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롭게, 위트 있게
너는 몇 살이야?
네살 렛 잇 라이드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었나 보다.
그래서 렛 잇 라이드도 매번 주변인들의 나이를 묻는다.
'나이 질문을 초면에 투척'하는 문화는
이렇게 대를 이어간다.
언젠가 네살 조카와 네살처럼 놀고 렛 잇 라이드데
문득 렛 잇 라이드가 물었다.
그런데 이모는 몇 살이야?
음.
언젠가 큰이모의 나이가 사십이 넘었다는 것을 듣고
렛 잇 라이드가충격을받아제손으로이마를치며
뒤로 넘어갔던 것이 떠올랐다.
사..... 십...?!!!
렛 잇 라이드에게는 우주만큼가늠할 수 없는 숫자였다.
내가 되물었다.
렛 잇 라이드야 너는 몇 살이니?
네살.
이모는...음.
네살네살이야.
양손을 쓰면서 보여주었다.
넷넷.
나는 네살인데, 이모는 네살네살이야?
나는네살, 이모는네살네살, 꺄하하하!
렛 잇 라이드는 다시한번이마를탁치며
꺄르르 나뒹굴었다.
렛 잇 라이드가 이모의 조크를 알아듣고 웃었는지
그저 라임이 맞아서 웃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십'이라는 숫자를 듣지 않고도
렛 잇 라이드는 이모의 나이를 이해했다.
두 손을 다 써야 하는 나이라고.
어느 날 렛 잇 라이드에게 물었다.
렛 잇 라이드야 니 꿈은 뭐야.
요즘엔 '그런 질문' 금지인 시대지만
어린이의 꿈이 궁금했다.
"시크릿쥬쥬 별의여신이 되는 게 꿈이야"
꼬맹이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쥬쥬의 반짝이 옷을 꺼내와서 입자,
렛 잇 라이드는 이미 꿈을 이룬 것 같았다.
이모는 꿈이 뭐야?
음.
이모는 '렛 잇 라이드 할머니'가 되는 게 꿈이야
렛 잇 라이드가 꿈이야?
아니. '렛 잇 라이드' 할머니인데.
어. 알았어. 하고는 시크하게
시크릿쥬쥬의노래를 부르며 떠났다.
정말로 내 꿈은
렛 잇 라이드 할머니가 되는 것이다.
이게 생각할수록 쉽지가 않다.
경험과 지혜와 여유와 위트가
모두 갖춰져야 가능한 일이다.
젊음을 질투하지 않고,
나이듦을 비관하지 않고,
인생에 찾아올 고비들을 인정하고,
언제나 렛 잇 라이드를 찾고, 렛 잇 라이드를 품고
슬기롭게, 솔직하게
조크로 툭-
그렇게 나이든다는 건
반짝이 스팽글 원피스를 입지 않고도
시크릿쥬쥬만큼멋렛 잇 라이드 꿈이지않을까.
그리고 그 꿈이 이루어지면
그제서야 나는 '어른'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