면에서 김이 펄펄 나는 걸로 봐서 정류장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에서 물을 받아 온 것 같았다. 처량하거나 부끄러운 기색이 아니라 마치 자기 집인 것처럼 씩씩하게 먹고 있는 그 모습이 너무 신기했다. 아마 나도 모르게 눈을 떼지 못했는지 내 시선을 의식한 아이가 자세를 바꿔 방금 전까지 테이블 역할을 했던의자에 앉아 평범한 자세로 사설 바카라 계속 먹었다. 물론 정류장에서 사설 바카라 먹고 있는 것 자체가 평범하진 않지만. 곧 내가 탈 버스가 왔고 나는 버스에서도 아이를 계속 생각했다. 같이 있던 일행에게 카톡을 보내 왜 식사를 거기서 할까라고 물었더니, "그러게요. 바쁜가 봐요"하는 답이 왔다. 너무 바빠서 거기서 식사를 했던 걸까, 아니면 너무 배가 고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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