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수월해도 되나 싶다
벳16에서 우리가 타던 자동차는 Subaru Outback 모델이었다. 남편이 회사의 누군가에게 정보를 얻어 그나마 싸게 판다는 퓨알럽의 어느 딜러샵에서 구매했다. 8개월로 접어든 부른 배를 안고 비를 맞으며 시승해 보고 돌아갈 땐 그 차를 타고 갈 줄 알고 부푼 마음으로 사무실에 앉았는데, Casher's Check이 없어서 계약서만 쓰고 돌아섰던 기억이 난다. 2년 만에 배터리가 완전히 나가서 우리를 당황하게 한 적도 있었지만 우기가 길고 눈 한 번 오면 폭설인 워싱턴주 날씨에 최적인 차였다. 내가 한 번 사고도 냈지만 멀끔하게 돌아와 주었고, 해진 운전석 의자 가죽을 보면 8년이란 세월이 느껴지지만 세차하면 또 새 차 같은 아이였다.
미국에서 벳16 팔기
하지만 한국에 가져갈 순 없으므로 벳16로 팔아야만 했다. 우리의 고려사항은 두 가지였다. 남편이 마지막까지 차를 이용하다가 비행기 타기 직전에 넘길 수 있어야 하고, 판매금액은 (남편이 체크로 입금할 일 없게)은행계좌로 바로 들어올 것. 벳16에서 벳16차 거래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곳이 Carmax와 Carvana인데 우리 조건에 부합하는 회사는 카바나여서 거기서 견적을 받았다. 앱으로 차 상태를 자세히 입력하면 견적이 나오고 일주일 동안 유효하다. 남편은 귀국 전날 시애틀 다운타운에 있는 회사에 가서 노트북을 반납한 뒤 켄트에 있는 카바나 매장에 차와 차키 및 타이틀을 반납했다. 집에 가는 우버는 카바나에서 불러준다고 들었는데 안 된다고 해서 자비로 타고 갔다고 한다. 차 가격은 처음 구매 가격의 25% 정도를 받았고 바로 다음날 은행 계좌로 입금됐다. 차 상태 확인은 정말 대강 한다고 하니 굳이 차를 단장해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벳16에서 차를 팔면 보통 번호판을 DOL에 반납하고 차를 판매했다고 신고해야 한다는데 우리는 카바나에서 알아서 처리한다고 해서 그 부분은 신경 쓰지 않았다. 해당 내용은 워싱턴주의 차 판매 신고 사이트에서 참고하면 된다. 우리가 할 일은 자동차 보험 해지뿐인데 우리 보험사 Geico는 온라인으로 처리를 해주지 않았다. 남편이 비행기 타기 전까지 몇 번 전화했는데 상담원을 만날 수 없었고 한국에 와서 여러 번의 전화 시도 끝에 겨우 해지했다. 이미 납부한 보험금은 남은 날짜만큼 돌려받았다.
벳16에서 중고차 사기
한국살이는 끝이 계획되어 있는지라 새 차 구매는 고려하지 않았고, 벳16차를 살지 장기렌트를 할지 고민하다 벳16차를 사기로 결정했다. 우리는 흥정에 적합한 인간들이 아니므로 직매직판하는 K car에서 구매하기로 마음먹고 원하는 차종을 검색해 본 뒤 근처 K car 매장 두 곳에 방문해 상태를 확인해 봤다. 시승해 볼 순 없었지만 온라인에 올려둔 사진과 실제 차의 상태가 동일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온라인 주문을 하면 정한 날짜와 장소로 차를 배달해 주고 7일 이내 환불이 가능해서 렌터카 반납일에 벳16차를 집에서 받기로 했다. 카드결제는 삼성카드만 가능해서 미리 1% 적립되는 카드를 발급받았는데 차량구매를 위한 일시적 한도상향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차값의 절반은 현금으로 내야 했다. K car에서 차를 구매하실 분들은 차값에 맞게 미리 한도조정을 해두거나 부부 모두 신용카드를 발급받아두면 조금은 이득일 것 같다.
제조사 워런티도 몇 년 남은 차를 샀지만 K car 자체 보증도 일단 가입을 하고 차를 받았다. 남편이 시운전을 해 본 뒤 정비업체에 보내 차 상태가 괜찮다는 확인을 받고 K car 보증은 취소했다. 차 보험은 벳16에서 운전경력이 오랫동안 공백이라 보험료가 많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100만 원 미만으로 해결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리를 안전하게 지켜주고 있다. 이만하면 잘 샀다.
+ 표지사진 : Unsplash의Giorgio Trova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