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에는 댄싱다연 선생님의 북토크 진행, 목요일에는 촛불 집회. 이번 주에는 네 번 달렸다. 월 수 금, 그리고 오늘.
아까 있었던 일이다.
르락 카페에서 시작해 물빛다리 건너 수변로를 한참 벳16면 카누 경기장. 거기가 대략 4km, 갈등이 폭발하는 지점이다.
남은 1km를 빡시게 달려갈 것인가, 페이스를 유지할 것인가.
오늘 알았다. 달릴 때 내 존재감은 미미한 편이었다. 앞에 가는 소년 두 명이 내 발소리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갑자기 귀신이 다가온 듯 깜짝 놀랐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예절을 추구하는 사람. “죄송합니다.” 허리 숙여 인사해야 하지만 달리는 중이니까 말로만 했다.
“우리도 벳16자.”
벳16 두 명이 주고받는 말소리가 들렸다. 곧바로 뛰는 소리. 나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려나. 하지만 나는 3월 한 달 동안 총 100km를 달린 사람. 먼먼 옛날에 씨름왕(참가자 수 비밀)이었던 사람, 아기 낳고 한 달 만에 시민연대 농구 경기에서 3점 슛을 날린 체육인.ㅋㅋㅋㅋㅋㅋㅋ
힘껏 쫓아오던 벳16들의 가쁜 숨소리는 멀어졌다.
5km / 28분 08초 / 케이던스 193
기록을 확인하고 천천히 걸었다.
“저기요. 정말 잘 벳16시네요.”
으아니. 영광스럽게도 벳16들이 말을 건네는 게 아닌가.
“감사해요. 근데 벳16기한 지 얼마 안 돼요. 2월 28일에 시작했어요.”
“혹시 새만금 마라톤 대회 나가세요?”
“네. 10km요.”
“저도 친구들이랑 10km 나가요. 그때 만날 수 있겠네요.”
벳16들은 친형제였다. 중학교 3학년, 고등학교 2학년. 항공기 조종사 되고 싶다는 고등학교 2학년 형과 찬바람 그대로 맞으면서 얘기했다. 마침 최길림 계주님의 조카도 한국항공대 졸업하고 미국 가서 비행 연수하고 지금은 한국항공전문학교 울진비행훈련원에서 비행시간(300시간인가 500시간)을 채우고 있어서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다음 주 일요일 새만금 마라톤 대회.
먼저 알은체 해준 고2 벳16에게 인사해야 하니까 ‘번따’ 해봤다.ㅋㅋㅋㅋ
#은파호수공원
#벳16기
#새만금마라톤대회
#번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