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cus religiosa,인도메이저 바카라 사이트
지난 3월 초순, 베트남 다낭으로 가족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에서 가족들은 남국의 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기 위해 선택한 휴양지였지만, 나는 열대의 수목을 감상할 좋은 기회로 잔뜩 기대하고 출발했다. 열대의 나무들 중에서도 우리나라에서는 식물원 온실에서만 볼 수 있는 인도보리수(Ficus religiosa)를 베트남의 불교사원에서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다낭의 관광지 중 하나인 린응사(Linh Ung Pagoda)를 이번 여정에 넣자고 여행을 준비하는 둘째에게 부탁했다. 하여간 날씨가 좋으면 해수욕을, 기온이 낮으면 시내관광을 하기로 하고 여행에 나섰다.
보리수는 원래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나무아래에서 깨달음을 얻었다고 하여, 불교에서 숭배하는 나무이고 깨달음을 뜻하는 ‘보리菩提’라는 이름을 얻은 이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피나무 류(Tilia spp.)를 보리수로 부르기도 하고 또 별종의 보리수나무(Elaeagnus umbellate)가 있어서진짜 보리수는 인도보리수로 부르고 있다. 나는 우리나라에서 피나무 류를 보리수로 부르게 된 역사적 배경에 대해 졸저 『옛글의 나무를 찾아서』에서 “깨달음을 상징하는 나무에서 겨울 나그네까지, 보리수와 피나무”라는 제목의 글로 정리한 바 있다.* 그리고 2017년 겨울 베트남 호치민시티 식물원에서 아름드리 인도보리수를 감상한 적이 있어서, 이번에는 열대지방의 불교 사원에서 숭배의 대상으로 식재된 인도보리수를 친견하고픈 소망이 있었던 것이다.
3월 4일 오후에 다낭에 도착하니 날씨가 좋아서, 자연스레 링응사 행은 밀리게 되었다. 여행 넷째날인 3월 7일에서야 겨우 시내 관광에 나설 수 있었는데, 참 조각 박물관(Museum of the Cham Sculpture)에서 다낭성당으로 가는 길에서 이번 여행에서는 처음으로 인도보리수를 만났다.** 내가 본 나무가 진짜 보리수가 맞는지, 꼬리가 길쭉한 잎 모양을 유심히 관찰했다. 얼마 후에는 무화과나무속(Ficus)의 특징인 줄기에 열매를 매달고 있는 보리수도 만났고, 가로수로 심겨진 고목도 만났다. 이렇게 시내 중심가에서 보리수를 보고 나니, 린응사에도 실제 보리수를 심어서 참배하고 있는지가 더욱 궁금해졌다.
다음날도 린응사 관광은 우선순위에서 밀렸고, 호이안(Hoi An) 시내 관광과 다낭의 마블마운틴(Marble Mountain, 五行山) 사이에서 고심하다가 숙소에서 가까운 마블마운틴으로 정해졌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관광지에 대한 대강의 정보만 파악한 후 그랩(grab)으로 택시를 불러서 마블마운틴으로 향했다. 해변에 위치한 마블마운틴은 목,화,토,금,수의 오행산五行山(Ngu Hanh Son)으로 불리는데, 우리 가족은 주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산에 오르는 투이손(Thuy Son, 水山)만 둘러보기로 했다. 투이손에도 불교사원이 여럿 있다고 하여, 남방 불교 사원의 보리수를 볼 수 있으리라 믿으며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향했다. 마블마운틴에 도착하자 마자, 투이손으로 오르는 엘리베이터 벽면을 거대한 푸밀라모람(Ficus pumila) 덩굴이 열매를 주렁주렁 매달고 장식하고 있어서 나를 기쁘게 했다.굴원의 <초사에서 은사隱士의 상징으로 쓰인 벽려薜荔가 바로 푸밀라모람이고 이 벽려 열매를 자생지 환경에서 보았기 때문이다.***
기대에 부풀어 나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곧장 올라가 한 사원으로 향했다. 드디어 사원 옆 야외 언덕, 큰 보리수나무 아래 정좌해 계시는 부처님 상을 만났다. 잎 모양을 보니 보리수가 틀림없다. 실제로 보리수 나무 아래 부처님을 배알하니 불교도가 아닌 나도 잠시나마 경건한 마음이 자연스레 들었다. 드디어 이번 다낭 여행길을 오르면서 지녔던 내 작은 소망이 이루어졌으니 어찌 기쁘지 않을소냐! 곧 발길을 돌려 대웅보전(大雄寶殿)이라는 익숙한 현판이 걸린 전각을 관람했다. 이 사원 이름도 린응사(Linh Ung Pagoda, 靈應寺)였는데, 아마도 링응사는 배트남의 여러 절 이름으로 쓰이는 듯했다. 이 절의 또 다른 야외 부처님 상 앞에서는 큰 화분에 심겨진 분재 보리수도 만났다.
마지막 날인 3월 9일은 날씨가 다시 좋아져서 가족들은 수영을 간다고 한다. 이미 마블마운틴의 불교사원에서 보리수를 친견한 후라, 꼭 가야 할 곳은 아니었지만 나는 홀로 물놀이 대신 숙소 해변에서 거대한 해수관음상이 멀리 보이던 린응사(靈應寺)로 향했다. 어김없이 이곳에서도 보리수를 비롯한 무화과나무속 고목들이 사원 경내에 많았다. 어느 한 한국관광객이 보리수가 있다는데 무슨 나무인지 모르겠다는 말을 듣고 알려 드리기도 했다. 거대한 해수 관음상 앞 작은 석가산에도 어린 보리수나무들이 자라고 있었다. 이로써 베트남의 불교사원에서도 보리수를 참배의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 선종의 제5조이신 홍인弘忍(601~674)의 상좌上佐이자 북종선의 시조인 신수神秀의 유명한 게송偈頌을 읽어본다.
身是菩提樹 몸은 보리의 나무요
心如明鏡臺 마음은 밝은 거울과 같나니
時時勤拂拭 때때로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莫使有塵埃 티끌과 먼지 묻지 않게 하라
이 게송을 보고 6조 혜능慧能(638~713)은 “보리는 본래 나무가 없고 / 밝은 거울 또한 받침대 없네 / 부처의 성품은 항상 깨끗하거니 / 어느 곳에 티끌과 먼지 있으리오 (菩提本無樹 明鏡亦無臺 佛性常淸淨 何處有塵埃)”라는 보리심을 표현한 게송을 읊어서 홍인의 인가를 받고 의발을 전수받았다고 하는 이야기가 전한다.**** 이러한 선종의 두 고승의 경지야 범인의 언급이 불가하겠지만, 우리네 보통 사람들은 평정심이라도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마음을 닦아야 하리라. 다낭의 불교사원, 보리수 나무 아래에서라면 보리심이야 언감생심이지만 잘 하면 평정심은 유지할 수 있을 듯했다.
<끝
*옛글의 나무를 찾아서, 이유출판, 2023, pp.110~118.
**이 글에서는 앞으로 인도메이저 바카라 사이트(Ficus religiosa)를 편의상 메이저 바카라 사이트菩提樹로 칭한다.
***"다낭 여행에서 감상한<초사의 벽려薜荔 - 푸밀라모람 Ficus pumila" (미슐랭카지노 미슐랭카지노에서 미슐랭카지노한)
****성철스님 법어집, 돈황본 육조단경, 장경각, 불기2535, pp.99~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