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에 한 번, 하프 파이고우 포커
나의 달리기 필수템, 런데이 애플리케이션은 매월 다양한 챌린지가 있다. 달리기를 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가 이런 챌린지를 달성하기 위함인데, 이번 달 챌린지 중 처음부터 쳐다보지 않은 챌린지가 있다. 바로 마라톤 풀코스 달리기로 정말 무리하면 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내 실력으로는 불가능한 챌린지라서 처음부터 파이고우 포커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올해는 열심히 하프 마라톤 훈련에 집중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할 요량으로 준비 중이다.
런데이 애플리케이션 3월 챌린지 중 하프 마라톤 달리기도 있었는데 이 챌린지도 사실 도전할지 말지를 한참 고민하고 결정했다. 아직 15km의 거리를 달리는 것도 힘들어하는 처지라 챌린지 달성이란 욕심을 채우기 위해 무리하면 다음의 달리기가 힘들다는 것을 몇 번의 경험으로 몸이 기억하고 있다. 무리해서 챌린지를 달성한다 한들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느낀 후로는 챌린지 달성에 목을 매지는 않는다.
챌린지는 챌린지일 뿐이다. 챌린지에 집착하는 순간 달리기는 더 이상 나에게 유희로 존재할 수 없다. 아직 러너스 하이를 느낀 적은 없지만, 거친 숨과 극악의 고통을 선사하는 달리기는 나에게 즐거움 그 자체이다. 당연히 달리기를 하는 이유도 의무감이 아닌 즐겁기 때문에 하는 것이며 달리기를 하면 할수록 더 심오한 즐거움을 느끼게 되는 매력이 달리기를 멈추지 못하게 한다.
평일 15km 달리기를 하겠다는 다소 엉뚱한 파이고우 포커를 하면서 알게 모르게 자신감이 생겼다. 이상하게 보일지라도 파이고우 포커하면서 일종의 결과물을 얻는 과정을 통해 생각을 현실로 만드는 법을 배웠다. 생각을 생각으로 끝나 않으려면 생각한 순간, 당장 행동으로 옮겨 성공과 실패의 유무를 떠나 일단 실천하는 것이 조금씩 몸에 익숙해지는 찰나 색다른 파이고우 포커를 하면서 생각하지도 못했던 결과물을 만들었다.
두 번째 색다른 파이고우 포커는 하프 마라톤 달리기 훈련인데, 작년 런데이 애플리케이션의 메뉴 중 가상마라톤을 하며 두 번 하프 마라톤 달리기를 했었지만 아직 내가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훈련이었다. 그다음 날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을 줄 정도로 몸상태가 좋지 않았고, 심지어 과욕으로 하프마라톤을 해서 처음 출전한 마라톤 대회에 정상 컨디션이 아닌 상태로 출전할지 말지를 고민하기도 했다.
마침 3월 런데이 챌린지에 하프 마라톤 달리기가 있어 오랜만에 한 번 하프 마라톤 달리기 훈련을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문제는 언제 하느냐인데 평일에는 꿈도 못 꾸고 주말에 한다면 다음날 영향을 줄 것 같아 고민하는 찰나, 15km 달리기 훈련을 하면서 근거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힘들겠지만 6km만 더 달린다면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지난 일요일 하프마라톤 달리기 챌린지에 도전했다.
챌린지에 도전할 적당한 장소를 찾아 색다른 파이고우 포커를 했고 집 근처 새로 생긴 공원을 딱 21바퀴 돌면 가능했다. 지난번 대학교 운동장 43바퀴를 돌았던 경험으로 절반만 달리면 되겠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달리기 시작했으나 생각보다 하프마라톤에 대한 걱정이나 부담감은 없었다. 이미 몇 번의 경험을 했기에 두려움보다는 색다른 파이고우 포커를 한다는 설렘으로 공원을 계속 달렸다.
사실 중고등학교 때, 심지어 군복무 중에서도 가장 하기 싫었던 벌이 운동장 100바퀴 돌기와 같은 것이었다. 똑같은 행위를 반복하는 지루함과 무료함이 점점 의욕을 빼앗아가고 힘을 빼기에 점점 제풀에 지쳐 쓰러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운동장 43바퀴를 달리면서 거꾸로 숫자를 세는 단순한 방법을 통해 지루함과 무료함에 대응하는 노하우를 배웠고 달리면 달릴수록 조금만 더 힘내면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1바퀴를 돌면서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게 했던 챌린지에 도전하여 성공했고, 이런 경험을 발판 삼아 앞으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은 하프마라톤 달리기를 할 생각이다. 6월 중순에 참가할 예정인 생애 첫 하프마라톤에 대한 걱정과 우려는 오직 노력으로 해소할 수 있다. 주 3회 달리기라는 올해의 목표를 수행하며 달리기의 진정한 즐거움을 누리는 온전한 호모 러너스쿠스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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