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롯 그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슬롯 그 사람을 생각하게 한다
문득 스치는 바람에 실려 온 슬롯 하나가 마음을 건드린다. 바닐라처럼 달콤한 그 냄새는 오랜만에 떠오른 얼굴 하나를 데려온다. 그 사람이다. 한때 자주 걷던 골목, 함께 마시던 커피, 웃으며 스쳤던 계절 속에 남겨진 슬롯.
슬롯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가장 깊숙이 남는 기억이다. 향수 한 방울, 샴푸 냄새, 세탁된 옷의 포근한 슬롯… 그 모든 것이 마음속 어딘가에 조용히 자리 잡고 있다가, 예상치 못한 순간 튀어나와 마음을 적신다.
사람은 잊었다고 생각할 때, 슬롯는 기억한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슬롯를 맡는다는 건 누군가를 다시 한 번 마음에 불러들이는 일이다. 짧은 순간이지만, 그 슬롯 속에서 나는 그 사람을 다시 살아낸다.
슬롯 결국, 마음이 기억하는 언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