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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책장봄먼지 Apr 18. 2025

특별한 룸카지노

-선생님, 오늘 회의 약속을 취소해야 할 것 같아요.


기다리는 일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약속을 취소해야 했다. 만나기로 했던 분이 너그러이 이해해 주셔서 다행히 비대면으로 이야기를 주고받기로 하였다. 그즈음 우리 가족은 따로 기다리는 일이 있었다.


기다리다: 어떤 사람이나 때가 오기를 바라다.


우리는 누구를 기다리는가. 그리고 어떤 때를 기다리는가. 기다림은 나의 어머니의 것이기도 했다. 어머니휴대폰을 통해서가장 먼저 소식이 전해질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짐을 싸고 마음의 준비를 하고 그곳으로 향할 것이다.


어릴 적 룸카지노은 '고작' 재밌는 만화 영화 시청따위였다.10대 끝자락에는 첫사랑을 향한 룸카지노, 20대 중반 즈음에는,


불합격하셨습니다.


와 같은 통지를 받고야 마는 룸카지노이었다. 어떻게든 '불합격'이라는 단어를합격으로 바꾸어 놓고야 말겠다는 룸카지노. 그러다30대가되니'서류 전형에 통과하셨습니다'그러나 '면접 전형에는 탈락하셨습니다'와같은 기다림이 주를 이뤘다.

그 모든 시간을 지나고 40대가 되어보니 이곳저곳에서 다른 종류의 기다림이 우리를 기다린다.


<임종실에 들어갔어.


외숙모의 문자 메시지. 그리고 선종 기도를 바란다는 기도문 메시지. 처음에는 입맛이 없어지셨다고만 했는데 그 입맛이 채 돌아오기도 전에...우리는 마지막을 기다려야 했다.


너무 갑작스레 전해진 소식이었다. 1~2년 전 뵈었을 때만 해도 씩씩한 걸음걸이로 우리를 맞이하셨던 외삼촌. 피트니스 클럽에 가면 모범 사례로, 자기 관리 잘한 사례로 늘 불려 나오신다던 외삼촌. 우리 어머니의막내 오빠, 바로 손위 오빠가 마침내 특별한 것을 기다린다.


<손을 쓸 수가 없을 정도래.


이 말과 함께 병원에 입원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호스피스 병동으로 옮기셨다. 처음엔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삼촌과 가족들. 그리고 기다리던 우리들.


어머니는너무 야윈 오빠를 보고 통곡을 하였다. 살아 있을 때 얼굴을 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그저위안을 삼아야 했을까. 그렇게 기차를 타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며칠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마침내, 기어이 기다림이 끝이 나고야 말았다.



흩어졌던 친척들이 여기저기서 자신들의 얼굴을 내밀었다.어머니와 나는 2박 3일 동안 장례식장을 오가며 근처 친척 집에서 머물렀다. 이 와중에 아버지 쪽에는결혼식이 있어서우리 식구는 두 갈래로 나누어 일정을 잡아야 했다.동생네 식구는 먼길을 오가며 하루에만도결혼식과 장례식을 동시에 마주해야 했다.


누구는 결혼식장에서 세상 속으로 첫출발을,

누구는 장례식장에서 천국으로 첫걸음을...


누워서아무 말도 하지 않으시는외삼촌의 얼굴을뵈옵고 그 위로성수를 뿌려 드렸다.장례 미사는 오로지 한 사람만을 위한 미사로 집전되었고 많은 신부님과 더 많은 수녀님들이 위로의 발걸음을 해 주셨다.



이제 특별한 그 기다림은 끝이 났다.

우리 모두가 잊고 있지만 언젠가 한 번은 꼭 만나고야 마는 그 룸카지노.


그때까지 모두들 부디 무사하기를,

나의 외삼촌도 천국에서 느긋이 우리를 기다리며 아주 오랫동안 무사하시기를, 영원한 행복을 누리시기를...


그저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무리하고, 다시 다음 하루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었음을 깨닫는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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