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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진민 Feb 21. 2025

888토토 사귀는 게 어려운 너에게

공자 할아버지가

제가 올해 '철학의 詩선'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에게 시를 읽어주는 코너를 맡아 <고교 독서평설에 복귀하게 되었는데요, 동생 잡지인<초등 독서평설에서도 연재 의뢰를 주셨어요. 그래서기존에 연재하던 철학 상담소 코너를 '이모네 철학 상담소'라는 이름으로 이쪽에서 맡게 되었습니다. 조금 더 어린 독자님들을 위해 문장을 만들어내는 일은 좀 더 설레고 즐겁네요. (과연 읽어줄 것인가...)


'철학의 詩선'은브런치에 <PoemsforTeens이라는 이름의 매거진을 새로만들어 올리고, '이모네 철학 상담소' 연재글을 담아둘 공간은기존의 <청소년을 위한철학 상담소 매거진을 비우고 <이모네 철학 상담소로 간판을 다시 달아 재활용하려고 합니다. 기존 매거진에서 글 두 편 정도를 남기고 나머지 글들을 비공개로 돌린 이유는 곧단행본으로 묶여서 출간되기 때문이에요.<열두 달 철학 상담소라는 이름으로 3월에 출간 예정입니다. 지금 거의 마지막 교정과 표지 작업을 하고 있는데,매력적인 그림을 그려주시는 윤예지 작가님과 협업하게 되어 무척 기뻐요. 상담 내용을 타로카드로 그려주셨는데 너무 예쁜 거 있죠. 맛보기로 슬쩍.

888토토
888토토
888토토


'이모네 철학 상담소'도 해당 월이 지나고 다음 달에 지난달 연재 내용을 올려두는 방식으로 여기에 쌓아두겠습니다. 편하게 읽어 주세요.

인스타그램을 통해 받은 선물 같은 메시지. 자랑하는 중.

그럼 좀 많이 늦었지만 1월호 원고 올려드릴게요.


강서해 작가님이 매월 예쁜 그림을 그려주십니다

[이모네 철학 상담소 1월호]888토토 사귀는 게 어려운 888토토들에게, 공자 할아버지가


마음 맞는 888토토를 사귀는 게 너무 어려워요. 중학생이 되면 새로운 888토토를 잘 사귈 수 있을까요?


새로운 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모두 맛있는 떡국을 잘 챙겨 먹었나요? 떡국으로 배도 두둑해지고, 세뱃돈으로 마음도 두둑해졌기를 바라요. 저는 올 한 해 여러분의 고민을 듣고 적절한 철학자들을 소환해 줄 철학하는 이모입니다. 이런 고민을 가졌다면 이 철학자를 만나보면 어떨까요, 하고 매칭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에요. 철학에는 공식도 답도 따로 정해져 있지 않은데요. 그래서 찾아가는 여정이 중요하답니다. 답이 없어 보이는 세상에서 여러분과 함께 꼼지락꼼지락 답을 찾아보기로 노력할 테니,이 상담소를 즐겨 찾아주면 기쁘겠어요.


새해부터 고민이 많아서 우울하다고요?고민이 많은 것은 전혀 나쁜 일이 아니랍니다. 그만큼 여러분이 스스로의 마음을 부지런히 살피고, 답을 찾으려고 노력한다는 뜻이니까요. 세상의 많은 좋은 것들은 사실 고민에서 시작하고 고민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고민이 없었다면 애초에 철학이라는 학문도, 여러분이 지금 즐겨 사용하는 많은 제품도 이 세상에 없었을 거예요. 무엇보다, 여러분도 없었을지 모르는걸요? 엄마 아빠가 고민 끝에 가정을 이루기로, 그리고 여러분을 이 세상에 데려오기로 결정했을 테니까요. 그러니 여러분이 가진 고민을 귀찮아하거나 너무 힘들어하지 말고 천천히 마주해 보세요. 이모가 철학자 군단을 등에 업고 무지갯빛 응원봉으로 응원을 보낼 테니까요.


여러분은 올해 세배를 하고 나서 어떤 덕담을 들었나요? 저희 집에도 여러분 또래의 어린이가 둘 있는데, 저는 덕담을 할 때면 꼭 두 가지를 빌어줍니다. 하나는 건강, 그리고 다른 하나는 888토토. 좋은 888토토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1년 365일이 참 즐겁고 포근하겠죠. 여러분에게는 ‘888토토’하면 미소와 함께 동동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나요? 888토토라는 단어에 내 얼굴을 가장 먼저 떠올려주는 사람이 있다면 참 행복할 거예요. ‘작년에는 같은 반에 단짝888토토가 있었는데 올해는 어떻게 되려나…’ 새 학년 새 학기가 되어 반이 바뀌면, 어울려 다니며 친하게 지낼 888토토를 찾지 못할까 봐 걱정스러운 888토토들이 많을 겁니다. 관계를 맺는 일은 어른들에게도 늘 어렵고 무거운 과제예요. 마음 맞는 좋은 888토토는 대체 어떻게 사귀면 좋을까요?


888토토를 사귀는 일이라면 저는 중국 춘추시대의 철학자인 공자 할아버지를 소환하고 싶습니다.서양철학에서가장많이알려진철학자가소크라테스라면,동양철학에서가장많이알려진철학자는 아마공자일거예요.그만큼오랜 세월에 걸쳐수많은사람들이공자의가르침을마음에새겼지요.『논어』라는 책 이름을 들어본 888토토들이 있을 텐데요.혹시 공자왈,맹자왈,과거시험 보러 가는 선비들이 책상머리에 앉아서 헤드뱅잉을 하며 외우는 책 아니냐고요?논어는 사실 생각만큼 그렇게 고리타분한 책이 아니랍니다.게다가 그렇게 책상에 앉아 열심히 공부하라는 내용은 책 안에 한 대목도 없어요.

어린 독자님들을 위한 글이라 귀여운 그림이 많아서 제가 너무 기쁩니다 :D

오늘은 그중특별히888토토 사귀는 일과관련해서여러분에게소개하고싶은 두 가지 문장을 알려드릴게요. 논어에는 888토토와 관련된 가르침이 많이 들어있는데,오히려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장에는 888토토를 뜻하는 붕(朋:발음을 주의합시다, 흠흠)또는 우(友)라는 글자가 들어있지 않아요.888토토보다는 인간관계 전반에 관한 것이지만,888토토를 사귀는 일에도 이 부분이 정말 중요한 게 아닐까 싶어서 고른 문장들이기 때문입니다.


먼저 소개하고 싶은 문장은‘덕불고필유린(德不孤,必有隣)’, ‘덕이 있으면 반드시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 외롭지 않다’라는 말입니다.덕(德)이 뭐냐고요?여러분에게 친숙한 말로는 인격이나 인성,좋은 마음씨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면 크게 다르지 않을 거예요.다른 사람을 잘 배려하고 마음이 맑아 포근하고 따뜻한 사람 주변에는 사람이모여듭니다.덕자체가타인을위한마당을만드는것과같아그마당에사람들이모여들기때문이지요.그러니까 이 말은 결국좋은888토토를 사귀고 싶으면 먼저 좋은888토토가되라는말이기도 합니다.


‘인싸’의 비결은 다양합니다.남들이 부러워할 외모를 지녔기 때문일 수도 있고,재미있고 친화력이 좋거나,춤·노래·운동·공부 등 뭔가를 뛰어나게잘해서 그럴 수도 있지요.아니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해서 늘 편의점이나 매점을 흔쾌히 쏘는 888토토가 인기가 많을 수도 있고요.그렇지만 기본적으로 마음이 맑고 따뜻한 사람이 아니면,그 인기는 언젠가 시들 수도 있어요.아무리 예뻐도 성질머리가 더러울 수 있고,아무리 공부를 잘해도 남을 깔볼 수 있지요.그런 사람을 888토토로 두고 싶지는 않을 거예요.돈이나 능력,외모는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을 수 있는 것이지만 마음씨는 누군가 그것을 흔들지도,빼앗아 가지도 못하는 것입니다.그러니 좋은 888토토를 사귀고 싶다면 먼저 나 자신을 돌아보세요.내가 과연 좋은 888토토가 될 만큼 매력적인 사람인지,내 안에 좋은 것들이 찰랑찰랑 들어있는지 말이에요.


‘덕불고필유린’이라는말을‘덕질을하면반드시 함께 하는 사람이 있어외롭지않다’고해석하는우스갯소리도있는데,저는이게꼭우스갯소리만은아니라고생각합니다.내가좋아하는무언가에몰입하고시간을쌓아서취향을만든사람은매력적이거든요.우리는좋아하는것을공유하며친해지는경우가많으니까요.부지런히 나를 돌아보고,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예쁘게 가꾸며 쌓은 사람은 분명 외롭지 않을 것입니다.


두 번째 문장은‘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말입니다.공자는“군자는남과화합하되같기를요구하진않고,소인은같아지기를 요구하면서화합하지못한다”라고 합니다[君子和而不同,小人同而不和].여기서 군자는 어질고 큰 사람,소인은 그 반대 개념으로 생각하면 돼요.군자는 다른 이들과 어울리되,나를 버리고 상대에게 무조건 맞추지는 않는다는 것이죠.좋은 관계라는 건‘각자 서로 다르지만 조화를 이루는 상태’인 반면,멀리서 볼 땐 똑같아 보이지만 정작 껍데기만 비슷한 것은 건강하지 못한 관계임을 알려주는 말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동(同)과 화(和)의 차이입니다. ‘화’는 서로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고, ‘동’은 같음만 강조하는 것이에요.그러므로‘동’이라는 것은 무조건 같을 것을 요구하면서 다른 사람들을 배척하는 패거리 문화 같은 것과 비슷해요.888토토를 사귀고 싶은 마음에 888토토가 좋아하는 것을 무조건 나도 따르려 하고,888토토가 입는 것을 나도 비슷하게 입으려고 하고,888토토가 하는 말투나 행동을 흉내 내는 경우가 있지요?심지어 좋지 못한 행동도 말이죠.이것이 자발적인 경우여도 문제가 되는데,혹시나 은근한 강요에 의한 것이라면 더 큰 문제가 됩니다.888토토는 같은 새장 속 앵무새 집단이 아니라 다양한 꽃들이 어우러진 꽃밭 같은 것이에요.어떤 그룹에 끼고 싶다고 해서 고유한 나의 색깔과 생각을 버리는 것은 잘못이라고,공자 할아버지가 당부하는 것입니다.‘남과어울리는것’과‘남과같아지는것’은분명 다른 일임을 기억하면 좋겠어요.


요약하자면‘나 자신을 먼저 돌아볼 것’그리고‘휩쓸리지 말고 나답게 지낼 것,’이 두 가지를 염두에 둔다면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꼭 좋은 888토토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말입니다.나는 어떤 888토토를 사귀고 싶은지 보다는 나는 어떤 888토토가 되고 싶은지,나다운 건 어떤 것인지를 먼저 곰곰이 생각해 보는1월이면 좋겠습니다.


동화 속 주인공들은 미지의보물을찾아모험을 떠납니다.어떤 일에서 결과가 중요하냐 과정이 중요하냐를 두고 사람들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하지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결과도 과정도 아닌 '동료'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그래서 결국보물을찾았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누구와함께즐겁고 신나는모험을했는지가더중요한 게 아니냐는 것이지요.올해 여러분의 모험은 근사한 동료와 좋은 888토토들을 만나는 여정이기를,그래서 무척 즐겁고 신나는 것이기를 바랍니다!



'이모네 철학 상담소'의 또 하나의 즐거움은 마지막에 '이달의 고민 해결을 도와줄 메뉴'가 등장한다는 것입니다. 이번 상담의 경우에는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면서도 함께 어우러지는 맛이 일품인 '화이부동'의 음식, 샤브샤브입니다.먹을 것 좋아하는 동그란 이모가 앞으로 차려놓을 메뉴들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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