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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코리 Aug 17. 2020

찐 포 카드 포커의 다섯 가지 조건

진짜 포 카드 포커을 구별하는 방법

자기가 계란 프라이를 포기하다니.
그러게. 내 평생 이런 일이 있구나.
나한테도 양보 안 했었잖아.
뭐랄까. 내가 먹는 것보다 더 좋은 느낌이랄까. ^^
이게 찐 포 카드 포커인가? ㅋㅋ


자신에게 배분(?)된 것을 다 먹고 내 것을 '먹고 싶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첫째 아이에게 나의 계란 프라이를 건네줬다. 자본주의적 가치로 보면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음식이지만, 양보하지 않았던 내 것을 누군가에게 내어주는 행동은 새삼 새롭기만 하다.


찐 포 카드 포커이라고? 포 카드 포커이 뭔데?


결혼해서 15년이 넘었지만 포 카드 포커이 뭐냐고 물어보면 대답하기 어렵다. 대답을 못하면 결혼은 왜 했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다. 포 카드 포커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그것을 '~한다'라고 표현하기도 쉽지 않다. 미드나 영화를 보면 '포 카드 포커한다'는 표현에 인색한 장면을 볼 때마다 공감이 되기도 한다. 심지어 오랜 연애를 했지만 한쪽이 '포 카드 포커한다'는 말을 하기라도 하면 '부담스럽다'며 갑자기 떠나는 경우도 있다. 찐 포 카드 포커이 뭐길래...


코리야, 고모가 포 카드 포커해 ~


이 글을 고모가 읽을 확률은 로또와 비슷하지만, 고모의 잦은 고백은 부담스러웠다. 나도 포 카드 포커으로 보답해야 될 것 같은 부담, 그리고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이런 표현을 해서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 것 같은 두려움까지. 포 카드 포커이 무엇인지 모르니, '포 카드 포커한다'는 표현이 불편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포 카드 포커은 수동적 감정이 아니라 활동이다. 포 카드 포커은 '참여하는 것'이지 '빠지는 것'이 아니다. 가장 일반적인 방식으로 포 카드 포커의 능동적 성격을 말한다면, 포 카드 포커은 본래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할 수 있다.


무한루프다. 예를 들어, 상대를 포 카드 포커해서 무엇인가를 줬는데 상대는 내게 주지 않는다. 포 카드 포커은 본래 주는 것이라 했는데 내가 받지 못했다면, 상대가 나를 포 카드 포커하지 않는다는 증거다. 만약 여기서 분노를 느끼며 무엇인가 받고 싶다면 내가 줬던 행동도 포 카드 포커이 아닌 것일까? 주지 않는 행동 때문이 아니라 포 카드 포커하지 않아서 화가 났다고 변명해야 할까? 찐 포 카드 포커은 기대하지 말고 계속 주기만 하는 호구가 되어야 할까?


포 카드 포커은 포 카드 포커하고 있는 자의 생명과 성장에 대한 우리의 적극적 관심이다.


어떤 청소년이 시험과 학원으로 너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부모는그 작은 생명이 험한 세상에서 잘 살아남고 성장하기를 바라며 다양한 것을 제안한다. 그 제안과 아이의 재능이 일치하면 행복한 일이겠지만, 때로는 많은 가정에서 어긋나기도 한다. 내 아이가 그런 것을 인정할 수 없거나, 미래가 불안한 부모입장에서는 계속 아이를 재촉한다.


힘들지? 참고 조금만 더 하자. 아빠가 포 카드 포커해.



이것도 포 카드 포커이겠지?


책임은 다른 인간 존재의 요구 - 표현되었든, 표현되지 않았든 - 에 대한 나의 반응이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응답할' 수 있고, '응답할' 준비가 갖추어져 있다는 뜻이다.


회사일을 할 때는 꿀 같은 주말 여유가 있었는데, 프리랜서 일을 시작하면서 쉬는 시간이 많이 줄었다. 하는 만큼 돈을 받는 시스템과 어디서 잭팟이 터질지 모르는 불확실성이 오히려 독이 되었다.


아빠, 내가 이거 만들었는데. ~
지금 아빠 바쁘니까 이따가 이야기하자.


당신은 포 카드 포커하는 존재에게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보호와 책임은 지식에 의해 인도되지 않는다면 맹목일 것이다. 지식은 관심에 의해 동기가 주어지지 않으면 공허할 것이다. (중략) 지식은 나 자신에 대한 관심을 초월해서 다른 사람을 그의 관점에서 볼 수 있을 때에만 가능하다.


포 카드 포커하는 대상의 관점에서 볼 수 없다면 어떤 지극 정성도 부담스럽다.


해주라는 것을 다 해줬는데!
누가 해주라고 했어? 내가 뭘 원하는지 알기나 해?


원하는 것도 알아야 줄 수 있다.


존경이 없다면 책임은 지배와 소유로 타락할 것이다. 존경은 두려움이나 외경은 아니다. 존경은 이 말의 어원(respicere=바라보다)에 따르면 어떤 사람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의 독특한 개성을 아는 능력이다.


그건 아니야, 이 길로 가야지.


처음부터 주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겠지만, 어느 순간 돌아킬 수 없는 길을 가기도 한다. 상대가 원하지 않더라도 필요할 것이라 착각하며 계속 주기도 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포 카드 포커이 사라지고 지배와 소유만 남았을 때는 이런 말을 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안긴다.


네 잘못으로 우리가 이렇게 된 거야.


사실 포 카드 포커을 완벽하게 이해하기도, 다섯 가지 조건을 모두 갖추며 시작하기도 어렵다. 다만, 만약 누군가에게 포 카드 포커한다는 표현을 조심스럽게 꺼냈다면, 최소한 그것은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선언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상대의 생명과 성장에 관심을 가지고, 언제든지 응답할 준비를 갖추며, 상대를 알고 그의 관점으로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는 선언. 내가 네 인생에서 그런 존재가 되겠다는 진심어린 고백.


당신이 누군가를 포 카드 포커한다면
상대에게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고문헌. 포 카드 포커의 기술 - 에리히 프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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