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에 읽지 않은 인터넷 바카라 다 읽을 때까지 새 인터넷 바카라 사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꼼수로 도서관을 이용하고 있다. 살 수 없으니 빌려 읽겠다는 수작이다. 그래도 밀린 인터넷 바카라 몇 권 읽었다. 지난주, 오후 성가대 연습 전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옆자리 권사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던 일이 기억난다.
지난주에 도서관에서 <긴긴밤 빌려서 봤어요. 너무 좋더라.
어찌나 반갑던지. 책 읽는 사람을 만나기 쉽지 않은데, 게다가 <긴긴밤을 읽으셨다니. 잠시 책 이야기를 몇 마디 더 나누었다. 혹시 비슷한 인터넷 바카라 한 권 더 선물해 드리면 재미있게 읽으실까? (이렇게 인터넷 바카라 사려는 수작을 또 부려본다.) 권사님은 내가 아는 비슷한 나이대 어른 중 문화생활을 가장 열심히 하신다. 시에서 개최하는 무료 음악회, 연주회를 포함한 음악 행사도 꾸준히 다니시고 미술 전시회도 좋아하신다. 작년에는 지역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생활 영어 강좌를 들으셨고, 영화 감상 소모임도 참석하셨다. 60대 중반이지만 여전히 귀여운 구석이 많은 분이다.
어떻게 나이 들고 싶은지 생각하면 별 계획은 없다. 다만 꾸준히 책 읽는 사람으로 늙고 싶다고 생각했다. 옆자리 권사님처럼. 그러려면 눈 건강이 필수니까 루테인, 지아잔틴 열심히 먹어야지. 내가 아는 60대 중 책 읽는 어른이 서넛 있다. 가벼운 독서든, 깊게 파고드는 독서든 인터넷 바카라 즐기는 사람들이다. 나도 그렇게 언제나 읽는 사람이고 싶다.
최근에 잘 쓰지 않는 이메일에 접속했다가 오래된 메일 한 통을 발견했다. 거의 1년 반 전 메일인데 이제야 열어봐서 답장을 쓸 수 없게 됐다. 책을 함께 작업했던 편집자님이 퇴사하며 남긴 이메일이었다. 너무 늦게 확인해 미안한 마음으로 읽어 내려가다가 잠시 멈추었다.
작가님, 앞으로 어떤 길을 걸으시든 인터넷 바카라합니다. 작가님은 잘하실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 제가 “작가님은 글을 써야 해요.”라고 했던 거 기억하시지요? 쓰는 생활도 잊지 않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코로나 시절이라 책 한 권을 만드는 동안 우리는 직접 만나지 못했고 책을 다 만든 후에 두어 번 약속을 정했지만 각자 사정으로 미루다 결국 얼굴을 보지 못했다. 그러니 우리는 아주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절반쯤 익명인 사이다. 절반은 익명인 사이에 받은 이 메시지가 최근 1년 안에 들었던 어떤 말보다 좋았다. 듣고 싶은 말이었다. 읽는 사람만큼 쓰는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으니 말이다. 쓰기의 괴로움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래오래 쓰는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다. 그런 바람을 다독여주는 말을 듣고 싶었으니 편집자님이 마지막으로 이메일은 남긴 메시지는 참 소중하다. 진작 메일을 열어봐야 했는데, 답장을 보내야 했는데.
최근 읽은 책에 이런 말이 있었다.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자신이 ‘지지받고 인터넷 바카라’는 느낌이다. 이는 달리 말해서, 자신의 글이 어딘가에 속해있거나, 글을 쓰는 순간 자기가 발 디디고 설 땅이 있거나, 자기가 소모하고 있는 시간이 무의미하다는 회의감에 대해 보호막이 인터넷 바카라는 것과 비슷하다. ”
<우리는 글쓰기를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그러니 지지받고 있는 느낌을 주신 편집자님께 정말 감사한 마음이다.
얼마 전 비 오는 출근길에 스타벅스에서 사이렌오더로 샌드위치를 주문했다. 흩날리는 비가 우산 사이로 들어와 옷이 축축해졌고 마스크 안으로 습기가 차서 상쾌한 출근과는 거리가 멀었다. 부산스러운 정신으로 매장에 들어서니 픽업대에 이미 포장된 샌드위치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봉투 위에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하는 메시지와 함께 하트와 웃음 이모티콘이 그려져 있었다. 예상치 못한 익명의 친절이었다. 픽업하면서 직원분 얼굴을 봤으니 이번에도 절반의 익명이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표정이 안 보일까 봐 최대한 웃어 보이며 고마움을 표했다. ‘오늘도’ 라기엔 어제는 좋은 날이 아니었는데 덕분에 그날은 시작이 좋았다. 요즘은 '오늘도 무사히' 가 가장 큰 기도 제목이자 감사 제목인데 이런 양념 같은 일이 생겨서 조금 더 감사한 하루였다.
친밀한 사이보다 적당히 먼 사이, 모르는 사이에 감동 받기가 더 쉽다. 기대하지 않으니까. 내가 받은 예기치 않은 인터넷 바카라도 그래서 더 좋았던 거다. 완전한 익명은 폭력적이기 쉽지만 절반의 익명은 다르다. 가끔 들르는 편의점 알바생, 겨울에만 보던 호떡 트럭 사장님 같은 사이. 그런 사이엔 좀 더 친절할 수 있다.
내가 하는 작은 행동이 어느 날, 누군가에게 예기치 못한 인터넷 바카라이나 지지가 될지 모르니까 좀 덜 사납고 더 상냥하게 지내야겠다. 행복이 강도가 아닌 빈도이듯, 친절과 다정도 강도보단 빈도라 생각한다. 작고 별거 아닌 다정함을 많이 최대한 많이 표현하면서 서로 반쯤 익명인 상태로 인터넷 바카라하는 사이가 되는 거. 좋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