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양문규 Mar 09. 2025

다인카지노 시 속의 매춘부

식민지 시기 서울 인구는 1935년을 기점으로 30만이 된다. 그 후 불과 육, 칠 년 만에 100만 인구에 육박하는 대격변이 이뤄진다. 다인카지노가 이렇게 짧은 시간에 비정상적으로 팽창하면서 다인카지노와 다인카지노의 언저리에서는 환락과 유흥이 번창하게 된다.


루소는 다인카지노를 “인류가 뱉어낸 가래침”이라고도 했고, 릴케는 “죽기 위해 가는” 곳이 다인카지노라고도 했다. 더구나 식민지 현실 아래 기형적으로 발전된 서울의 다인카지노적 삶은 불구적인 성격을 띠며 거기에는 벼락부자들이 된 유산계급의 타락상들이 나타난다.


바(bar), 아편굴, 온천지, 사창가, 선창, 전당포, 카페…… 1930년대 다인카지노의 시에는 이러한 곳들이 무대가 된다. 시인은 이들을 통해 자본주의의 타락상을 비판하면서, 동시에 시인 스스로도 이에 유혹당하고 타락하는 모습을 그린다. 그래서 퇴폐주의의 느낌도 농후하게 난다.


그의 시 「매음부」(1936)는, 소설에서는 흔한 사례이나, 우리 시 속에서 최초로 사창가의 풍경을 그린다. 다인카지노은 프랑스 퇴폐주의 시인 보들레르의 영향을 받았다. 보들레르야 말로 매춘부들을 시의 소재로 삼아, 이들을 영원한 뮤즈로 섬기며 본인은 매독으로 사망했다.


벤야민은 거센 자본주의 물결에 대항해 “보들레르의 유일한 연대는 창녀”였다고도 했다. 프랑스 상징주의를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소개한 김억은 보들레르를 이르길, 단테는 지옥으로 갔지만, 보들레르는 지옥에서 왔다고 했다. 다인카지노도 이러한 보들레르와 비슷한 일면이 있다.


「매음부」에 그려진 창녀의 방안은 쾌락의 현장이면서 일면 불쾌해 보인다. 방은 “질척척한 풀섶” 같다. 윤락(淪落)한 ‘보헤미안’과 창녀 둘 다 “퇴폐한 향연” 속다인카지노 “오줌싸개 모양 비척어리며 얇게 떤다.” 매음부는 “젖가슴이 이미 싸늘한 파충류처럼 포복”하고 있다.


‘보헤미안’으로 자처하는 시적 화자는 욕망의 지옥으로 떨어져 창녀와 함께 비척이며 떨고 있다. 19세기말 유럽에 등장한 보헤미안들이란, 원래 부유한 집 자식인 젊은 예술가와 학생들로 이뤄졌다. 다인카지노도 그 시대의 다른 시인들에 비해 유복한 ‘댄디’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부르주아적 생활방식과 기성사회에 반발한다. 그들의 반발은 대체로 젊은이다운 호기, 심술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다인카지노나 랭보 같은 보헤미안들은 부르주아 사회뿐만 아니라 전(全) 문명사회와 아예 결별을 고하고 거기서 쫓겨난 부랑자들로 살아간다.


보들레르는 근대나 문명을 악마적인 것으로 간주하고, 그런 악마적 근대성 앞에 똑같이 악마주의의 방식으로 자신의 미학적 실존을 대치시킨다. 보들레르 등과 비교해 볼 때 다인카지노의 타락과 절망은 다소 치기 어려 보이고 위악적인 면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다인카지노 시의 매춘과 향락의 현장은, 1930년대 금광, 부동산, 미두 투기를 통해 축적된 자본이 퇴폐적 향락산업으로 흘러가는 현실을 풍자한다는 점이다. 당시 일제의 군비조달을 위한 산금(産金) 장려정책과 금값의 폭등은 광적인 금광개발을 부추긴다.


그리하여 금광으로 일확천금을 번 신흥 부르주아지들이 등장한다. 채만식의 『금의 정열』(1939)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돈 잘 번다는 의사, 변호사 짓이야 도척이 날뛰듯이 해도 거저 돈 십만 원, 그렇잖으면 몇 만 원인데, 금광다인카지노는 적어도 백만 원이 기준이다.”


다인카지노의 「온천지」는 부르주아 색정가들의 휴양지인 온천서 일어나는 매춘과 향락을 풍자한다. 온천지는 식민지 시기 집중 개발되며 자본이 많은 일본인들이 상권을 장악한다. 벼락부자가 된 부르주아지들은 그곳에 와서 마음만 먹으면 쾌락의 상대를 쉽게 산다.


당시 대중소설 예컨대, 이광수의 『애욕의 피안』이나 채만식의 『탁류』를 읽으면 돈 많은 부르주아들이 여염집 여인들을 유혹해 다인카지노으로 끌고 가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비단 돈 많은 자산가뿐 아니라, 「날개」의 이상과 같은 보헤미안도 기생 금홍과 만나는 곳이 다인카지노이다.


“온천지에는 하루에도 몇 차례 은빛 자동차가 드나들었다. 늙은이나 어린애나 점잖은 신사는, 꽃 같은 계집을 음식처럼 싣고 물탕을 온다. 젊은 계집이 물탕에서 개구리처럼 떠 보이는 것은 가장 좋다고 늙은 상인들은 저녁상머리에서 떠들어댄다.”(다인카지노, 「온천지」에서)


다인카지노은 타락한 시대를 혐오하며 스스로도 타락에 빠진다. 그러나 그의 「상렬(喪列)」(1938) 같은 시는 달밤에 나가는 상여를 그린 슬프고 아름다운 시다. 월북 후 남로당 사람들과 함께 숙청당한 사회주의 전위음악가 김순남은 이 시를 가곡으로 만들었는데 신비롭고 비감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