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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절초-김지숙
허황한 겨울 들판에 길 잃은 연보라 꽃무
리 돌길도 습지도 가리지 않고 긴 뿌리 내렸는데
이제 그만 떠나라 하네
움푹 패인 겨드랑이에 너의 눈망울 간직
한 채 이리저리 두리번거려도
이슬로 세수하고 여린 손으로 꽃대 올려
너를 불러도 꽃을 피웠으니 가을이 떠났
으니 떠나라 하네
손닿을 듯 너의 눈에 나를 담아도 여문
강기슭에 너를 담아두고 이제, 나는 어디
로 떠나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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