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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명진 Mar 09. 2025

끝내주는 바카라 에볼루션의 완성 / 멜로무비

오충환 연출 / 이나은 극본 [멜로무비]



“바카라 에볼루션의 완성이 뭐라고 생각하냐?”

“결혼?”

“바카라 에볼루션은 그 자체로 완성된 거야.”


어쩌면 내 인생은 이 드라마에 크게 빚지게 될지도 모르겠다. 드라마 <멜로무비는 순애, 형제애, 우애, 부모애, 열애 그리고 몽애(夢愛) 등 여러 바카라 에볼루션의 시간과 제각기 다른 깊이, 빛깔의 형태를 그려낸다. 배역을 맡은 모든 배우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치며 묵은 마음의 세월을 펼쳐낸다. 더 새로울 콘텐츠가 없어서 무한한 변주를 펼치는 시대에는 오히려 정공법이 가장 새로운 것일 수 있음을 증명한다.


내 삶에는 세 번의 '긴 바카라 에볼루션'이 있었다. 각기 20대 초중반, 20대 후반, 30대 초중반을 점유하고 있다. 감정적으로든 실제적으로든 부모와 10대 시절부터 떨어져 살았던 나는 삶의 많은 부분을 혼자 감당하며 자랐다. 그래서 부모의 부재 속에 자란 <멜로무비 속 고겸(최우식 연기)과 김무비(박보영 연기)에 깊게 공감할 수 있었다.


바카라 에볼루션어린 시절 비디오가게에서 살았던 점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점도 나와 비슷했던 남주


‘부모에게 바카라 에볼루션받지 못했다’는 공통점을 기반으로 속수무책으로 바카라 에볼루션에 빠진 상대가 내게도 있었다. 나는 그이에게 부모 대신 무제한의 바카라 에볼루션을 주고 싶었고, 그럴 수 있다고 자만했었다. 하지만 내 자만은 아주 작은 균열로 쉽게 깨졌다. 바카라 에볼루션받지 못하고 컸다는 공통점이 있는 줄 알았던 상대가 실은 아주 깊은 바카라 에볼루션을 받으며 자랐고, 단지 그것을 알지 못할 뿐이라고 여긴 순간부터 내 마음은 표류했다. 내 외로움은 진짜고, 상대의 외로움은 투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단정 짓고 말았다. 그럼에도 상대에 대한 이끌림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도대체 뭐가 바카라 에볼루션인지조차 모르던 망나니 시절이어서, 나는 여기저기 기웃대다 모든 걸 잃고 말았다. 빠져든 속도와 깊이 만큼 서로에게 아주 오랜 상처를 남긴 바카라 에볼루션이었다.


두 번째는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조금은 더 그 나이대 다운 바카라 에볼루션이었다. 세상의 모든 일들에 대해 부지런히 이야기를 나눴고, 이 사람이라면 긴 세월을 함께 항해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 하지만 끝내 결심하지 못했다. 내 안에 도사린 두 가지 운명적 이끌림을 감춘 채로 평생 상대를 속이며 살 자신이 없었다. 사귀는 동안에도 그로 인해 몇 번의 상처를 줬던 나였다.


마지막 바카라 에볼루션이길 바랐던 세 번째 바카라 에볼루션은, 신이 처음의 실패를 만회해보라고 준 기회 같았다. 내 한계 내에서 정말 최선을 다했다. 마음에 남은 미련을 정리하고, 내가 가진 것이 있다면 모두 다 주고자 했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진정 상대를 마주하는 일보다는 내 지난 후회를 털어내는 일에 더 진력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치 처음의 긴 바카라 에볼루션처럼 내 상황과 어리석은 판단에 다시 한번 갇혀서 상대가 건네는 말들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애썼지만 나는 충분히 다정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



바카라 에볼루션짧은 입맞춤 뒤 5년만에 재회하는 두 사람의 서사는 다음 이야기를 무척 궁금하게 만든다


바카라 에볼루션은 몇 번을 해도 어렵다. 바카라 에볼루션이란 하나의 마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안에는 믿음, 욕망, 고독, 헌신, 질투, 동경, 공감, 존중, 인내, 배움, 비움, 절제 등등 인간사의 만 가지 감정이 다 들어 있다. 그러므로 고도의 바카라 에볼루션은 고도의 성숙을 동반한다. 아마도 오래 지속되는 인연은 고도의 바카라 에볼루션이거나, 의무적 결정이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바카라 에볼루션 없는 가정을 경험한 나는 결코 후자의 경우로는 살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전자의 삶을 살기에는 내가 너무 역부족이었다.


연인에게는 늘 멋진 모습만 보여주고 싶었던 나는 내 상황이 나빠지면 먼저 이별을 고하곤 했다. 공연히 신세 지고, 나약한 모습을 보이는 것보단, 어찌 됐든 혼자 해결하고 다시 멋지게 등장하는 쪽이 낫다고 여겼다. 순전히 이기적이고, 상대를 무시하는 판단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하지만 단지 알고 있다고 사람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절실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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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홍시준과 손주아의 서사가 본편이나 다름 없었다


<멜로무비의 두 번째 남주인 ‘홍시준(이준영 연기)’의 성격은 나와 달랐지만 그 하는 행태는 영락없는 청춘의 나였다. 꿈을 이루기 위해 애썼으나, 제대로 이룬 것은 하나도 없고, 그 좌절의 감정을 신뢰해준 연인에게 쏟아냈다. 사실 꿈을 위해 애쓰는 순수한 나라는 캐릭터를 빌미로 가장 간절히 희구한 것은 오직 연인과의 영원한 바카라 에볼루션 하나였으나… 그걸 말할 용기는 없었다. 홍시준과 손주아(전소니 연기)가 긴 바카라 에볼루션의 작별을 고할 때, 나는 엉엉 울었다. 내 세 번의 긴 바카라 에볼루션도 모두 모두 벌써 끝나버렸음을, 마치 그제서야 안 사람처럼.


봄이 눈을 뜨고 있다. 벌써 몇 해 동안, 아주 긴 잠을 자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바카라 에볼루션 없는 삶이 어색해, 그저 사는 대로 살고 있다. 나 자신이라도 바카라 에볼루션해줘야 마땅할 것 같은데, 이러고 있으니 그럴 마음도 나지 않는다. 악순환이다.


<멜로무비 속 인물들은 한 사람 한 사람 모두가 자기의 벽을 넘어선다. 인생은 긴 듯 짧고, 짧은 듯 길어서 언젠가 넘어섰던 벽 뒤로 다시 돌아오게 되기도 한다. 때론 내 한계가, 나의 벽이 바람막이가 돼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세상은 정답을 맞혀서 모든 게 해결되는 산술의 세계가 아니다. 그러므로 ‘그럼에도’라고 쓴다. 정답이기 때문이 아니라,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그럼에도’ 나는 내가 다시 숨어든 벽을 또 한 번 넘어가야 할 것이다.


“나중에 무슨 영화 만들 거예요?”

“끝내주는… 멜로영화.”


2025. 3. 9.




과연... 바카라 에볼루션은 우리 인생의 모든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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