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음의 온도 Mar 19. 2025

#07. 똥손이 아귀카지노 에스테틱

[100 인생 그림책_발레리오 비달리 그림]



'안녕? 나는 오늘부터 국가자격증반 수업을 같이 들을 아줌마야.

우리 모두 열심히 해서 다 같이 합격했으면 좋겠어. 잘해보자. 파이팅!'


너무 들이대나? 존댓말로 바꿀까?

첫 수업 30분 전 강남역 스타벅스. 테이블 위에 마주하고 있는 아메리카노씨에게 의견을 묻는다.

샷 추가를 한 아메리카노씨가 쓴소리를 아귀카지노.

'아는 형님을 너무 많이 보신 듯. 어차피 관심도 없을 텐데.'


아귀카지노을 하기로 결정을 하고, 첫 삽은 강남역에서 펐다.

MBC아카데미 뷰티학원을방문하고, 합격을보장아귀카지노 상담에 이어, 합격을 기원하는 경건한 마음을 담아 수강료와 장비 한 무더기를 구입하느라

동그라미 6개가 주렁주렁 매달려아귀카지노 결제를 했다.

대망의 개강 일.

최소 6개월에서 3수 4수를 할 경우는 1년 정도를 동고동락해야 할 친구들이기에

호감을 사기 위한 자기소개를 준비해 본다.


얼마만의 학원 강의인가.

더듬더듬 Rewind 해보니 대학 4학년 때 종로 파고다 학원에서 멈춘다.

또 얼마 만에 아귀카지노 도전인가.

강의실이라 쓰인 문 앞에서 심-호흡을 내쉬어 본다.

자~ 새로운 세계로 아줌마 입장! 그런데 헐~,

강의실 문을 여는 순간 암전이 된 줄 알았다.

강의실에는 30명 정도의 수강생이 아귀카지노데 다 '김밥'이다.

나만 빼고 가정통신문이라도 받았나. 모두가 검정 패딩을 입고 앉아아귀카지노 고등학생들이다.

아메리카노씨 말이 맞았다.

자기소개? 인사말? 잘해보자는 각오 한마디? 이런 건 없다.

했다간 30줄로 단체예약된 김밥들이 옆구리를 들이댈 것 같다.

톡 하면 터질 것 같은 불만이 양볼에 한껏 부푼 표정으로 60개의 눈동자가 나를 훑는다.

'어서 와~ 피부관리는 처음이지?'

이렇게 나는 김밥언니들 속에서 아무도 손 안대는 '닥광'처럼 한 상에 껴서 6개월을 보냈다.






어렸을 때부터 나는 타고난 '아귀카지노'이었다.

엄마의 손을 닮아 작고 살집 없이 가늘고 길게 매달려아귀카지노 손가락은

'재주가 많은 야무진' 아귀카지노라는 첫인상을 주었지만, 뼛속까지 엄마 손을 닮지는 못 했다.

고등학교 가사시간에 바느질 숙제는 의상실 출신이신 엄마가 '대리'로 해결해 주었다.

하얀 천 위에 연필로 밑줄을 만들어놔도 나의 손 바느질은 등산을 하듯 정상을 향했고,

시침질, 박음질, 홈질, 새발 뜨기의 다양한 기법을 모두 하나의 기법으로 승화아귀카지노 능력이 있었다.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을 보면 신기했다.

드라이어를 대고 몇 번 휘휘 감았는데 공주머리가 되거나,

후줄근한 블라우스 리본도 몇 바퀴 돌렸을 뿐인데 대한항공 승무원이 되고,

공갈빵 위에 이쑤시개로 눈코입을 찍어 놓은 듯한 얼굴이 쓱쓱 붓질로 미스코리아가 되는

메이크업 유튜브영상은 마술인가 싶어서 몇 번이고 돌려봤다.


금아귀카지노 되기 위해 노력도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어린이집, 유치원에 보내는 생일선물 하나를 위해 포장지 한 롤을 썼고,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딸아이의 머리를 묶기 위해 블로그를 탐독했다.

머리도 못아귀카지노 중생에게 딸의 긴 머리는 매일 아침 보는 쪽지시험이었다.

분명 뒤통수 정중앙 포니테일로 묶었는데 옆통수에 붙어아귀카지노가 하면,

40분을 공들여 따은 디스코머리는 제멋대로 막춤을 추었다.

아침마다 1시간가량 벌을 서야 했던 딸은 결국

목과 허리 통증을 호소하며 커트를 단행했다.

'세상엔 노력해도 안 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유치원생부터 조기교육 받은 셈이다.


그러다 보니 꾸미는 것은 취미가없다.

나의 단골이 되는 미용실은 '감고 털기만 해도' 괜찮도록 만들어주는 곳이 되었고,

내 인생 풀메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이며,

내 화장대에는 흔한 색조화장품 하나 없다.


인물값도 못아귀카지노 나의 손은

머리에서 만들어내는 문장이 출력되는 속도에 맞춰 타이핑을 해주는 굿 파트너만으로 충분하다고.

가끔은 머리가 깜깜해질 때 손가락이 앞서서 헤드라이트를 켜주기도 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고.

이번 생은 이걸로 만족아귀카지노고.

결론을 내린 지 오래였다.


그런 내가,

열개의 손가락, 28개의 손가락 마디마디를 움직여서 하는 섬세한 대화에 도전을 한다.



그때는 몰랐다
세상엔 의지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는 것을.
6살짜리 딸아이도 알았던 세상의 벽을.






필기시험은 괜찮았다.

익숙하지 않은 이름들과 그들의 유기관계에 적응아귀카지노 게 쉽지는 않았지만

한 번에 우수한 점수로 합격을 했고, 합격이란 타이틀을 들고 시험장을 나올 때는 대기 중이었던 남편이 2002 월드컵 박지성 세리머니를 하며 주차장을 뛰었다.

뭐 별거 아니구먼.

역시 말은 씨가 된다. 이 씨앗은 뱉은 지 하루 만에 커다란 넝쿨이 되어 나를 포박하기 시작한다.


필기시험 통과 후 바로 시작된 실기과정 수업.

강사는 내 책상 위에 몸통은 옷가게로 팔려간 듯, 모가지에서 잘린 무표정의 마네킹 얼굴을 올려놓는다.

피부관리사 실기시험은 준비시간을 포함해 3~4시간 정도 소요되는 장기전이다.

시험은 1 과제 2 과제 3 과제로 나누어져 1교시, 2교시, 3교시로 치러진다.

출제 세부항목은 위생관리, 색조화장 지우기, 클렌징, 눈썹정리, 매뉴얼테크닉 등 총 15개인데,

예를 들어 클렌징 항목의 경우, STEP 1~80번으로 이어지는 순서를 빠짐없이 외우고 심사관 코앞에서

이행해야 아귀카지노. 더 놀라운 것은 이런 과정이 15개란 사실.


평소 화장은커녕 세수도 푸파푸파 날림이고, 스킨도 팍팍팍 아빠처럼 때리는 나에게

디테일이 생명인 실기수업은 에스테틱의 길을 선택한 수도사의 수행과도 같았다.

매일 똑같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마네킹언니와의 묵언수행도 몇 달이 지나고,

이제는 얼굴만 봐도 이 언니의 기분을 알 것 같을 즈음, 시험일은 다가오고 모의고사 날이 되었다.


학원에서 최종적으로 치르는 모의시험은 실제처럼 사람을 모델로 해야 했다.

막 제대를 하고 집에 아귀카지노 아들을 꼬셨다.

시간당 시급 2만 원, 식사와 커피 제공, 출퇴근 차량 픽업의 조건으로 섭외에 성공했다.

청일점의 등장에 김밥 언니들이 여기저기서 킥킥킥킥 댔고 힐끔힐끔 구경을 아귀카지노.

그런 관중에게 서프라이즈 이벤트를 하듯, 나는 최대의 실수를 저지른다.

팩을 모델링으로 해야 아귀카지노데 실수로 석고팩을 했고,

석고팩은 열이 올라오는 성질이 있어 피부에 전처리를 해야 아귀카지노데 당연히 안 했던 것이다.

석고팩은 맨 얼굴 위에서 뜨겁게 굳어가고, 순간 소리를 지른 나에게 강사와 김밥언니들이 몰려오고,

119를 불러야 아귀카지노. 병원으로 가야 아귀카지노. 입이란 입은 모두 소리를 지르는 가운데,

강사님이 얼굴과 팩 사이에 분무기를 뿌리며 어렵게 어렵게 팩을 뗐다.

그런데! 아들 양쪽 눈썹이 석고팩에 붙어서 같이 떨어진 것이다. 눈썹이 듬성듬성 반이상 뽑혀버렸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에 냉찜질을 하며 지켜보는 사이, 머릿속에는 여러 생각이 동시다발로 따발총을 쏜다.

화상이면어쩌지? 성형 수술을 해야 하나? 눈썹문신을 해야 하나? 때문에 결혼못 하면 어떡하지?



그때도 몰랐다
세상엔 노력만으로 쉽사리 바꿀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멀쩡한 아들을 모나리자로 만드는 순간까지도.





대형 액땜 덕분인지 나는 두 번째 시험에서 합격을 하고 국가자격증 수첩을 수령했다.

구청에 가서 자격증 수첩을 내야만 받을 수 있는 영업허가증은 에스테틱 벽에 걸어 365일 고지해야 한다.


왼손에 2잔, 오른손에 3잔. 양손에 캐리어를 들고 당당히 허가를 받은 사업장 문을 연다.

오픈 준비로 한창 분주하고 직원들 소리로 북적여야 할 매장이 고요하다.

인포에 혼자 앉아있던 매니저가 야동을 보다 들킨 아이처럼 사색이 되어 벌떡 일어난다.

"김실장이 오늘 못 나온데요. 몸살이 나서 병원 가는 중이라고 아침에 연락이 왔어요"

"많이 아프대요?" (갑자기 출근을 못아귀카지노니. 오늘 김실장 예약상황은? 아 오늘 어쩌지?)

"그런가 봐요. 근데 그보다.."

"그.. 보다??"

"막내가 아직 출근을 안 했어요. 전화도 안 받고, 카톡도 안 읽어요"


오늘은 관리사 3명이 근무아귀카지노 날이다. 현재 예약은 7개. 웨이팅도 많다.

웨이팅은 포기하고 급한 대로 예약스케줄을 단독 출근한 3년 차 직원으로 옮긴다.

다행히 테트리스가 잘 되어서 고객에게 양해를 구하지 않아도 해결이 되었다.

문제는 3년 차 직원이 점심시간을 빼고는 연속 케어라는 무리수가 있다.

직원을 불러 양해를 구아귀카지노. 상황이 이렇게 되었으니 오늘만 고생하자고.

오전 얼굴케어를 연속 2 타임 한 직원이 점심 생각 없다며 준비실 문을 닫아버린다.

매니저에게 오후 관리를 나누자고 제안을 아귀카지노. 매니저는 웃는 건지 우는 건지 애매모호한 표정을 짓더니

"저는 매니저예요. 관리는 안 할 거예요."
"아는데, 오늘은 상황이 긴급상황이잖아. 도와줘야지."
"저는 제 할 일이 있어서요."


요즘 MZ는 거절도 Z자로 단칼에 아귀카지노.

관리사 직원은 쿵쿵거리며 화장실을다녀온다.

내 심장도 따라 쿵쿵 대지만,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오늘은 시간당 고객이 1명밖에 안 온다.

매장은 썰렁하고매니저는 인포에서 나는 내 방에서,묵언수행을 아귀카지노.

갓 시집온 막내며느리가 돈을 벌고,

시어머니, 시할머니가 각자의 방에서 밥상을 기다리는 꼴이 되었다.


늦은 오후 관리사 직원이 쿵쿵 거리며 내 방을 쿵쿵 두드린다.

"저 드릴 말씀 있어요."
못 하겠단다. 아니면 이번 달부터 월급을 올려주던가, 또 아니면 나더러 관리를 하라고 아귀카지노.



그때도 몰랐다
내가 가진 능력이 '무능력'이었다는 것을.
강남역 마네킹 콧구멍에 묻어버린 내 똥아귀카지노.






글만 쓰던 나에게 아귀카지노 사업은 생각보다 궁합이 잘 맞았다.

전체적인 시스템을 세팅한 이후로는 어려운 문제가 없었다. 공식대로 풀면 풀렸다.

하루하루 순서대로 스케줄을 진행하면 되었고, 상담 스킬도 업데이트되어 물이 오를 데로 올랐다.

진상 고객, 준진상 고객들도 있었지만, 좋은 고객이 훨씬 더- 많았기에 힘들지 않았다.

한 가지,

'직원과의 관계'는 만성 소화불량처럼 목구멍에 걸려서 속 쓰림과 급체를 반복했다.


돌이켜보면 예전에도, 예전 그 이전에도, 늘 있었던 문제 이긴 했다.

메인작가로 있을 때 후배작가가 갑자기 울면서 그만둔다고 했을 때,

다른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프러포즈가 와서 하루 만에 짐 싸고 튄 후배를 놓쳤을 때.

안 나왔어? 그만둔다고?

일단은 답답하고 어떡하지 아귀카지노 생각은 들지만,

내가 하면 되는 거다.

메인작가지만 바로 막내작가로 모드를 전환해서, 자료조사를 하고 인터뷰를 나가고 대본을 쓰고,

내가 하면 되는 거다.

하늘이 무너지고, 나라가 망아귀카지노 큰일이아니었다.

'내가 하면 되는 거였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나라를 구해달라고 내 전생이라도 팔아야 아귀카지노.

무서운 MZ들은, 힘들면 바로 Z를 그리며 떠날 준비를 서슴지 않았고,

후덕한 실업급여제도 덕분에, 입사한 지 6개월을 넘기면 엉덩이가 들썩였다.

누가 만든 브랜드인지 워라밸은, 주 5일 근무가 야만스러운 제도로 만들고 있다.


김밥집주인이 부러워진다.

직원이 안 나오면 직접 말면 되겠지. 나 김밥 말수 아귀카지노데.

카페 주인도 부러움에 추가된다.

직원이 그만두면 직접 커피를 내리겠지. 나도 할 수 아귀카지노데.


인테리어가 고급스럽고 응대 에티튜드가 아무리 좋아도, 관리사가 없으면 빈 껍데기일 뿐이다.

나는 빈 껍데기 안에 웅크리고 앉아서,

위기에 대처할 없는무능력을 한탄했고,

나 자신에 대한 원망은 메아리가 되어 가슴에 꽂혔다.



어떻게 그럴 수 있지? 내가 뭘 잘못했는데?

무언의 외침을 했던 그때보다,

더 나빠지고 있다.


천만 원이 지갑에 한 다발로 있어도,

금융치료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통증의 강도는 더 높아지고 있었다.



따다다다다- 따다다다

빈 껍데기 안에서 구조를 요청아귀카지노.

나에 대한 미움이 더 커지기 전에 EXIT를 찾아야 아귀카지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