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제트벳집을 확인한 이후 나와 남편은 정말 제트벳에 겨워있었다. 정녕 이 사람들이 딩크를 꿈꿨던 사람들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제트벳가 생긴 것이 너무 좋았다. 임신 시도 한 번만에 찾아와준 제트벳가 효자처럼 느껴졌다. 빠른 사람들은 5주차부터 입덧이 생기기도 한다는데 나는 소화가 잘 안되는 것과 아주 가끔 헛구역질이 나오는 것을 제외하면 입덧 증상이 심하지도 않았다. 사실 입덧이 거의 없었다고 보는게 맞았다. 그것조차도 제트벳가 효자라서 엄마를 덜 괴롭히나 보다 생각했다.
남편이 초음파 앨범이 사고 싶다고 해서 앨범을 구매했다. 나 역시 병원에 다녀오면 그때그때 기록을 해두고 싶었기에 얼른 구매했다. 초음파 앨범이 도착한 후 정말 열심히도 꾸몄다. 매일 더블링을 체크했던 임테기도 붙이고, 5주차에 보고온 제트벳집과 난황 초음파 사진도 붙였다. 그 밑에는 엄마아빠한테 찾아와줘서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도 적었다.
양가 부모님께도 임신 사실을 알렸다. 안정기가 지나고 말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나는 당연히 건강하게 출산할거라고 생각했기에 별 다른 고민없이 제트벳집을 보자마자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우리가 딩크라고 알고 있었던 부모님들은 정말 놀라시긴 했지만 그러면서도 너무 좋아하셨다. 엄마아빠는 손주가 생기니 돈을 열심히 벌어야겠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초음파 사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부모님들을 보면서 나도 기분이 좋았다. 친한 친구들 몇명에게도 알렸고, 축하도 많이 받고 감사하게도 선물도 받았다.
제트벳가 태어나면 뭘 준비해야 할지, 이르지만 육아용품도 찾아보고 인기가 많은 산후조리원은 예약이 금방 찬다기에 산후조리원도 부리나케 예약했다. 그렇게 그 다음 진료를 보기까지 9일 간 나는 너무나도 제트벳에 겨워있었다. 그 제트벳이 그렇게나 빨리 사라질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