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약
도로가 얼마나 막히는지, 포 카드 포커이 휴대폰으로 고속도로 상황을 검색하고 있다.
다음 주 평일에 있을 시부모님 제사에 갈 수 없어 주말인 오늘에 가기로 했다. 이렇게 내려가면 늘 그렇게 하듯 시집 형제들의 집을 돌며 다 만나고 온다.
아침 일찍 서둘러 나서서 도로가 막히지 않아 편히 달릴 수 있었다.
결혼 후 지금까지 세 시간넘게 걸리는 이 길을 벌초와 제사, 일 년에 두 번 행사에 사십 년을 다녔다. 그동안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셨고 형제들은 그 시간만큼 나이를 먹었다.
휴게소에 들렀다. 카페에서 커피의 가격과 양에 놀라며 한 잔만 사서 차로 가져와 포 카드 포커과 나눠 마셨다. 커피는 어딜 가나 왜 이렇게 양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불평하면서.
편의점에서 캔 커피로 살 걸, 후회포 카드 포커.
늘 그렇게 하듯 익산 맏동서네 먼저 들렀다.
욕심 많은 그녀의 행과 불행에 불안과 안정을 반복하던 내 안의 오랜 동요도 나이가 들어서야 잠잠해졌다.
꽉 찬 오기로 그녀의 오장을 뒤집어놓는 나의 깐족거림을 멈춘 지도 꽤 됐고 퍼르르 자주 퍼레지던 그녀의 서슬도 이젠 색이 다 바랬다.
무릎이 안 좋다는 그녀의 걸음걸이가 불편해 보였다. 그녀의 무릎 통증이 나에게 전해오는 느낌으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젊었을 때 받은 암 수술로 우리 농산물에 관심이 많은 그녀에게 고춧가루와 말린 가지, 호박 등을 넓게 비어있는 식탁 위에 올려놓았다. 다음 주에 있을 제사 비용을 넣은 봉투도 함께.
우리가 직접 지은 농산물이 신기해 보인다며 그녀가 웃었다. 나는 할 줄도 모르는데 어찌해 보니 되더라고,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며 웃었다. 시숙도 그런 대화를 하는 우리를 웃으며 바라보았다.
그녀가 준비해 둔 차와 과일을 먹으며 우리는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가까이 살고 있는 상아(맏동서 며느리)가 두 돌이 막 지난 사라(상아의 딸)를 데리고 들어왔다.
동서는 사라가 못생겨 메주 같다며 웃었고 나는 못 생긴 애기가 어디 있냐고, 애기는 다 귀엽다고 말포 카드 포커.
책 많이 읽으라며 준비해 간 문화상품권 봉투를 사라 손에 쥐어주니 사라는 낯설어서 입술을 삐질 거리고 제 엄마의 품으로 얼굴을 돌리며 손을 비틀었다.
상아는 “안 주셔도 되는데..”하며 아기의 손에서 떨어지려는 봉투를 받았다.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시숙이 운전하는 차에 다 같이 타고 갈비탕을 잘한다는 식당으로 갔다. 사람이 많아 번호표를 타야 하나 생각
하는데 다섯 명 앉을자리가 나와서 바로 들어가 앉을 수 있었다. 넓은 공간에 꽉 찬 손님들로 시끄러웠다. 식당이 이 정도면 기업이라고 내가 말포 카드 포커.
호남 음식은 어딜 가나 만족스럽다. 갈비에 고기가 많이 붙어있어 가위로 한참 잘라야 했고 맛도 좋았다. 반찬을 직원에게 여러 번 더 주문해서 먹었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포 카드 포커이 계산을 하기 위해 슬며시 일어나 카운터로 가는데 눈치 빠른 동서가 옆에 앉아서 사라 입에 밥을 넣어주고 있던 상아를 멀리 있는 듯 크게 급히 불렀고 상아가 얼른 일어나 포 카드 포커 뒤를 쫓아갔다.
잠시 후에 돌아온 상아가 “카운터 직원이 작은아버님 카드를 받고 제 카드는 받지 않아서 못 냈어요”하며 미안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우리가 아주버님 네 갈비탕 한 그릇 못 사드리겠냐고 말했고, 포 카드 포커이 형님은 퇴직하셨고 저는 아직 일을 하고 있으니 더 좋은 것도 사드릴 수 있다고 내 말을 이었다. 그리곤 형님 뵈러 자주 내려와야 하는데 뭐가 그리 바쁜지 자주 못 와봐서 죄송하다고도 말했다.
식사를 끝내고 나와서 동서네 집으로 다시 가기 위해 차에 올랐다.
아들네와 가까이 살아 얼마나 좋으시냐고 차 안에서 포 카드 포커이 동서에게 말하자 상아가 얼른 말을 받았다. “부모님이 아이를 봐주시니까 직장에 편히 다닐 수 있어서 제가 더 좋지요.” 그리고 수줍게 웃었다.
동서 집으로 들어가 상아가 타주는 차를 한 잔 더 마시고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었다.
들를 데가 많아 이제 일어나야 포 카드 포커.
그제 서야 사라가 나에게 눈을 맞추며 웃었다.
내일 집에 올라갈 때 휴게소에서 음료수 사 마시라며 동서가 코트주머니에 돈을 넣어주었다.
그녀가 여전히 조심스럽게 걸으며 대문 밖으로 나와서 이렇게 금방 헤어져서 서운하다고 말포 카드 포커.
포 카드 포커이 차를 돌리는 사이 나는 동서에게, 젊어선 모두들 어렵게 살림을 시작해이젠 건강하기만 하면 살 텐데 아파서 걱정이라고 말하자 그녀가 참말이라고 낯빛 환하게 호응포 카드 포커.
공주 큰 시누이네로 달렸다. 달리는 차 안에서 내가 형님은 며느리 잘 봤다고 말했고 포 카드 포커도 그렇다고 답했다
큰 시누이네 도착해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날개를 푸닥거리던 닭도, 시끄럽게 짖어대던 개도 이젠 키우지 않아 적막하다. 집과 붙어있는 네모반듯하고 넓은 밭은 녹지 않은 눈으로 하얀 겨울이어 더 적막포 카드 포커.
그리도 부지런하더니 정년퇴직 후에 무기력 증으로 모든 일을 놓고 집안에서만 칩거 중인 시누이 포 카드 포커의 마음을 보는 듯했다.
직장 생활할 때 그는 활기가 넘쳤었다. 벌초 때 우리가 들르면 뒤 베란다 너머에서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논을 가리키며 자랑했었다. 저 논을 철도청으로부터 종신토록 임대받아 쌀농사도 짓고 있다고.
동네 누군가가 대문 밖 저쪽에 비어있던 밭도 지으라고 줘서 직장 다니며 거기까지 짓느라 엄청 바쁘다고.
대문 안 그의 밭에선 각종 채소들이가을바람에 너울춤을 추었었다.
그가 추수한 쌀을 우리 집으로 여러 해 보내주기도 했었다. 반질반질 기름이 흐르는 햅쌀을.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니 그가 포 카드 포커과 악수하곤 바로 눈물을 보였고 목청 큰 시누이는 또 저런다며 소리를 질렀다.
나는 고춧가루와 고추부각을 꺼내 식탁 위에 두었다.
그녀가 고추부각은 기름에 튀겨먹으면 맛있다며 고춧가루와 함께 베란다로 내놓았다.
포 카드 포커이 자네는 지금이 가장 좋은 때라고, 부부가 같이 여행도 다니고 재미있게 지낼 때라고, 저 좋은 밭도 왜 놀리느냐고 말했다. 밭이 대문 밖에 있지 않고 안에 있는데.
나가서 사람도 만나라고도 말포 카드 포커.
그는 사람들 만나는 게 싫다며 고개를 저었다.
마당에 있는 뾰족 감과 대추, 키위 등 과일은 손길을 주지 않는데도 잘 열리고 있단다.
다음 날이 그의 생일이어서 냉장고 커버에 달린 옆 주머니에 봉투를 넣으며 고모부 생일인데 필요한 거 사드리라고 말포 카드 포커. 주방에서 커피를 타던 그녀가 나를 바라보면서 뭘 또 그런 걸 주느냐고 말포 카드 포커.
오래전부터 겨울마다 보내주는 청국장을 이번에도 잘 받았다고 내가 말했다. 그녀가 이번 청국장 맛은 어떤지 모르겠다고 해서 나는 여전히 맛있더라고 대답했다.
휴게소에서, 동서 네서, 여기서, 커피를 계속 마시는 포 카드 포커에게 커피는 이제 그만 마시고 따뜻한 물을 마시라고 잔소리하려다가 말고 나만 따뜻한 물을 내려 마셨다.
말린 고추가 담겨있는 큰 비닐봉지가 켜켜이 쌓여있고 콩이며 말린 야채 등 가을걷이 농산물로 가득했던 문간방을 흘끗 보니 휑하니 비어있다. .
사과를 쟁반에 담아 내오는 그녀에게 과일을 먹을 시간이 없다고 말포 카드 포커.
이제 서천 작은 시누이네로 간다고 일어서자 같이 가겠다며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그녀의 포 카드 포커과 얘기를 나누고 나온 그녀와 함께 나섰다.
달리는 차 안에서 그녀가 형제들 만나 재미있는 시간 보내고 오라고 그가 말하면 좀 좋으냐고, ‘당신 어디 가는 거 내가 싫어해서 안 갔다고 나중에 나한테 따지지 말고 가고 싶으면 갔다 오라’ 말하더라고, 꼬옥 한 자락 깔고 저런 식으로 말해 사람 기분 나쁘게 만든다며 비기 싫어 죽겠다고 그를 향한 화를 쏟아냈다.
이럴 때 나는 짧은 대답으로만 공감하며 누구의 편도 들지 않는 것이 오랜 결혼 생활 중에 터득한 처신법이다.
작은 시누이네 도착하기 전에 가까이에 있는 시부모님 산소에 먼저 들르기로 포 카드 포커.
마트에서 오징어와 소주, 종이컵을 사서 시누이가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동안 나는 휴대폰으로 맞은편 미용실 지붕 끝에 매달린 고드름을 사진 찍었다. 어두워지려고 해서 빨리 찍었다.
산소에 올라가 오징어와 소주를 놓고 절을 하고 나서 포 카드 포커이 종이컵에 소주를 따라 산소 주위에 부었다. 그러는 그의 모습과 두 손 모으고 서 있는 시누이 모습을 아래로 보이는 벌판의 눈 풍경과 함께 한 컷에 담아 사진을 찍었다. 가족사진은 가족의 기록이기에 가족 밴드에 올려 보관할 생각이다.
산소를 떠나며 포 카드 포커이 자손들 건강하고 잘 지내게 해 달라고 부모님께 부탁했다. 그가 내려가려고 돌아서다 산소로 몸을 돌려 다시 부탁했다. 우리 애들 건강하고 하는 일 잘 되게 해달라고.
차를 타고 또 달렸다. 시누이가 산소에서 절할 때 놓았던 오징어를 가져가라고 주기에 받아 배낭에 넣으며 물에 불려 썰어 무쳐 볶아서 포 카드 포커 도시락 반찬 해야겠다고 말했다. 오징어는 납작해서 배낭 안에 세워 넣기가 좋았다.
작은 시누이네 도착하자 기다리고 있던 그들 내외가 이웃 고장에 위치한 단골 횟집으로 우리를 태우고 갔다.
그들은 이곳에 자주 온단다. 동네 이장인 시누이 포 카드 포커이 지난 연말에 동네 분들 삼십여 명 다 모시고 와서 송년회를 했고 며칠 전엔 이장 모임 신년회를 이곳에서 했단다.
미인인 식당 여주인이 귀한 단골이 오셨다며 반갑게 맞이포 카드 포커.
우리는 잔을 들고 모두 건강하자며 건배포 카드 포커.
잔을 내려놓으며 작은 시누이가 그녀 특유의 통나무를 퉁, 한 번에 박는 듯한 투로 말포 카드 포커. "아프면 다 소용없어!"
통나무가 나에게 박히는 느낌으로 내 입에서 바로 대답이 튀어나왔다. "오! 맞아!"
그녀가 우리들 접시에 여러 음식들을 부지런히 담아주며 많이 먹으라고 권포 카드 포커.
큰 시누이는 소주를 연거푸 석 잔을 마시더니 그녀 포 카드 포커에 대한 불만을 또 쏟아냈다.
그녀는 자기가 일을 다니지 않고 집에서 같이 있었다면 벌써 속이 터졌을 거라고, 일을 나가야 그나마 숨통이 트인다고 포 카드 포커.
그리고 형제들에게 이렇게 풀어내니 속이 뚫려 시원해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포 카드 포커 흉을 보는 마음이 편친 않다고도 했다.
나는 생선회를 입에 넣으며 듣기만 했고 작은 시누이는 그녀의 맘을 이해한다며 그녀 입장에서 얘기해 줬다. 포 카드 포커은 그 사람 마음 잘 살펴주라고 했다.
익산에서 먹은 갈비탕으로 아직 속이 든든해서 작은 시누이가 접시에 자꾸 올려주는 음식들이 버거웠다. 주인이 서비스도 너무 많이 내줘서 나는 손 사레를 치며 그만 먹겠다고 포 카드 포커.
마지막으로 매운탕이 나올 거라고 주인이 말하자 큰 시누이가 자기 포 카드 포커 갖다 주겠다며 포장을 부탁했다.
우리는 까맣게 변한 밤을 다 같이 큰 시누이네로 달렸다. 큰 시누이가 그녀의 포 카드 포커 간식 좀 챙겨주고 나올 걸 깜빡했다고 말했다.
집 담 아래에 차를 세우고 모두 같이 들어가 큰 시누이 포 카드 포커에게 또 왔다는 인사와 가보겠다는 인사를 이어서 하고 나왔다.
우리는 더 까만 밤을 달려 작은 시누이네 다시 도착포 카드 포커.
싱크대 수돗물을 틀어 손을 씻고 있는 그녀에게 늘 두는 장소인 그릇장 문을 열고 여기에 명절 고기 값 넣어둔다고 눈짓으로 말하며 봉투를 넣어놓고 문을 닫았다.
두 남자는 각자 방으로 들어갔고 그녀와 둘이 식탁에 앉았다.
그녀는 과년해서까지 제 아버지가 저녁에 들어오면 “아빠!” 하며 안기던 딸이 결혼하더니 제 집에 온 아버지한테 왜 과일 껍질을 바닥에 흘리고 치우지도 않느냐며 짜증을 부리더라고 말했다. 너 결혼 전에는 집에서 이런 소리 한 적 없었다고 하자 결혼 전이었어도 거긴 우리 집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딸에게 적잖이 충격받았단다.
아픈 데가 자꾸 생기는 시누이가 혹여 그녀의 포 카드 포커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면 그녀의 포 카드 포커은 자식들한테 천덕꾸러기가 될 거라는 생각을 처음 했다고, 그녀의 포 카드 포커이 자기보다 하루라도 먼저 떠나는 게 복 중에 대 복일 거라고 '대 복'에 날 선 힘을 주며 고쳐 앉았다.
밤이 꽤 깊어졌는데 정읍에 사는 시동생이 왔다. 익산 큰 형네서 우리와 같이하는 점심 식사시간에 맞춰오려고 하는 일을 서둘렀는데 일이 너무 늦게 끝나 이리로 왔다고 포 카드 포커.
우리는 티브이가 있는 안방으로 들어가 귤을 까먹으며 미스터 트롯을 보았다.
나는 귤이 과즙이 흥건하고 달다고 말포 카드 포커.
그녀가 보일러 온도를 높이 설정해 줘 뜨끈한 방에서 깊이 자고 일어났다.
그녀가 차려 내주는 밥상은 언제나 정겹다.
우리는 TV를 틀어놓고도 TV는 저 혼자 떠들라고 내버려 둔 채 동그란 밥상에 동그랗게 둘러앉아 밥을 먹기 시작포 카드 포커.
그녀가 소고기 뭇국에 밥을 말며 말포 카드 포커. “이제부터 해마다 찹쌀현미 한 자루씩 줄 거여.”
그녀 내외가 함께 상의해 결정한 모양이었다. 그들은 혼자 결정하는 경우는 없으니까.
순간 놀라 나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했고 포 카드 포커도 시동생도 아무 말이 없었다.
막히지 않고 집에 가려면 또 서둘러야 한다.
시누이 내외가 찹쌀 현미 한 자루를 차에 실어주었다.
방아를 이제야 찧어서 주는 게 늦어졌다며 시동생 차에도 실어주었고, 익산 큰오빠 네와 공주 언니 네는 내일 택배로 보내야겠다고 말포 카드 포커.
시동생이 정읍 자기 집으로 가는 길에 두 집 들러 주고 가면 된다며 나머지 두 자루를 그의 차에 실었다.
지난해 고추는 안 매웠다고 올 고추 모종은 조금 매운 걸로 사서 봄에 우리 농장으로 오겠다고 해마다 봄이면 고추 모종을 사가지고 와서 심어주고 내려가는 시누이 내외가 말포 카드 포커. 시동생도 그때 그들과 같이 오겠다고 포 카드 포커.
시누이가 잊을 뻔포 카드 포커며 급히 안으로 들어가 얼려두었던 생선, 가래떡을 가지고 나와 트렁크를 열어 실어주었다. 가래떡은 농장 난로에 구워 먹으라고 포 카드 포커. 함께 가지고 나온 귤 봉지는 내가 받아 앞에 실었다.
차가 출발하자 나는 달고 흥건한 과즙을 입에 얼른 넣고 싶어 귤 봉지를 열었고, 포 카드 포커은 고속도로를 탈까 국도를 탈까 혼잣말을 했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포 카드 포커이 졸린 모양이다. 껌을 달라고 했다. 나는 껌 통의 뚜껑을 열어 껌 한 개를 그의 한 손으로 옮겨주었다.
휴게소에 들렀다. 이번엔 편의점에서 캔 커피를 샀다. 두 개는 양이 많아 한 캔만 산 커피는 내려갈 때 사 마신 카페 커피보다 맛있고 보관함에 꽂고 달리기도 편포 카드 포커.
또 달렸다.
맞은편에서 장례차가 스쳐 지나갔다.
33년 전, 내 앞에서 임종을 하신 시어머니도 저 차를 타고 저 길을 달려 선산으로 가서 누우셨다.
어느 여름휴가 때 어머니 댁에 내려가 며칠 지내다 집으로 올라오는 날 아침에 흙 묻은 내 구두를 젖은 걸레로 닦아 댓돌 위에 가지런히 올려놓으시던 어머니 모습과, 어느 쌀쌀한 봄날 어머니가 우리 집에 오셨을 때 뜨뜻한 물에 가루비누를 풀어 어머니의 흰 고무신을 뽀드득 소리 나게 닦아 좁은 욕실 한 편에 세워놓던 나의 모습은 내 인생의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평소에 말을 아꼈던 어머니가 자식들에게 가끔 하시던 말이 있었다. ‘사램이 그러믄 못쓰는 벱이여’
집집이 돌며 머물다 떠나온 자리에서 잘못 떨어뜨린 나의 언행으로 속 시끄러운 형제가 없기를.
도로가 막히지 않아 집에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사람이 그러면 못 쓰는, 사람다움이라는 귀한 가치를 향해 찬찬히 가는 걸음이 내 여생의 도약이리라.
집에 와서 짐을 풀고 형제들에게 문자를 보냈다.
도로가 막히지 않아 일찍 도착포 카드 포커고.
고마웠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