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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희 Apr 01. 2025

나는 매일 룸카지노 이별한다

이별 ing



나는 매일 룸카지노 이별한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매일 룸카지노와 이별하는 중이다'.



십 년 넘게 사회생활 하며 웬만한 일에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자부했던 내게, 최근 두 달은 혼돈의 연속이었다.부서 이동을 한 이후부터였다. 보통은 첫 직장에 출근하거나, 인사이동 후 초반에는 업무를 익히고, 적응할 기간이 주어지기 마련인데, 이미 늦어버린 프로젝트 일정에 이동 첫날부터 업무가 쏟아졌다. 전임자의 공백으로쌓여있는 업무가 많았으니, 룸카지노 밤 열한 시 넘어 퇴근이 일상이 되었다. 인수인계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어디 물어볼 곳도 마땅치 않았으며, 그야말로 망망대해에 혼자 표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지속되었다. 매일 부딪히는 새로운 일들이 생겨났고, 업무 파악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던져지는 일들은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웠다.깔끔히 해결되지 않은 업무에 찜찜한 마음으로 퇴근을 하고, 또 그날 해야 할 일을 복기하며 출근하는 날들이 반복되었다. 해야 할 일이 떠올라 주말에도 출근했던 건, 실로 사회초년생 이후 오랜만이었다.느슨해진 직장생활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주려 신께서 이런 시련을 내려주시는 건가, 룸카지노룸카지노이 견디기 힘든 순간의 반복이었다.



내일은 퇴사하리라


도저히 출구가 보이지 않는 막막함에 첫날부터 퇴사를 결심했다. 내일 출근해서 도저히 못하겠다고 말하리라, 굳게 다짐했다. 하지만 막상 출근하고 나서는, 그럴 겨를 없이 하루가 지나갔다. 자리에 앉기 무섭게울려대는 벨소리, 업무 협조 요청, 쏟아지는 메일에 파묻혔고, 고개를 들면 두어 시간씩 지나있을 만큼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칠흑 같은 밤에퇴사를 고민하며 퇴근하고, 사표를 만지작거리며 출근하는 날들이 반복되었다.습관처럼 퇴사를 떠올렸다. 희한하게 퇴사를 결심할 때만큼은 마음이 후련했다.


사실 마음먹으면 내일이라도 퇴사할 수있다.마음이 힘든 이유는 상황을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온갖 걱정을 사서 하게 된다. '일이 잘 안 되면 어쩌지, ~프로젝트 성공시켜야 하는데' 등등. 하지만 내일이라도 퇴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중요했던 모든 게 아무 의미 없는 것이 되어 버린다. 어차피 퇴사하면 그만인데... 많은 중요하지 않은 것들이 사라지는 것이다. 결국 본질만 남게 된다. 진짜 중요한 것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매일을 인수인계하는 마음으로 다니게 된다. 어쩌면그동안 나를 옥죄었던 건, '룸카지노를 계속 다녀야 하는데'라는 생각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오늘이 마지막 근무라는 생각으로 출근하자,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룸카지노를 다녀야 하는데)

'이 일이 스트레스네.'

'이 사람이 스트레스네.'가아니라,


(내일 룸카지노를 관둘 건데)

'오늘 이 일을 쳐내자.'

'보기 싫은 면상 오늘까지만 보자.'


그렇게 생각한 이후로 하루하루 그나마 버티기 수월해졌다.

그리고 거짓말처럼 두달의 시간이 훌쩍 지났다.


룸카지노



지금도 나는 룸카지노 이별하는 중이다.

오늘이 마지막이다, 생각하며 마음속에서룸카지노를 떠나보낸다.


나는 매일 룸카지노 이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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