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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성 moon song Apr 01. 2025

룰렛 존재가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독일할머니와 한국아가씨, 편지로 삶을 주고받다.

세번째 대화주제 "관계"에 대한 질문을 보내고

사빈은, 우리의 프로젝트와 상관없이,답하기 전여성의 날을 기념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그녀는 진심으로 나를 생각하고 걱정하고 있었다. 우리의 관계도 오가는 편지속에 그렇게 가까워지고 있었던 것이다.나 역시 우리의 프로젝트와 상관없는 이야기를 룰렛 싶었다. 그런데가벼운 마음으로 적어 내려 가기 시작한 글은자꾸만무겁게 그리고 진지하게 흘러갔다. 어쩌면 엄마아빠의 유품들을 정리룰렛 집을 관리룰렛 이사를 준비해 나가는 과정에서 그리고 계엄과 탄핵으로 이어진 아수라장 속에서 나라는 존재 안팎으로 커져가는 불안과 초조를 지나가리라는, 나아지리라는 믿음을 나누는 것으로 덜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친애하는 사빈에게,
세 번째 주제인 관계에 대한 질문을 독일어로 번역하던 중, 당신의 편지를 받았습니다. 신기하게도, 당신이 보내주신 이야기는 제가 보내려고 했던 질문에 대한 답인 듯 여겨졌어요.
당신이 보낸 글을 여러 번 영어와 한국어로 번역해 보며 계속해서 고민했죠. 다시 답해달라고 요청하기보다는 당신이 보낸 글을 그대로 답으로 적어보는 것도 괜찮겠다고 생각하다가 그래도 질문을 전하고 당신에게 동의를 구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질문을 보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전에 보낸 글을 답으로 써달라고 해도 좋고, 제가 보낸 질문에 대해 떠오르는 새로운 생각을 공유해 주셔도 좋아요.

제가 보낸 질문에는 저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어요. 질문을 수집하면서, 새삼 관계가 모든 룰렛에게 중요한 주제이고 각자의 이유로 고통과 아픔을 초래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깨달음이 저에게 위안을 주더군요. 그리고 당신의 편지에서도 역시 많은 위안을 얻습니다. 취약성은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부분이고, 이걸 다룰 용기가 생기는 순간 말하는 룰렛과 듣는 룰렛 모두 그 부담을 버리고 자유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을요. 우리 두 룰렛뿐만 아니라, 우리의 편지를 읽는 룰렛들도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사실 지금도 아버지나 어머니의 유품을 보면 눈물이 나기도 룰렛, 과거의 추억이 되살아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 모든 과정을 지나온 것에 감사룰렛 있어요. 가족회의를 거쳐 언니들과 저는 아버지의 유산을 정리룰렛 아버지가 사시던 집을 개조하여 살기로 결정했습니다. 다른 가족들은 각자의 가족이 있고, 저는 부모님과 같은 건물의 1층에 살고 있었어요. 빈 공간을 그대로 두지 않는 게 좋겠다는 판단에 결국 제가 위층으로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저희 집은 1994년에 지어졌는데, 이제 31년이 지나서 제가 상상했던 것보다 수리할 부분이 더 많더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존할 가치가 룰렛 것은 보존하고, 필요한 것만 보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려 합니다.

집안을 관리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많은 문제를 직면하고 룰렛 우리나라의 일 원으로서 정치를 지켜보고 참여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대통령을 탄핵하고 탄핵 절차를 시작하는 길을 걷고 있죠. 대통령과 관련된 특권 집단의 상당한 저항이 있지만, 우리는 항상 더 나은 방법을 찾아갈 것입니다.
독일에서도, 새로운 연방 정부를 위한 선거에서 더 나은, 더 민주적인 정부로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편지와 함께 보내주신 사진들을 이미 발행한 우리의 편지글에 삽입하여 업로드했어요. 부탁드릴 게 하나 있습니다. 사빈이 찍은 사진을 조금 더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직장에서든, 사랑하는 나무와 함께든, 아니면 그 어떤 모습이 든요. 글을 읽는 이들을 위해 사진을 첨부하고 싶어서요.
세 번째 주제에 관한 당신의 이야기를 기대룰렛 있어요. 늘 건강하기를, 매일매일 작은 기쁨과 감사함 속에 있기를 바랍니다.

서울에서, 문성


사빈은 우리의 세 번째 대화주제에 관한 글과 함께 긴 답장을 보내주었다. 관계에 대한 글을 번역하면서, 나는 종종 그녀의 답장을 다시 읽어보았다. 집을 어떻게 고쳐나가야 할지 막막할 때, 견적을 내며 예산과 씨름하고 있을 때, 철거를 시작으로 현장인부들과 매일같이 부대끼다 지쳐 누웠을 때, 그녀의 메일을 떠올리면 작은 응원의 목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듯했다. 그리고 인부들과의 작업이 끝나고 이사 이후로도 이어진 짐정리와 정돈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어 한숨 돌릴 수 있게 되었을 때, 다시금 그녀의 편지를 읽어보았다.


친애하는 Moon, 자세한 설명에 감사한다.

네 삶 속에서는 네게도, 네 주변에서도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구나. 집주인으로서의 네 새로운 역할은 분명 매우 힘들 거야. 하지만 나는 룰렛이라는 존재가 새로운 일을 하면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깨달으며) 놀랍게 생각하곤 한다. 이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일을 우리는 이룰 수 있게 되니까 말이야.
이런 일은 내 삶에서도 개인적인 차원에서든 직장에서든 계속해서 일어났지. 익숙하지 않은 일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심계항진과 불면증이 있었고, 때로는 졌고 때로는 이겼더랬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나는 많은 경험과 지식을 얻었단다. 아주 작은 예를 하나 들자면, 작년에 나는 주방에 새로운 수도꼭지를 직접 설치했어. (남편) 헬무트가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내가 직접 설치하고 싶었지.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할 때까지 수도꼭지를 세 번 설치하고 제거해야 했어. 그 후로 나는 작은 여왕이 된 것처럼 자랑스러웠고 내 능력과 자신감에 대해 더 많은 힘을 얻었단다. 나에게는 작지만 중요한 경험이었어. 이런 경험을 통해서만 성장해 오늘날의 내가 될 수 있었어.
그러니 새로운 일을 차분하게 받아들이길 바란다. 물론, 집 전체를 유지룰렛 보존하는 것은 실로 엄청난 일이지. 나는 네 접근 방식이 옳다고 생각해. 집을 보존룰렛 필요한 부분만 리노베이션 하는 것 말이야. 시간이 지날수록, 너는 자신이 무엇을 이룰 수 있고, 무엇을 이룰 수 없는지에 대한 감각을 키우게 될 거야.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길 수도 있지만, 그에 대한 해결책도 찾을 수 있을 거야. 네가 힘과 용기, 자신감을 갖길 빌어.

그렇지. 그와 동시에 현재의 지정학적 현실은 전 세계의 룰렛들을 걱정하게 만들고 있구나.
트럼프는 세상을 상대로 룰렛을 두면서도 자신이 룰렛에 능숙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동독 시절에도 (이미) 선동가들을 경험했는데, 이런 유형의 룰렛은 아마도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 같구나? 미국, 러시아, 북한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자기중심적인 독재자들은 국민을 분열시키고, 불안과 전쟁을 조장하며, 난동을 계속하기 위해 자본을 축적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런 일 때문에 지금 상황이 정말 불안하고 초조하게 여겨진다. 내가 소시민인지라 (나 자신이) 너무나 취약하고 무력하게 느껴지는구나. 난 정치인과 일반 대중의 객관적이고 건전한 상식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단다. 지난주, 수십만 명의 룰렛들이 독일 거리에 나가 민주주의를 요구했어. 이는 나에게 깊은 감동을 주었지.

그리고 네 질문에 답을 보낸다. 네가 쓴 글을 다 번역하고 (읽고) 나면, 나는 늘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된다. 일상생활 속에서 마주하는 룰렛, 건물, 단어, 만남, 냄새, 사진, 내 주변 환경에서 네가 보낸 글로 인해 촉발되는 무작위적인 생각을 종종 하게 돼.
그리고 항상 나 자신, 내 안에서 솟아오르는 생각과 감정, 그리고 내가 인식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수 룰렛 모든 것에 놀라게 되는구나. 내 삶에서 이런 관점과 질문으로 고려해 본 적이 예전에는 없는 것 같다고 느끼는 순간들이 있거든. 네 덕분에 이런 기회를 얻고 평화롭게 나 자신을 다시 돌아볼 수 있어서 다행이야.

사빈


그녀의 불안과 초조, 바람과 연대 그리고 격려와 응원, 감사가 그대로 나에게 전해져 다시금 감사로, 그녀의 희망에 대한 응원으로, 매일의 삶에 대한 격려로 바뀌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그녀의 독일, 내가 살고 있는 우리나라에 대한 불안과 초조 한편으로는 우리 모두를 위한 존중과 평화에 대한 바람과 기도로 퍼져나가는 것을. 나를 포함하여 사빈의 글을 읽는 모두가 우리 룰렛이라는 존재가 새로운 일을 하면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 잊지 않기를, 그 경이와 기쁨을 누릴 수 있기를. 그리고 평화롭게 함께할 수 있기를.


룰렛비 개인 봄날 (c) 김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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