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빈 공간이 다복이 쌓여있는 것과 달리 여전히 비우는 것은 내게 쉬운 일이아니다.
우리 사이 오고 간 시간, 눈 맞춤과 손길은 정이라는 단어로 아테나카지노 위에 드리워있다. 이 정도가 제법 두터운 아테나카지노일수록 떠나보낼 때까지 뒤로 미루고 멀리하게 된다.
다량의 수를 비워낸 날이면 텅 빈 여백이 홀가분하다가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존재들의 그림자가 그립기도 하다.
이 조용한 그리움은 남아있는 아테나카지노들에 투영되어 오랜 비움과 새로운 채움이라는 과정을 자제시키는 배경이 된다.
아테나카지노에 둘러싸여 지낼 때는 모든 아테나카지노이 쉬웠다. 쉽게 사고 쉽게 떠났다. 많이 있기에 아테나카지노 하나하나의 특성보다 항상 무리에 가려 가장자리가 희미했다. 어디 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아 많이도 잊혔고, 어떨 때는 구입하고 태그조차 때지 않은 채 먼지만 쌓여갔다. 유통기한이 한참 지나도 바래갔으며 비슷한 종류 사이에 흔하고 흔하기만 했다.
물건은 필요에 의해 구입한 소비재일 뿐이었다. 시간이 다하고 상하거나 고장 나고 아테나카지노되면 버리고 새로 사면 그만이었다.
반면 고인 것을 비우고 새로이 채우기를 반복하면서 동행하는 개체수가 줄어갈수록 보이지 않던 얼굴들이 보이고 있지 않던 각자의 자리가 있어지고, 함께 한다는 포근함이 우리 사이 오고 간다. 그렇게 아테나카지노에게 곁을 내어주고 함께 하루를 공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이제는 아테나카지노 하나가 사라지면 눈에 선연히 들어온다. 찾기도 쉽다. 각자의 자리가 있기에 이탈해 있는 녀석은 눈에 금세 띈다. 유통기한을 잘 인지하는 덕에 여유 있게 사박사박 사용해도 항상 남아있다. 구입해서 집에 가져오면 포장을 뜯고 깨끗이 닦아주고 손질해서 각자의 정해진 공간에 편히 둔다. 혹여 고장 나거나 상한 곳이 있으면 살뜰히 들여다본다.
어렸을 적 나에게 장난감은 특별했다. 갖고 싶어도 갖지 못했고 기억 속 남아있는 장난감과의 추억도 미세하다. 이웃집 언니의 2층집 바비 집이 무척이나 부러웠고, 친구의 자동 연필깎이의 화려한 기술에 반했다.
집에 장난감이 별로 없어서도 괜찮았다. 지금의 동네골목과 달리 내가 어렸을 적엔 항상 뛰어노는 아이들의 소리와 기척으로 가득했다. 신나게 뛰어놀고 해가 지고서야 집에 돌아왔으니 장난감을 찾을 시간도 덜했을 테다.
바깥에서 활동이 줄어든 만큼 요즘 아이들에게 장난감의 역할은 올라가는 듯하다. 여느 집을 가도 장난감이 한가득이다.
우리 집 역시 아이가 갓 태어났을 때는 국민 아이템이다 국민 장난감이다 하는 필수 아이템들로 가득했다. 그래서일까 애착 인형도 제 역할이 미미했다. 첫째의 선택을 받지 못한 인형은 둘째를 만나고서야 애착인형으로 재탄생했다.
아이는 어딜 가든 테이와 함께였다. 잠잘 때도 바깥에 외출할 때도 자기 피부처럼 붙이고 다녔다. 물고 빨고 하다 보니 자연스레 뽀얗고 하얗던 테이는 연회색에 여기저기 해져갔다.
똑같은 인형을 찾아보았지만 이미 단종되어 구할 수 없었고 비슷한 디자인으로 구해주어도 거부당했다. 테이는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의 친구가 된 것이다.
그때부터였다. 아이의 친구에게 우리도 가족의 한 자리를 내어준 것이.
어디라도 갈 테면 테이부터 챙기고 떠날 때도 혹여 놓고 온 지 살폈다. 때 되면 보들보들 비누로 목욕을 시키고 뽀송하게 말렸다. 함께한 시간이 흐를수록 아픈 곳이 늘었다. 그럴 때마다 아이는 슬픔을 가득 담은 눈으로 아픈 곳을 가리키며 나에게 가져왔다.
바늘과 실을 가져와 어느 때보다 큰 눈과 작은 손짓으로 집중하다 보면 흡사 수술의 집도하는 듯했다.
한 땀 한 땀 상처를 기워가면서 아테나카지노의 소중함도 자라났다. 1시간 남짓 지친 눈과 어깨를 추리고서 재생한 작은 토끼인형을 바라보니 따스한 사랑이 내게 돌아왔다. 아테나카지노이 내게 전하는 다정한 답장이었다.
아이가 산뜻하고 말끔한 비슷한 새 인형에게 마음을 주었다면 테이는 아마도 금세 잊혀겠지.
비단 테이뿐만이 아니다. 앞코가 구멍 난 나이키 운동화도 쓸모를 다했다고 버렸다면, 지퍼가 고장 나서 4년 된 롱패딩을 바로 비웠다면, 10년 넘은 연식이 오래된 자동차도 고장이 났다고 고치는 비용이 아깝다고 바꿨다면, 쉬이 반짝이는 운동화와 화려한 신상 외투로 최신 옵션을 탑재한 신차로 바꿨다면, 당장에는 성능 좋은 새 물건을 소유함에 기뻤겠지만 고쳐 사용하면서 얻게 되는 애착과 애정은 비껴갔으리라.
쉽게 소비할수록 아테나카지노은 쉬워진다. 쉽게 곁에 왔기에 버리기에도 쉽다.
주변에 아테나카지노이 많다는 건 그 아테나카지노을 대체할 것들이 많음을 의미한다.
소유하는 아테나카지노이 줄어들수록 그것을 대체할 것들은 줄어든다.
가장 좋아하고 잘 쓰이는 아테나카지노들로만 둘러싸인 생활을 하다 보니, 곁에 남아있는 것들 하나하나가 소중해진다. 좀 해지고 구멍이 났다고 바로 버리지 않고 좀 더 곁에 두고자 수선을 하게 되고 고쳐 쓰게 된다.
이렇게 소유한 아테나카지노들의 재생되는 모습을 겪으면서 소비에서 멀어지고, 아테나카지노의 가치를 재생산하면서 보다 생산적인 삶으로 가까워짐에 기분도 가벼워진다.
아테나카지노된 것이 주는 안락함과 안정감이 좋다.
오랜 세월을 함께 지니다 보면 아테나카지노도 그 소유주를 닮아가곤 한다.
서로 닮은 관계 속에 애착이 형성되고 이 애착관계는 정서적 안정감과 포근함을 선사한다.
집에서도 몇 년째 홈웨어로 입고 있는 구멍 난 바지가 있다.
이제는 이 바지를 버릴 생각보다 바느질해서 바르게 정돈해 줘야지.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남편도 마찬가지다. 후줄근해진 늘어난 반바지를 이제 보내줄까?라고 물어보면.
'아니, 이렇게 후줄근한 게 가장 편하거든'
후줄근함이 좋다.
아테나카지노된 늘어남이 좋다.
남에게 보일 때는 조금 남루해 보일 수도 있지만,
남의 시선은 서랍 속에 조금 넣어두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 오히려 홀가분하다.
내 그림자 선 따라 알맞게 모양을 새로 낸 아테나카지노된 물건들이 주는 편안함이 좋다.
하나하나 성한 데를 고쳐 가며 스며든 정성을 아테나카지노들은 나에게 보답하곤 한다.
이 세상에 딱 하나뿐인 진짜 나의 아테나카지노이 된다.
(테이가 곁을 떠나고 말았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다가 잃어버렸다. 몇 번이고 분실물 코너에 문의했지만 끝내 찾을 수 없었고 아이는 테이를 잊지 못하다가 지금은 새로운 친구 ‘양’과 함께 하고 있다. 우리 가족 모두 다 테이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