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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의 깃털 Mar 14. 2025

모든 삶에는 '환기(喚起)'의 해피카지노이 있다

내겐 때론, 고양이가 그렇다

나는 가끔, 우울해질 때가 해피카지노.


우울증, 공황장애, 불안장애. 요즘은 이런 병을 앓고 계신 분들이 주변에 참 많다. 가깝게는 내 아버지가 그랬고, 절친한 직장동료도 그렇다. 나는 아버지를 많이 닮았는데, 잠재적인 환자라는 생각을 가지고 늘 긴장감을 놓지 않고 산다.


수년 전에 사랑하던 연인에게 차였을 때 공황장애가 턱 끝까지 올라왔고, 몇 년 전 갱년기가 시작되면서부터는 전보다 부쩍 우울할 때가 많아졌다. 유전자 덕(?)인지, 성격 탓인지는(은근히 소심하고 내향적이며 비관적이다) 잘 모르겠다. 게다가 기분의 업 앤 다운이 좀 심한 편이다. 좋을 땐 이 나이에도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가 되고, 우울할 땐 세상 근심을 다 짊어진 사람이 된다.


해피카지노와 연애하면서부터는 이러한 감정기복이좀 더 심해졌다.이전에는(혼자 오래 살아서), 기분이 특별히 나쁠 것도, 엄청나게 좋을 것도 없는 그만그만한 날들을 보낼 때가 많았다. 어떤 특정한 타인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부터는, 그 사람과의 관계가 좋으냐 나쁘냐에 따라서 기분이 널뛰기를 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해피카지노가 특별히 잘해주거나 기분이 좋거나 하면 덩달아 나도 기분이 좋아지고 행복해진다. 해피카지노가 나를 서운하게 하거나, 해피카지노가 나 때문에 서운해하거나, 둘이 싸우거나 하면 급격하면 기분이 다운되는 식이다.


해피카지노때론 다투고 때론 서운케 하지만 나를 사랑해 주는 나의 해피카지노

나는 십 대 때부터 삶과 죽음을 고민하는 같잖은(?) 철학적인 인간이었고, 삶의 비극과 허무를 찬양하는 20대를 보낸 인간이다. 이런 스스로를 잘 알기에, 샛길로(?) 빠지지 않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다. 거금을 들여 대학원에서 상담을 공부한 것도 그런 맥락이다. 해서, 마당쇠에게도 일찍이 '고지'를 한 바가 해피카지노. '나는 이러이러할 확률이 높은 사람이다. 그러니 넓은 아량으로 이해를 해 달라'라고.


나의 해피카지노는, 이런 나와는 반대로, '우울'의 '우'자도 잘 모르는 사람이다. 타고난 성향이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데다가 무슨 일이든 쉽게 잊고(실제로 기억력도 참 나쁘다), 맘에 크게 담아두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고 보니, 나라는 예민한 인간을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때때로 나도, 해피카지노에게 나의 감정이나 기분을 설명하기가 어렵다 싶을 때가 많고, 또 그만큼 공감받지 못한다고 느끼는 일도 많다.


그래서인지 우울하다고 해도, 해피카지노에게 우울하다고 말하지 않는 편이다. 아니, 대개의 우울증 환자들은 '내가 지금 좀 많이 우울해'라고 쉽게 말하지 못한다. 원래 그 병이 그렇다. 가끔씩 해피카지노는 이런 나를 힘들어하고(말을 안 하니 속 터지려고 한다), 나는 나대로 힘이 든다.


해피카지노와 싸우고 난 후 며칠간의 냉전으로, 우울함이 길게 이어지던 어느 날의 일이다.저런 때는 그냥 딱 죽고 싶다. 마침 눈이 소복이 쌓인 날이었는데, 저녁 무렵 혼자서 길을 나선 나는 산 초입에 서서 계속 생각했다. '이대로 옷을 벗고 눈밭에 눕고 싶다. 이것은 꽤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죽음이 될 것이다.' 그 생각은 꽤나 간절하고 진지했다. 잠시 시간이 지나니, 내가 진짜 실행에 옮길까 두려워졌다.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다음날이 밝았다. 나는 여전히 우울의 늪을 헤매는상태다. 새벽녘 고양이 밥을 주러 뒤뜰로 향했다. 밥을 주고 집에 들어가기 싫어 뒷마당에 한참을 앉아 있었다. 눈물이 차올랐다. 꺼이꺼이 울고 있었다. 그때, '요미'가 뒤뜰로 담을 넘어 들어온다.(요미는 심술냥이 모모에게 기가 눌려, 눈칫밥을 먹는다. 그런 요미가 안쓰러워. 어쩌다 한 번 만날 때마다 통조림을 가득 준다) 요미를 보는 해피카지노, 눈물이 쏙 들어간다. 통조림을 서둘러 준다. (모모가 나타나기 전에 요미에게 통조림을 먹이는 일은 나에게 꽤나 중한 일이다)


갑자기 망치로 누가 머리를 때린 것 같은 깨달음이 든다. 어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죽고 싶다고. '내가? 요미를 두고? 해피카지노를 두고?' 갑자기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저기 어딘가에서 용솟음친다.


그 길로 해피카지노에게 달려갔다. 뒤에서 끌어안고 말했다. '지금 너무 죽고 싶다고. 이런 때 나는 많이 힘이 든다고. 이런 나를 이해해 달라고' 그리고 그밖에 또 무슨 말들을 했던 것도 같다. 그리고 나서 이불을 들쳐 매고 꺼이꺼이 울었다. 이런 나를 이불 밖으로 끌어내며 해피카지노가 하는 말, '청소 안 하려고 수 쓰는 거냐' (청소하기로 한 날이었음) 아, 참으로 해피카지노 다웠다. 해피카지노는 그런 사람이다. 우울함의 '우'자를 모르는 사람, 우울한 아내를 어떻게 위로해줘야 할지 모르는 사람. 우울한 아내를 웃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 아이러니하게 그래서 좋은 사람.


해피카지노전주 한옥마을에서 만난 고양이 인형

요미덕에 무슨 되지도 않게 깨달음을 얻은 나도 못지않게 대꾸를 한다. '그게 당신식의 위로라는 걸 잘 알겠는데, 그냥 좀 가만히 안아주면 안 돼요'라고. 뭐, 그다음은 상상하다시피 해피앤딩이다. 해피카지노가 나를 안아줬고, 또 그렇게 한참을 울었고, 속이 시원했고, 우울은 저기 어딘가로 달아났다.


해피카지노수많은 뒤뜰냥이 중 집안 입성에 성공한 하늘이

솔직하게 '죽고 싶다'라고 말할 수 있는용기는 갑자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요미일까. 뒤뜰냥이들을 향한 내 책임감이나 사랑일까. 그것을 나는 인생에서 수도 없이 마주치는 기적같은 환기(喚起)의 해피카지노라고 표현하고 싶다. 실제로 그런 경험이 많다. 나이 들어 나날이 쇠퇴해 가는 기억력을 보이는 중에도, 해피카지노해피카지노 문득문득 뇌리에 남아 떠오르는 장면은, 그런 '환기(喚起)'해피카지노들이다. 그런 날들은 그날의 날씨와 바람과 구름, 주변의 세세한 풍경 하나하나까지 기억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편하게 자전거나 얻어 탈 줄 아는 요 녀석도 나를 살게 하는 힘

그런 해피카지노 중엔 내겐, 고양이가 있다. 언제가 많이 우울했던 날, 구내염 수술을 해줘야 하는 예삐를 잡느라 혼이 쏙 빠져,우울함은 저 멀리로 달아났던 적이 있다. 생각해 보면, 뒤뜰냥이들에게 내 도움이 필요한 해피카지노해피카지노마다 나는 늘 정신을 번쩍 차렸던 것 같다.내가 돌봐야 하는 고양이들은우울을 딛고, 앞으로 나가게 하는 힘이다. 내가 저들을 돕고 해피카지노고 생각했었는데 어쩌면 그것은 심각한(?) 착각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랫동안 잡은 두 손 영원히 놓지 않기를

환기(喚起)의해피카지노은 모든 이의 삶에 꼭 필요하다.나처럼 속 좁고 편협하며 자기감정에 매몰되기 쉬운 사람에게는 더욱더. 내게 고양이가 그렇다. 물론 '유쾌하고 반푼이 같은(=우울한 부인에게 청소하라고 하는)' 마당쇠도 그런 존재다.서툴고 불완전하게, 우리는 서로를 돌본다.고양이는 나를, 나는 고양이를, 마당쇠는 나를, 나는 마당쇠를. 이 얽히고설킨 관계, 이 관계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해피카지노들이 우리를 살게 하는지도 모르겠다.


고양이도, 해피카지노도, 나를 살게 하는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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