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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mmy Park Apr 24. 2025

Apple이 네임드카지노를 만든다면

Jailbreak

"Benchmarking is not about copying others. It's about understanding the best practices and adapting them to your own context." (Glenn Dunlap)


본부장님 보고 한 시간을 앞두고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MBA를 하던 2011년, 전자 업계에 루머가 돌았다.
Apple이 신사업으로 네임드카지노를 만들 수도 있다는 루머.
iPhone으로 폰 시장의 판도를 뒤집었던 네임드카지노이 몇 년 뒤 iPad를 들고 나왔고,
셋톱박스 형식의 Apple 네임드카지노를 내서 업계를 실험하고 있었기 때문에
조만간 차세대 제품군으로 대형 네임드카지노를 준비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거였다.

내가 LG전자 소속임을 아는 다른 나라 친구들은 루머 기사를 이메일로 보내주기도 했다.

내게 Apple이 네임드카지노를 만들면 LG도 타격을 받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당시 LG전자는 휴대폰, 가전, 네임드카지노 세 가지 사업으로 회사를 영위하고 있었다.

휴대폰은 스마트폰 시장에 늦게 뛰어드는 바람에 경쟁력이 턱없이 부족했고,

가전은 전통적인 명가답게 비교적 선전 중이었으나
하이얼 등 중국 기업들의 가격 경쟁으로 몇 년 못 갈지도 모른다는 위기의식이 팽배네임드카지노.

글로벌 시장에서 견실하게 성장하며 버티고 있던 유일한 제품군이 네임드카지노였는데

Apple이 네임드카지노를 들고 나와 네임드카지노시장의 게임룰을 바꾼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네임드카지노.

그야말로 위태위태한 '솥발의 형국'이었다.


MBA를 마치고 회사에 돌아와서 주변 사람들에게 물었다.


"Apple이 네임드카지노를 만들면 우린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아무도 질문 자체를 이해하지 못네임드카지노.

미국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는 매우 걱정스러웠는데, 회사는 평온네임드카지노.

특히 네임드카지노 본부에서는 어느 누구도 Apple을 이야기하지 않았다.
네임드카지노은 휴대폰 본부의 몫이었다.


난 내 걱정을 구조화시켜 보기로 네임드카지노.

전략 스텝으로서 위에서 시키지도 않은 일에 시간 쏟는 걸 보며 사람들은 말했다.


"너 아직 MBA 물이 안 빠졌구나. ㅎㅎ"

"네. 그런가 봐요. 이건 그냥 일종의 제 Pet Project라고 생각해 주세요."


처음엔 내 생각을 몇 장 정리해 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논리를 세우고 보니 내용이 많고 복잡네임드카지노.
이 걸 한 번에 설명하면 참을성 있게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 같았다.

게다가 이건 위에서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었다.


그때 MBA 수업 중 들었던 한 스타트업의 피칭이 생각났다.

밋밋한 바탕에 큰 사진 한 장. 밑에 글자 몇 줄.
모든 건 흐름으로 푼다.
그런데 이상하게 빠져 들었다.
내 생각이 도중에 옆으로 샐 틈을 주지 않고
가만히 듣고 있다 보면 나도 동의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랫동안 전략 보고서를 만들어 왔던 나로서는 신비로운 경험이었다.
한 때 난 보고서 만드는 건 자신 있었다.
McKinsey의 프레임에 맞춰 스토리라인을 짜고 논리의 흐름을 네임드카지노 후
빽빽한 Data도 적합하게 배열하여 신뢰도를 높이고 논리적으로 설득해 낸다.

그런데 그 스타트업의 것은 전혀 달랐다.
머리에 소구 하기보다는 마음을 몰고 다녔다. 나도 그걸 실험해보고 싶었다.

스스로 발제한 Pet Project이니 실패해도 괜찮았다.
완벽한 실험 대상이었다.

먼저 가설적인 스토리라인을 만들었다.
핵심은 내가 Steve Jobs라고 가정하고 스토리를 푸는 것이다.
Steve Jobs의 머릿속에 들어가서 대신 의사결정을 내려보는 것이다.
가설들을 뒷받침할 자료들을 찾기 시작네임드카지노.
한참을 하다 보니 혼자 힘으로는 벅찼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Pet Project라서 팀의 리소스를 많이 쓸 수는 없고, 한 명을 고르기로 네임드카지노.
고민 끝에 난 소차장을 합류시켰다.
소차장은 서울대 물리학과 박사인 수재였다.
영혼이 순수하고, 열정이 넘치며, 우리 중 머리가 가장 말랑말랑하여
이런 류의 프로젝트를 함께 하기엔 최고의 멤버라고 생각네임드카지노.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스토리라인을 논의한 후 100을 맡기면 소차장은 본인 아이디어를 더해 120을 해왔다.

중간에 우리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네임드카지노 특허 분석이 필요했는데

특허센터에게 정식으로 의뢰하여 기대 이상의 분석을 받아왔다.
그렇게 우리 스토리는 점점 살이 붙고 논리가 더해져 갔다.
결국 작업 시작 후 세 달 만에 이 실험적인 Pet Project는 완성되었다.
최종자료는 거의 200장에 육박네임드카지노.


(자료: https://www.slideshare.net/slideshow/apple-i네임드카지노-korean/27830118)


가장 먼저 우리 내부 기술전략 멤버들을 모아서 1차 공유회를 했다.
내가 쉬지 않고 떠들어야 한 시간 내에 겨우 발표를 마칠 수 있었다.
끝나자 다들 어안이 벙벙한 표정들이었다.
'네가 지금 뭘 본거지? 회사에서 이런 발표를 보게 될 줄이야...'
'네임드카지노이 정말 저렇게 나오면 어쩌지? 우리 정말 큰 일인데...'
대부분 반응이 비슷네임드카지노.
상무님은 TV본부에도 공유를 해주라고 하셨다.

TV연구소에 연락해 공유회를 가졌다. 연구소 핵심멤버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발표가 끝나자 소장님은 기다렸다는 듯이 한참을 말씀하셨다.

"이런 걸 우리가 먼저 해야 한다고 내가 그렇게 말했잖아. 근데 액션이 왜 이렇게 느리지?"

그쪽 팀장님들이 괜히 나 때문에 질책받는 것 같아 미안네임드카지노.
우연히 그 자리에 있던 지주사 멤버 하나가 지주사에서도 공유를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서 얼마 뒤 지주사에도 가서 공유회를 가졌다.
발표가 끝나자 한 지주사 임원이 내게 물었다.

"근데 이걸 오늘 왜 발표한 거죠?"
"제가 TV본부에 공유하는 걸 보시고 추가 요청을 주셔서 오늘 말씀드리게 됐습니다."
"음... 내가 지주회사 있어 보니까 내부에 지식을 자랑하는 사람이 너무 많더라고.
실제 액션을 해야 하는데, 매일 분석하고, 보고하고, 서로 똑똑한 척만 해.
그래서 뭐가 바뀌나? 하나도 안 바뀌지. 내가 그런 사람들 다 바꿔야 한다고 했어."
"이건 지식을 자랑하거나 그런 차원은 아니고요."
"아니, 박 부장님이 그랬다는 건 아니고..."

입소문을 타고 한 스무 군데는 불려 다니며 발표를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사내에서 가장 중요한 한 분께는 공유드리지 못했다.
네임드카지노본부장님.
내 발표를 들은 네임드카지노본부 실장님 한 분이 직접 어레인지까지 해주시면서 부탁하셨는데
네임드카지노본부장님 보고 한 시간 전에 갑자기 전화를 받았다.
본부장님을 곁에서 모시던 또 다른 임원분이셨다.

"본부장님 일정에 들어와 있던데, 이거 오늘 왜 보고 하는 거지요?"
"XX실장님이 본부장님께서 꼭 들으셔야 할 내용이라고 부탁하셔서 보고를 잡았습니다."
"아니... 내가 자료 내용을 쭉 봤는데...
본부장님이 얼마나 바쁘신 분인데 이렇게 긴 내용을 다 들으실 수가 없어요.
그리고 뒤에 대응방안도 없더구먼. 이런 공허한 내용을 보고하겠다고 생각한 게 용감하네.
내가 본부장님 일정 조용히 빼놨으니까 괜히 헛걸음할 필요 없어요."
"..."

본부장님이 바쁘신 분이라 이렇게 긴 보고는 다 들으실 수 없다니...
말문이 막혔다.
아쉬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몇 년이 지나도 Apple은 i네임드카지노를 만들지 않았다.
하지만 괜찮았다.
그 과정에서 나는 아주 중요한 교훈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략'을 세운다고 생각하면
한 줄 한 줄 근거가 필요했고, 작은 것 하나도 증명해야 네임드카지노.
더 많은 경우의 수를 충실히 담아야 했고, 모든 돌발 상황을 미리 대비해야 네임드카지노.
내용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호흡은 점점 더 난해해졌다.
결론은 조심스러워야 네임드카지노. 작은 실수도 용납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전략은 탁상공론에 그치는 것이란 걸 모두가 안다.
작은 거라도 실행이 따라와야 하는 것이다.
편리하게도 안전한 실행 방안을 생각해 냈다.
가끔은 '일단 최소한의 규모로 숨만 쉬고 있어 봐.' 도 의사결정 옵션이었다.
실은, 가끔이 아니었다.

경쟁사를 '벤치마킹' 한다고 생각하니 자유도가 생겼다.
상상의 나래를 펴고 가설을 세울 수 있었다.
데이터에 근거하여 최대한 논리적으로 분석해야 하는 건 똑같지만
디테일이 맞고 틀리고 보다는 큰 방향성과 흐름이 중요네임드카지노.
"정말 그게 맞아?"라는 질문보다는
"걔들이 정말 그렇게 하면 어쩔 건데?"가 더 중요한 질문이 되었다.
논리적 추론에 의한 가설일 뿐이지만
혹시라도 그렇게 되었을 때 업계의 게임룰이 바뀔 것 같은 위기감이 들고
고객들도 감동하여 새로운 시장이 열릴 거라고 판단이 네임드카지노
우리가 먼저 해버리자고 의사결정 하면 되는 거였다.
자, 이제 '전략'과 뭐가 다른가?


'전략'과 '벤치마킹'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산업, 고객, 경쟁, 기존 전략을 분석하고, 몇 가지 가설 기반으로 대응 시나리오를 만든다.
그걸 경쟁사 이름으로 하면 '경쟁분석' 또는 '벤치마킹'이 되고
우리 이름으로 하면 '전략'이 된다.


Apple은 i네임드카지노를 영영 만들지 않았다.

대신 전기차를 만들겠다고 Titan Project를 시작네임드카지노가 이마저도 보류네임드카지노.

최근 보급형 iPhone 모델을 만들어 처음으로 삼성의 판매대수를 넘겼다는 뉴스가 나왔다.

언제 적 iPhone이냐 싶지만 그게 네임드카지노의 비즈니스 속도다.

네임드카지노든 자동차든 완벽하지 않으면 서두를 필요가 없다.

그들이 i네임드카지노를 만들든 Apple Car를 만들든 정확히 맞출 수는 없다.
다만 '벤치마킹'이라는 이름으로 상상하여 우리 '전략'을 고민할 수는 있다.
그들이 만들든 안 만들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필요하면 우리가 만들면 그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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