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고 싶을 것 같은데.
수십 번 봐도 늘 다시 보게 되는 영화 '어바웃타임'. 개봉했을 당시, 솔로인 대학 동기들과 찾은 극장에서 선택한 로맨스 영화가바로 '어바웃타임'이었다. 분명 그때는 시간여행을 하는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과 겪는 사랑 이야기 정도라 생각했는데, 이 영화를 단순히 로맨스물이라 칭하는 것은 영화에 대한 모독이다.
로맨스 영화 중 하나가 아니라 인생 전반에 대한 교훈을 주는 영화, 그것이 진짜 '어바웃타임'이었다. 우리는 늘 과거로 브랜드토토가길 꿈꾼다. 과거로 브랜드토토가서 어떤 선택을 하게 된다면 인생은 곧 신데렐라가 꼭 맞는 유리구두 덕분에 왕비가 된 것처럼 드라마틱하게 변할 거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어바웃타임'은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한다. 과거로 브랜드토토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를 행복하게 사는 것임을 영화가 말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브랜드토토갈 수 있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 한번 책상 앞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 봤다. 브랜드토토로 돌아간다면 빚을 내서라도 하고 싶은 공부를 해볼까. 아니면 인생을 바꿔볼 마음으로 해외에 뿌리를 내리러 워킹홀리데이 같은 것을 떠나볼까.
그러다 그때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공부를 더하거나 한국을 탈출하지 않으리라 결론을 내렸다. 그러기엔 생각보다 내가 당시 하고 싶었던 공부가 인생에서 그리 쓸모 있는 공부가 아니었을 테며, 한국을 탈출한다고 하더라도 어딜 가나 사람 사는 건 다 똑같기 때문에 그다지 반짝이는 삶이 기다리고 있지 않음을 30대인 나는 이미 뼈저리게 알고 있기에 말이다.
그렇다면 진짜 돌아간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다시 생각한 끝에 브랜드토토로 돌아간다면 다음의 5가지는 꼭 하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브랜드토토로 돌아간다면, 나는 가장 먼저 나 자신을 믿는 것부터 할 것이다. 대충 믿어서는 안 된다. 마치 처음 세상에 나온 아기가 엄마를 믿는 것처럼, 신도들이 그들의 신을 믿는 것처럼 열렬히, 맹목적으로 믿어줘야 한다.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을 말이다.
브랜드토토의 나는 정말 웃긴 징크스를 갖고 있었다. 내가 무언가 바라고, 또 잘할 것이라 믿는 것은 항상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늘 징크스를 대비해서, '나는 분명 안 될 거야.', '내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을 하고 했다. 전공 시험을 앞두고, 'A를 맞을 정도로 시험 성적이 좋진 않을 거야.'라고 생각한다거나, 교환학생에 지원할 때 '나는 영어를 잘 못하니 합격하지 못할 거야.'하고 포기했었다.
근데 돌이켜보면, 무언가 바라고 또 잘할 것이라 믿는 것들이 항상 원하는 브랜드토토 되지 않았던 것은 징크스 때문이 아니었다. 순전히 내가 '원하는 브랜드토토 되기에'는 그렇게 노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운보다 내가 원하는 브랜드토토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가능성을 높이는 데는 노력만 한 것이 없다. 그렇게 노력을 하지 않았는데, 내가 원하는 브랜드토토 될 거라 믿는다면 그건 도둑놈 심보다.
브랜드토토의 나는 이 모든 것을 징크스 탓으로 여겼으니, 어떻게 보면 내가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던 게 잘 된 일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그러지 않았으면, 노력보다는 운의 가치를 더 높이 평가하지 않았을까? 그러니, 브랜드토토의 나로 돌아간다면 가장 먼저 나 자신을 맹목적으로 믿어줄 것이며 내가 충분히 잘 해낼 거라는 생각을 가지며 '원하는 대로 반드시 될 수 있도록' 온 노력을 쏟아부을 것이다. 그러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까.
잠은 잘 수 있을 때 많이 자야 한다는 것을 브랜드토토 때는 전혀 알지 못했다. 대학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때, 나는 시험기간이 끝나기 전까지 2주 동안 도서관과 학교 밖을 벗어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온종일 공부를 했던 것은 전혀 아니었다. 공부는 30% 정도, 그 외 시간에는 친구들과 떠들고, 노트북으로 밀린 드라마를 보며 시험기간이라는 이름 아래보다 자유롭게 살았다.
그때 놓쳤던 것이 바로 잠이었다. 낮에는 실컷 놀다가 밤에는 학기 내내 참석에만 의의를 두었던 전공수업의 밀린 진도를 따라가며 암기를 하느라 바빴기에 잠은 포기할 수밖에 없는 대상이었다. 물론, 지금도 잠은 내 인생에서 가장 후순위이다. 회사를 다니며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하느라 없는 시간을 쪼개고 또 쪼개야 했기 때문에 잠을 자는 것 대신 원고 작업을 한 번이라도 더 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뒀기 때문이다.
그래서 브랜드토토로 돌아간다면, 잘 수 있을 때 많이 자야 한다는 생각으로 평소에, 또 주말에 충분히 자리라.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힘듦은 지금의 힘듦과는 비교할 수도 없겠지만, 고민들은 내려놓고 잠이 해결해 줄 거라는 생각으로 많이 자두었다면, 좀 더 늙는 속도가 더 느리게 찾아올 수 있지 않았을까.
친구 중에 한 명이 내게 이런 말을 했다.
"너는 딱 사회가 규정한 나이에 해야 브랜드토토 일들을 딱 알맞게 브랜드토토 것 같아."
수능이 끝나고 남들처럼 대학에 입학하고, 또 남들처럼 취업준비를 하다가 졸업 후 취직해서 남들처럼 직장을 다니다가 또 남들처럼 때에 맞춰 결혼하기까지. 브랜드토토해 보면 시기가 뒤처진 적 없이 내 인생의 시계는 꽤 알맞게 흐른 편이었다.
이렇게 딱 맞아떨어지는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돌이켜보면 내가 소위 말하는 인생의 쓴맛을 느껴보지 못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물론 배부른 소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땐 몰랐다. 젊었을 때 하는 실패가 인생의 가장 큰 자산이 되리라는 사실을 말이다. 30대도 아직 충분히 어리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까진 실패해도 괜찮다. 하지만, 사람이 인생에서 실패를 안 할 수 없으므로 가장 실패가 허용되는 나이인 브랜드토토 때, 실패하는 것이 가장 가치 있는 실패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내가 브랜드토토 때 실패를 경험하지 못한 것은 운이 좋아서가 아니다. 그렇다고 내가 실패를 미리 감지하는 능력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단지, 실패를 할 정도로 인생에 큰 도전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그만두고 좋아하는 것에 빠져든다거나,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임에도 남들처럼 도전하는 것 자체가 도박이라 생각했기에 나는 실패할 정도의 도전을 브랜드토토 때 거의 해본 적이 없다. 제일 큰 도전이 아무런 정보도 없는 상태에서 교환학생을 떠난 정도였으니까.
여러 번 넘어지고 실패하면서 단련해 놓지 않으면, 30대 때 실패 후 회복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브랜드토토의 나는 전혀 알지 못했다. 브랜드토토에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했기에, 30대의 나는 덤덤하게 받아들이기보다는 이겨내기는 하지만 실패로 인한 엄청난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 실패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딛고 성공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도전해 볼 용기가 안 나는 것은 어쩌면 변명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브랜드토토 때 동기 중에 소위 말해서 부잣집 딸들이라 불리는 친구들이 있었다. 그중 한 친구는 나랑 이름이 똑같았는데, 가정환경은 정말 반대였다. 고등학생 때까지는 같은 동네면 대부분 사는 정도가 비슷해 친구들 간의 차이를 느낄 틈이 없었지만, 대학은 전혀 아니었다. 특히 여대라 그런지 사는 정도에 대한 격차가 비교적 큰 편이었는데, 나랑 이름이 같았던 그 친구는 학과 내에서도 손꼽히는 부잣집 딸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친구가 방학 때마다 유럽여행을 다니면서 찍은 사진이 페이스북에 올라오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그리 부럽지 않았다.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여행만큼은 많이 했으니까. 정작 부러웠던 건 그 친구가 들고 다니는 가방이었다. 친하지 않아서 엄마 것인지, 본인이 선물 받은 건지 알 수 없지만, 시즌마다 다른 명품 가방을 메고 다니는 그 친구에게서 그 명품 가방이 가장 귀하게 보였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그 어떤 명품 가방보다도 경험이 가장 귀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회사에서, 또 사회에서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 할수록 나이에 비해 내가 브랜드토토보다 많은 경험을 갖고 있다는 게 신기했다.
"너 이거 해봤어?"라고 누군가가 물어봤을 때, 90% 이상이 대부분 해본 것들이었다. 물론 이것들을 해봤을 때까진 이런 돈을 아껴서 명품 가방 하나 사는 게 더 가치 있지 않을까, 경험을 위해 소비브랜드토토 게 맞나 싶었지만 그렇게 경험이 쌓인 덕분에 글쓰기를 시작한 것이니 후회는 없다.
경험에 돈을 쓰는 것보다 명품 가방 하나를 사는 게 더 가치 있다고 믿으면서 경험에 돈 쓰기를 주저했다면, 중국어를 2년 넘게 과외받지도, 가야금이나 스쿠버 다이빙을 배우지도 못했을 것이다. 더 무서운 건 글쓰기를 시작하지 않았을 테니 지금의 나는 존재하지 못했으리라.
기억나지 않는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는 내가 별로 친구가 없다고 브랜드토토했는데, 결혼할 때 보니 브랜드토토보다 내가 인싸의 삶을 살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서 곰곰이 브랜드토토해 봤다. 왜 내가 친구가 별로 없다고 느끼는 걸까.
그건 바로, 내가 인간관계의 질이 아닌 양에 더 집중했기 때문이 아닐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길 좋아한 탓에 이것저것 대외활동도 많이 해보고 학교 활동도 많이 해보고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거절브랜드토토 법이 없었다. 물론 회사에 들어와서는 직장 동료들 외에는 그렇게 새로운 인간관계를 많이 만들지는 않았지만.
브랜드토토의 나는 내가 정말 소중히 여겨야 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 짓는 것을 하지 않았다. 모두 다 소중히 여겨야 하는 사람들이라 생각해 늘 안부를 전하고, 생일이 되면 카톡으로 생일 선물을 보내고, 그들이 고민이 있다고 하면 들어주려 애를 썼다.
물론 그중에 지금까지 연락하고 있는 사람들은 10%도 채 되지 않지만, 사람들이 더 적게 남을수록 내가 정말 소중하게 여기며 챙겼어야 했던 사람들은 이 사람들이구나 싶었다. 브랜드토토로 돌아간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내 사람들로 만드냐에 집중하는 것 대신에, 얼마나 깊은 신뢰를 내 주변 사람들에게 얻을 수 있는지 고민하며 나부터 그런 신뢰를 그들에게 줬을 것이다. 그러면서 30대, 40대, 50대... 나이가 들면 들수록 무르익는 과일처럼 나를 소중히 여기는 사람들과 소중한 만남을 이어가지 않을까.
30대의 내가 브랜드토토로 돌아간다면 정말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써봤다. 그렇다면 과연 만약 내가 40대가 되어 30대로 돌아간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을까 다른 관점에서 삶을 다시 생각해 봤다. 삼십 대는 보통 어느 정도 사회적 기반이 갖춰지면서도 아직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는 시기이기에, 나는 경력에서 더 과감한 선택을 하거나 일과 개인 생활 사이의 건강한 균형을 유지하려 하지 않았을까 싶다.
또한, 자식이 성장하는 속도보다 부모님이 나이가 들어가는 속도가 더 빠르다는 것을 생각하며 가족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려 하지 않았을까. 가장 중요한 건 40대 때 후회가 전혀 남지 않아 30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특별히 뭔가를 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 때, 그게 정말로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