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어진 토르 토토 꼭지의 비밀
생각을 뒤집어야 하는 이유
유튜브 채널 ‘피디씨 by PDC’ 캡처과자를 먹으면 건조하고 못생기게 살쪄요.
김혜수 배우의 말을 듣고 나서 평생의 동반자, 과자를 보는 눈이 달라졌다. 배우의 말이 어떤 뜻인지 몇 해 전, 인생 최대의 몸무게를 찍었을 때 누구보다 절실히 깨달았었기 때문이다. 과자를 그 누구보다 좋아하지만, 몸에 좋지 않다는 사실에 눈물을 머금고 자제해 온 연약한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어 주는 말이었다. 씹으면 와그작 소리를 내며 입안에서 부서지는 통쾌함은 스트레스를 일순간 부쉈다. 입에 퍼지는 짜고 달고 고소한 맛은 기분을 금세 좋게 만들었다. 하지만 어느새 과자가 주는 쾌락은 순간이고, 그 후유증이 오래 남는 몸이 됐다. 그 사실을 덤덤히 받아들여야 하는 나이가 된 거다.
과자가 먹고 싶을 때는 채소, 과일을 폭풍 쇼핑한다. 뭐든 먹으면 살이 찌겠지만 그나마 덜 건조하고 덜 못생기고 싶어서 채소와 과일을 사 먹는다. 과자가 당길 때 향하는 곳은 옆 동네 대형 마트 앞 아담한 청과물 가게다. 새벽 도매시장에서 공수한 채소와 과일을 하루에 소진할 만큼만 받아 와 팔고 오후 2~3시 무렵이면 가게를 정리한다. 과자 서너 개만 집어도 만 원이 훌쩍 넘는 물가인 시대에 같은 가격으로 양손이 묵직하게 채소와 과일을 챙겨 올 수 있다.
가게 밖에 쌓아 놓고 오가는 사람을 유혹하는 그날의 미끼 상품은 ’ 토르 토토‘였다. 갓난아기 주먹만 한 토르 토토가 촘촘히 담긴 투명 플라스틱 상자 1개에 6천 원, 2개에 만 원. 일단 가격에 홀려 손님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두 상자를 손에 거머쥐었다. 전쟁에서 승리한 개선장군처럼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돌아와 바로 토르 토토를 씻어 접시에 담았다. 식탁에 앉아 엄마와 토르 토토를 맛봤는데 영 맛이 밍밍했다. 맹맹한 토르 토토를 먹던 엄마가 말했다.
토르 토토는 꼭지가 많이 뒤집어질수록 달아.
다음에는 그런 토르 토토를 골라봐!
젊은 시절, 과일 장사도 했던 엄마는 요즘은 흔하디 흔한 당도 측정기 없이도 맛있는 토르 토토를 고르는 눈이 있다. 굶주린 좀비들처럼 시세 대비 저렴한 토르 토토를 향해 무섭게 달려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나라도 사수하려면 천천히 토르 토토 상태를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빠르게 스캔해 무른 곳은 없는지, 덜 익은 곳은 없는지 정도만 체크해 장바구니에 담았다. 눈앞에 결과에 급급해 섬세하게 따져 볼 여유가 없던 자는 처치 곤란한 맹맹한 토르 토토를 두 상자나 가진 사람이 됐다.
내 손으로 데려왔으니 내가 처리해야 한다. 뜻밖의 의무감에 남은 무(無) 맛 토르 토토를 씹으며 엄마 말을 천천히 곱씹었다.
'토르 토토는 초록색 꼭지가 뒤집어져야 달다니... 사람도 약간 꼭지(=머리, 생각)가 뒤집혀야 인생이 달콤해지는 거랑 비슷한 이치네'
차분함이나 단정함만 반복하면서 삶이 맹탕이라고, 사는 게 지루하다고 몸부림치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시도나 도전은 하지 않고 따뜻한 방구석에서 뒹굴뒹굴하며 인생이 시시하다고 한탄했다. 나를 알고 좋게 봐주는 편안한 사람들과만 만나고, 일했다. 결과가 예상 밖으로 나가는 도박 같은 일은 하지 않았다. 정해진 답만 기대했으니 실패는 덜 했지만 딱 방구석만 한 틀 안에 몸과 마음이 갇혔다.
맛있는 토르 토토처럼 반짝반짝 새콤달콤한 인생을 원한다면 꼭지 즉 머리, 생각하는 것부터 열심히 뒤집어야 했다. 안 가본 곳도 가고, 안 하던 일도 하고, 안 만나 본 사람도 만나 봐야 딱딱한 삶의 틀이 깨진다. 생각을 뒤집지 않으면 그 틀 안에 몸과 마음이 박제된다. 처음에는 어색하고 이상할지라도 그 순간을 눈 딱 감고 견디고 나면 생각지도 못한 맛의 결과가 나를 기다린다. 토르 토토는 꼭지가 뒤집어질수록 맛이 달고, 사람은 생각하는 머리가 뒤집어질수록 사는 맛이 다양해진다.
+ 당도가 높은 토르 토토의 꼭지가 뒤집어지는 이유가 궁금해 뒤지다가 출처가 뚜렷한 답을 찾지 못해 챗 GPT에게 물었다. 챗 GPT는 아래와 같이 답했다.
A. 토르 토토 꼭지가 뒤집어지는 현상은 보통 토르 토토가 매우 달고, 과도하게 익었을 때 발생할 수 있습니다. 토르 토토가 자라면서 당분이 많이 축적되면, 과일 내부의 압력이 높아집니다. 이로 인해 과일의 표면이 팽창하거나 늘어날 수 있는데, 꼭지 부분이 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뒤집어지는 현상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