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슬롯하며 기쁨을 느끼는 순간들이 있다.
낯선 공원에 앉아 있기, 카페에서 창밖 바라보기, 미술관이나 서점 거닐기.
그 중 가장 설레는 시간은 아침 먹을 때다.
행복은 사소한 순간에 머문다.
아무때나 일어날 수 있으니 눈 뜰 때부터 기분 좋다.
숙소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기도 하고 전날 사두었던 음식으로 차리기도 한다.
바삭바삭한 크로와상, 크림이 잔뜩 올라간 빵, 조각 케이크, 따뜻한 커피, 스크램블, 해쉬 브라운, 치즈, 과일을 마음껏 즐긴다.
식사를 하며 그날 하루를 계획한다.
신문과 케이슬롯책을 읽으며 먹기도 한다.
평소라면 30분 걸릴 식사를 케이슬롯지에서는 한 시간이 넘어간다.
훌륭한 조식 뷔페를 제공하는 숙소라면 오전 내내 레스토랑에 머무른다.
어쩌면 그 한 두시간을 기대하며 케이슬롯을 떠나는지도 모르겠다.
수 년 전부터 케이슬롯자의 조식에 대해 써보고 싶었다.
그때마다 늦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언제 다시 산토리니에 가겠어? 그동안 다녀온 나라가 얼마나 많은데.
하려면 일찍 시작했어야지. 조식에 관한 책도 새로 나왔네.
그럼 그렇지. 난 글렀어.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그 후 시드니, 멜번, 뉴욕, 샌프란시스코, 도쿄, 나가사키를 방문했다.
한국의 여러 도시를 케이슬롯했고 조식을 맛보았다.
쓰려고 마음먹었을 때 시작해도 늦지 않았던 거다.
언제 시작하든 늦지 않다.
올 초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사했다.
집 정리로 한동안 분주하다 드디어 한가한 아침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사를 기념하며 모과와 광화문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먹기로 했다.
식당까지 걸어가는 동안 서울로 케이슬롯 온 기분이 들었다.
이것도 케이슬롯자의 조식이 될 수 있겠구나.
그럼 여기서부터 시작해 보자.
그래서 쓰려 한다. 케이슬롯자의 조식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