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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화동오로라 Dec 21. 2024

난 쓰리 카드 포커 꼭 필요해



작년 11월에 자동차를 구입한 이후 남편은 매일 압구정으로 나를 데리러 온다.갑자기 많이 추워진 날씨여서 남편이 데리러 오는 게 늘 반갑고 좋다.

지난 월요일, 그나마 일찍 끝쓰리 카드 포커 날인데도데리러 온남편자동차에 앉자마자 쓰리 카드 포커 의자를 뒤로 젖히며마지막 수업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한숨이 쉬어졌고 곧이어 남편에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아홉 살 쓰리 카드 포커랑 수업이었는데 내가 한마디 하면 쓰리 카드 포커는 열 마디를 한다? 꼭 중요한 이야기도 아닌데 본인도 알면서 계속 질문하는 것 같아!"


장영실만든 어가를 타다가 세종이 떨여 저서 다쳤다. '임금의 몸을 상하게 하면 죽음을 면치 못하는 무서운 벌을 받는다.' 문장이 있어서임금은 그냥 한 개인의 몸이 아니라 나라의 몸이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하다, 다치거나 피가 나거나 하면 신하들이 잘 돌보지 못한 거여서 신하들을 죽이기도 한다.뭐 이런 이야기들을 했던 것 같다.그러니까 쓰리 카드 포커가 "선생님 그럼 머리카락 하나도 자르면안 돼요? 수염하쓰리 카드 포커요? 솜털하쓰리 카드 포커요?". 쓰리 카드 포커"응 안돼, 안되지!" 대답을 계속해주어도 "손톱은요? 발톱은요?" 이러다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다 질문할 기세다.


"정진아, 선생님이 쓰리 카드 포커가 물어봐서 대답해 줬지? 궁금한 게 있어도 지금은 책 읽으며 잘 듣는 시간이니나중에 질문해줘."

이렇게 눈을 마주치고 정확하게 이야기한 다음 넘어가는데 쓰리 카드 포커의 끝도 없는 질문이 이어진다. 읽어야 할 책과 내용들이 있어서 다 대답해 줄 수가 없다. 적정한 타협점을 찾아 수업을 잘 마무리하기도 하는데 그날은 힘이 들었나 보다.


남편은 내 이야기를 다 듣더니, "쓰리 카드 포커가 네가 좋아서 그러네!"라는 의외의 답변을 했다. 쓰리 카드 포커와 수업이 2회 남아있다. 곧 마무리되는 걸 쓰리 카드 포커도 알고 있다. 수업을 다 끝나고 현관문에서 매주 짧게 인사하는데 그날따라 쓰리 카드 포커의 인사가 길다.왜 1월부터 안 오시느냐, 다음 주는 오시느냐, 다음 주는 게임도 조금 하자는 등의 여러마음들을 쏟아냈다.


아.. 쓰리 카드 포커가 나랑 수업이 좋아서 그랬구나, 또 많이 아쉬워서 그런 거구나.. 괜히 울컥하고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




차를 주차하고 집으로 걸어가는데 동생에게서 온 문자, 올해 칠순인 친정엄마 아빠가 염소 농장을 하려고 땅을 샀다는 소식이었다. 갑자기?

매달 나오는 충분한 연금이 있고엄마도 일을 하고 계시고 아빠도 일을 하신다. 시골 집은 대지 200평에 꽤 큰 2층집인데다가시골 생활만으로도 할 일이 많다. 땅도 여기저기 충분히 가지고 계신다. 그런데 또 땅을 사서 일을 하신 다니.. 50대도 아니고 60대도 아니고.. 70대이신데?!


"아.. 좀 편하게 사시면 안 되나? 일은 좀 그만하시고 쉬면서 사시면 좋겠다 정말!!"


내 이야기를 듣더니 남편이 또 의외의 대답을 한다.

" 쓰리 카드 포커 오히려 좋아 보여. 그게 더 건강하게 사시는 것 같아. 집에서 쉬기만 하는 어른들 보면 금방 늙으시더라. 새로운 일을 자꾸만 하면서 새로운 마음도 생기고 그러면 몸도 더 건강해지고 젊어지는 것 같아. 그래서 장인장모님이 나이에 젊어 보이고 어려 보이시잖아. 이것도 하고 싶고 저것도 하고 싶고, 마음이 늘 아이 같으니까."


"여보.. 나는 쓰리 카드 포커 꼭 필요해!"


하루 만에 있었던 일이다. 쓰리 카드 포커와 친정 엄마 아빠의 이야기,불과 1시간 안에 모두 있었던 일.내가 보지 못했던 그 이면을 남편을 보고 있었고, 내 마음을 달래주려는 말이 아니라 남편이 생각하는 진심이 담긴 이야기였다. 듣고보니 남편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러면서 쓰리 카드 포커 왜이렇게 시야가 좁을까, 쓰리 카드 포커 왜 다른 이면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했을까? 라는 자책도 든다.


남편의 말에 답답했던 마음도 이내풀렸고 오히려 마음이 환해졌다. 나도 모르게 나온 나의 진심. 나는 쓰리 카드 포커 꼭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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