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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경윤 Apr 27. 2025

현기영 바카라 꽁 머니 : 사월에 부는 바람

2025. 4. 27.

바카라 꽁 머니

그리하여 나는 바카라 꽁 머니을 잃었다. 오래전 군 토벌대의 초토화 작전에 의해 나의 태생지인 함박이굴은 주민들의 떼죽음과 함께 지상에서 사라져버렸고, 제2의 바카라 꽁 머니 역시 그 이채로운 현무암 바위들과 선반물의 매몰과 함께, 그리고 수많은 바다 생물의 떼죽음과 함께 두터운 콘크리트 층에 덮여 영영 지워지고 말았다. 내가 살던 동네도 사주 관상을 보는 점집들의 밀집 지역으로 변해버려 옛 자취를 찾아볼 수 없다.

자본은 과거를 소비해버린다. 자본이 휩쓸고 가는 곳에는 더 이상 과거는 존재하지 않고 앞만 보고 무조건 내달리는 일직선의 진화론만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무한 질주의 자본에게 자연이란 소비되기를 기다리는 일시적 존재에 불과하다. 그래서 나는 바카라 꽁 머니을 찾아갈 때면 어쩔 수 없이 상실감에 빠진다. 고교 졸업과 함께 그 섬 고장을 떠난 이후, 나의 삶을 인도해준 것은 유년이란 과거와 자연의 빛이었다. 가난했지만 아름다웠던 그 시절, 나의 유년은 자연 속의 삶, 자연의 일부로서의 삶이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데 그 유년의 자연이 파괴되어 없어져버린 것이다. (128~129쪽)



1.

나는 바카라 꽁 머니 선생님과 인연이 길다. 선생님이 <누란을 쓰고 종로술집에 모여 기념으로 한잔 할 때 그 자리에 있었다. 2009년이었다. 이후 소설가 김한수와 함께 자유농장을 운영할 때, 선생님은 단골손님이었다. 최근(?)에 선생님의 장편소설 <가파도우다(2023, 창비)가 나왔을 때는 농장에서 출판기념회를 열면서 술자리가 벌어졌는데 그 자리에서는 아예 사회를보았다. 소설가 김한수 덕분에 인사하고 그 후로 쭉 선생님이 책을 낼 때마다 선생님 책을 구입하여, 독후감을 썼다. 가파도로 내려올 때 챙겨 온 책 중에는 당연히도 선생님의 소설 선집과 장편소설이 포함되었다. 결혼하고 학원에 다니면서 <순이삼촌을 읽는 것을 시작으로 참으로 긴 세월이다.


2.

가파도로 내려와 쉬는 날이면 모슬포로 나가 책방에 들르기도 하는데, 이번에 책방에 들러 산 책이 <사월의 부는 바람이다. 이 책은 선생님의 어린 시절과 늙어가는 이야기가 잔뜩 들어있다. 그러니까 태어나, 4 3을 겪고, 술에 빠지고, 대학에 가고, 소설을 쓰고, 끌려가고, 고문을 당하고, 풀려나고, 제주도를 떠나고, 제주도를 찾아오고, 친구를 만나고, 친구들과 헤어지고, 바카라 꽁 머니을 찾고, 바카라 꽁 머니이 변하고, 늙어버리고, 자연을 깊게 만나고, 죽음을 준비하는 그 자전적 이야기가 담담하게 담겨있다. 나는 선생님의 글을 읽으며, 바카라 꽁 머니상실에 대해 깊이 공감한다. 바카라 꽁 머니을 잃은 것은 제주도만이 아니다. 서울 촌동네에 태어난 나도 바카라 꽁 머니을 상실했다. 내가 태어난 고산동네는 고층아파트가 들어서 이제는 들어갈 수조차 없다.


3.

바카라 꽁 머니에 자주 내려와 죽음을 연습(?)하는 것도 뭉클하다. 죽을 때는 죽음을 모르니, 살아있을 때 죽음을 준비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좋다. 소크라테스도 "철학은 죽음의 연습"이라고 했으니.


"잔잔한 슬픔, 그것이 죽은 그들이 살아 있는 나에게 일깨워주는 죽음의 감각이다. 걸핏하면 내 눈에서 비어져 나오는 감상적인 눈물처럼 잔잔한 슬픔이면서 어쩌면 단맛까지 바카라 꽁 머니 그 어떤 것이다. 죽음이 이렇게 유순한 모습으로 떠오르는 것은 물론 내가 그러기를 원해서다. 이 유순한 죽음은 고본고분하다가도 어느 순간 불시에 맨손으로 심장을 틀어쥐는 듯한 무서운 고통으로 표현할 때가 종종 있다. 그 고통이 두렵기 때문에 바카라 꽁 머니 내 몸속의 죽음을 잘 달래지 않으면 안 된다. 이제부터는 죽음을 동거자로 의식하고, 거기에 익숙해지고 길들면서 살아야 할 나이가 된 것이다.

그래서 요즘 나는 전부다 자주 바카라 꽁 머니에 간다. 나의 생을 틔워내고, 머잖아 나의 종말까지 품어줄 그 땅에 영원히 돌아가기 위한 귀향 연습인 셈이다. 내가 달라졌다고, 비역사주의자로 퇴행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도 들려오지만 나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134쪽)


4.

선생님의 소설이 아닌 바카라 꽁 머니를 읽으며, 동시에 나의 어린 사절, 청년 시절, 장년 시절, 중년 시절, 노년 시절을 떠올리고 상상한다. 나의 상처와 영광, 추억과 회한, 기쁨과 슬픔, 분노와 좌절, 낙담과 희망을 떠올린다. 모든 것은 변했고, 나도 변했다. 그 변함을 담담히 읽어낼 수 있다면 나도 바카라 꽁 머니집 한 권쯤은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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