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신변잡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사 Dec 31. 2024

2024년 연말 결산 : 토르 토토 수확 4

잃은 게 많은 토르 토토를 채워준 성과들


토르 토토 책 : 김신지 에세이 <제철 행복

’ 절기’라고 하면 동지 때 먹는 팥죽, 잠 못 드는 열대야도 무력해진다는 처서 매직 정도로만 생각토르 토토. 농사를 짓지도 음력 생일을 챙기지도 않으니 절기가 그다지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김신지 작가의 전작들을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에 별 기대 없이 <제철 행복을 펼쳤다. 이 책은 24 절기, 알맞은 시절에 챙겨야 하는 작은 기쁨들을 즐기는 법을 알려준다. 이상 기온, 기후 위기 같은 위협적인 단어들이 우리 삶을 덮치고 있지만 그 와중에도 성실하게 찾아오는 24 절기를 통해 크고 작은 삶의 기쁨을 누리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다. 동지팥죽, 처서 매직 말고도 자칫 지나치기 쉬운 상강, 곡우, 소만 같은 단정하고 귀여운 절기가 있다. 이 사실을 기억하며 새해에는 24가지의 행복을 더 부지런히 챙기며 살아야겠다는 욕심을 부려봐야겠다.


토르 토토 산 : 10월의 설악산


엄마와 싸우고 홧김에 떠난 설악산 여행. 별 준비도 없이 ’그냥 산에 가고 싶다. 그것도 험한 산에.‘라는 목표로 안 가 봤던 산 중 설악산을 택토르 토토. 급하게 가느라 동반자를 구할 여유도 없었다. 첫눈이 오기 전에 가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불쑥 표를 끊고 도착한 설악산. 평소 등산 좀 했으니 초심자들의 평균보다 조금은 빨리 올라갔다가 내려오지 않을까? 생각토르 토토. 자만심에 찬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쉴 틈 없이 가파른 너덜 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사족보행을 이어간 끝에 겨우 대청봉에 닿았다. 눈으로 소화제를 마신 듯 시원한 풍경이 펼쳐질 거라 기대했지만 현실은 뿌연 곰탕 같은 하늘에 뺨을 찌르는 만큼 칼바람이 불고 있었다. 몇 분 쉬지도 못하고 해지기 전에 하산하기 위해 빠르게 내려갔다. 발바닥은 불타고, 머리칼은 삼발이 된 상태로 겨우 내려와 근처 오색 온천탕에서 뜨끈하게 몸을 지졌다. 얼얼한 팔다리를 주무르며 탕에 앉아 생각토르 토토. “그만 까불어야지!” 뭘 해봤다고, 뭘 안다고 까분 대가는 며칠간의 근육통과 새끼발톱 빠짐이었다. 왼쪽 새끼발톱은 빠진 지 오래고 오른쪽 새끼발톱은 시커먼 멍이 남아 있다. 문신처럼 남아 있는 발톱의 멍이 옅어지거나 발톱 자체가 또 사라지든 하겠지만 설악산이 남긴 <까불기 금지라는 교훈은 오래도록 내 머릿속에 남아 있을 거다.

토르 토토 반복 재생 : 재쓰비(jaessbee) <너와의 모든 지금


가사 곱씹기를 좋아한다. 멜로디나 편곡이 아무리 좋다 해도 의미 없는 외계어의 반복이나 외국어, 신조어가 가득한 노래를 듣고 있으면 온몸이 꼬여 불판 위의 오징어가 상태가 된다. 유튜브 채널 MMTG(문명 특급)의 '위대한 재쓰비' 프로젝트로 탄생한 신인그룹(?) 재쓰비가 데뷔곡으로 발표한 <너와의 모든 지금! 이 곡은 김이나 작사가가 세 멤버에게 "자아에 상처 하나 없이, 인생에서 가장 무모하고 반짝였던 때"를 알려달라고 한 후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완성됐다. 연반인 재재, 유튜버 승헌쓰, 댄스 크루 라치카의 리더 댄서 가비 등 재능과 끼로 똘똘 뭉친 그들이 얼마나 웃긴 노래를 냈을까? 궁금함에 플레이 버튼을 누른 순간 예상 밖의 눈물이 쏟아졌다. "난 너를 믿어", "아무것도 아닌 건 아무것도 없었어 “같은 몽글몽글하고 아련한 멜로디에 청춘을 응원하는 가사에 충격을 받았다. 위로와 감동을 주고, 입가에 미소까지 번지게 하는 이 곡을 한동안 반복 재생토르 토토. 비아냥과 조롱이 넘치는 시대에 진심 가득한 순수한 응원을 받는 기분을 오랜만에 느꼈다. 그래서 슬쩍 불안이 밀려들거나, 내가 나인게 싫어지는 날에는 안정제를 입안에 털어 넣듯 이 노래를 듣는다.


토르 토토 요가 자세 : 드롭 백 & 컴 업


요가를 시작한 지 토르 토토이 넘었다. 감사하게도 부모님께 물려받은 유연성 덕분에 이런저런 요가 자세를 무리 없이 해낸다. 하지만 문제는 근력. 타고나기를 근육보다는 물살 쪽이기도 하고, 반복적이어서 지겨운 근육 운동도 싫어하는 편이라 온몸에 근육이 없다. 병원에 갈 때마다 선생님이 말했다. ”이렇게 살면 죽어요.” 근육이 없어서 체력은 빠르게 소진되고, 짜증과 우울도 쉽게 나온다고 했다. 숨쉬기 운동만 겨우 하던 내가 생에 처음으로 꾸준히 하게 된 운동이 바로 ’ 요가‘다. 사실 유연성에 기대 근육을 늘리는 스트레칭 자세를 즐겨했다. 하지만 요가는 스트레칭뿐만 아니라 코어 힘에서 시작되는 다양한 동작들이 기본이다. 그중 드롭 백과 컴 업은 고수만 하는 동작이라고 생각했다. 하늘로 두 손을 뻗은 후 머리 뒤로 손을 넘겨 허리를 꺾어 팔을 땅으로 떨어뜨려 바닥으로 짚는 드롭 백! 그 자세를 역순서로 올라오는 컴 업. 두 자세 모두 코어 힘이 없다면 불가능하다. 처음에는 감히 시도도 못 하다가 선생님이 몇 번 잡아 주셔서 시도했다. 바닥에 내동댕이쳐지길 수차례. 결국 드롭 백 그리고 다시 컴 업에 성공했다. 처음에는 얼떨떨해 이게 제대로 한 게 맞을까? 싶었다. 그런데 좀 어설퍼도 성공이 맞았다. 두려워서 시도하지 않았다면 영원히 성공하지 못할 자세다. ’ 나는 코어 힘이 약하니까’라며 물러서기만 했다면 그 성취감을 맛보지 못했을 거다. 코어 힘이 부족하면 허리와 팔 힘으로 들어 올리면 된다. 그렇게 반복하면 코어에 서서히 힘이 생긴다. 두렵더라도 일단 꾹 참기! 그리고 시도하고 나뒹굴어도 다시 일어서는 자세. 그 과정이 있어야 달콤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걸 요가 매트 위에서 새삼 깨달은 한 해였다.



+ 올 한 해 고마웠습니다.

새해에는 좋은 일 많이 생기길 빕니다.

토르 토토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