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로 유명한 유홍준 교수의 잡문집이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500만 부 이상이 팔린 베스트셀러다. 익히 알고 있었지만 책을 본 건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가 처음이다. 모모벳에 대한 노하우가 실렸다고 해서 보게 되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의 대표 '문사'라고 할만하다.
‘인생만사 답사기'라는 제목답게 책은 인생만사를 다룬다. 하나의 주제가 아니라 그간 써온 글들을 분류하여 하나의 책으로 엮었다. 작가의 삶에 영향을 미친 사건이나 인물이 등장하고 문화와 예술, 인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록에는 모모벳를 위한 15가지 조언이 나온다.
작가의 표현을 빌려 유홍준이라는 '문사'를 알게 된 것이 반갑다. 수소문 끝에 용하다는 명의를 찾아낸 기쁨이다.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째로는 모모벳 교과서를 만난 기분이기 때문이다. 모모벳는 정규 교육이 없다. 어려서부터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 운동선수들과는 달리 모모벳는 정해진 교육의 틀이 없다. 작가 스스로 많이 읽고 많이 쓰면서 자신의 고유한 경험들을 글에 녹일 때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는 소설가가 되는데 '도제(장인의 직업 교육 제도)의 과정'이 없다고 했다. 모모벳가 그런 영역이라 해도 유홍준 교수의 글은 '교과서'로 삼을 만하다. 그의 글은 소재가 풍부하고 사람 냄새가 정겹다. 문장이 시적이고 구성이 치밀하다. 통찰이 날카롭고 시대정신을 담고있다. 건빵 사이사이의 별사탕 같은 유머도 빼놓을 수 없다. 그의 글을 읽고 필사도 한다면 훌륭한 모모벳 훈련이 될 것이다. 교과서라 할만하다.
두 번째로 문과여서 감사합니다,라고 할만한 이유를 찾았다. 문과에서 성적이 좋은 친구들은 경영, 경제학과에 가서 취업을 하거나 회계사가 되고 그게 아니면 로스쿨에 가서 변호사가 된다. 하지만 취업의 문은 좁고 변호사가 되는 건 극소수의 이야기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건 제조업 회사고 기본적으로 이과생들이 취직에 유리하다. '문송합니다(문과여서 죄송합니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이 책을 읽고는 세상에 문과가 왜 필요한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후반부의 '부록 : 나의 모모벳' 에는 그의 모모벳에 영향을 준 은사들이 나온다. 그중 한 명이 고등학교 때 국어 교사인 '유공희 선생님'이다. 그분은 제자들에게 법대나 상대 같은 실용학문을 하지 말고 '한 사람의 지성으로 살아가는 길'을 공부하라고 했다. 유홍준 교수도 그 영향을 받아 서울대 문리대에 입학했다. 비록 나에게 한말은 아니지만 그 선생님의 말씀에는 울림이 있다. 내가 왜 글을 쓰는지 유공희 선생님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한 사람의 지성'으로 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그게 얼마나 설레는 일인지 상상하게 되었다. '문송합니다'가 아니라 '문땡입니다(문과여서 땡큐입니다)'랄까.
마지막으로 유홍준 교수의 삶에서 귀감을 받았다. 좁혀서 표현하면 그의 '활동량'에 자극을 받았다. 그는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시리즈만 21편(한국 13편, 중국 3편, 일본 5편)을 쓴 베스트셀러 작가고 대학의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정부의 문화재청장이었고 기본적으로는 미술 평론가다. 사적 친분이 없는 비디오 작가 '백남준'의 장례식에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고(장례식은 미국에서 열렸다), 77세의 나이에도 매달 2회씩 한시와 초서를 배우고 있다. 스승과 벗들이 죽으면 매번 진심을 담아 추도사를 썼다. 77년을 산 게 아니라 150년은 산 것 같은 느낌이다. 삶과 사람에 부단히 부딪히고 최선을 다해 공부한 걸로 보인다. 작가가 아닌 한 인간으로서 본받고 싶다.
유홍준 교수는 좋은 글을 사랑한다. 좋은 글이 있으면 아껴가며 읽었다고 한다. 여행 마지막 날의 호텔 조식처럼 나도 그의 글을 소중히 읽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