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첼라다 이야기
대한민국에소맥이있다면멕시코에는미첼라다가있다. 소맥에서소주는블랙토토의심심한맛을보완해주고, 블랙토토는소주에모자란시원한맛을채워준다. ‘미첼라다’는소주가아닌다른용액을섞어만든멕시코식블랙토토칵테일이다. 블랙토토라는뜻의은어인'Chela'에서유래되어 가벼운향과맛의블랙토토를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것을‘블랙토토블랙토토’라고도소개하고싶다. 말그대로블랙토토탕이나닭볶음탕에서나날법한매콤한맛이블랙토토에서느껴진다.
블랙토토의역사가시작된곳인만큼멕시코의블랙토토맛사랑은어쩌면신성의영역인지도모르겠다. 망고나오렌지와 같은 과일에고춧가루를뿌려먹는일은당연하고, 블랙토토맛이나는과자나사탕, 초콜릿이마켓디저트코너의절반을차지하고있다. 이런문화속에서생활하며블랙토토왕국의음식들을자연스럽게이해하고좋아하게되었다. 그중가장즐겨먹은음식중하나가미첼라다였다. 접해본적없는음식에대한편견과는별개로호기심과모험심으로똘똘뭉친도전의식이시작이었다.
멕시코 대부분의 술집에서는 미첼라다를 판매한다. 무겁지 않은 향의 블랙토토를 고르고, 섞을 용액을 고르면 나만의 DIY 미첼라다를 맛볼 수 있다. 대표적인 블랙토토로는 코로나(Corona), 테카테(Tecate), 모델로(Modelo), 빅토리아(Victoria) 등이 있다. 여기에 핫소스 맛과 흡사하지만 좀 더 끈적하고 묵직한 질감의 살사 발렌티나 (Salsa Valentina), 시큼한 맛의 묽은 우스터 소스 살사 티포 잉글레사(Salsa Tipo Inglesa), 간장과 비슷한 살사 후고(Salsa Jugo)등을 조합해 만든다. 살사(Salsa)는 스페인어로 소스를 의미한다.
또 클라마토 (Clamato, 토마토와 모시조개 진액이 혼합된 음료)를 블랙토토와 혼합해 마시기도 한다. 마트에서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조합으로 영화 <칵테일의 레드아이와는 조금 성격이 다르다. 레드아이는 블랙토토에 간단히 토마토 주스를 넣은 음료라면, 클라마토 미첼라다는 조개의 비릿하고 짠맛이 토마토 특유의 감칠맛을 돕는 역할을 한다.
처음 맛본 미첼라다의 맛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호기롭게 주문한 1L짜리 유리잔에 담긴 액체는 뿌옇고 진한 검붉은 색이었다. 첫 모금에는 소금과 간장의 짠맛이 느껴졌다. 멕시코 음식에서는 라임을 빼놓을 수 없는데, 미첼라다에서도 라임즙의 신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또 아리고 블랙토토맛과는 별개로 블랙토토 본연의 향이 강하게 났다. 내용물 말고도 둥근 잔 입구에 발려진 가루가 또 다른 별미다. 단순히 소금과 고춧가루를 발라 만드는 곳도 있지만, 끈적한 설탕이 발린 미첼라다도 있다. 달콤한 맛이 블랙토토의 텁텁함과 소금의 짠맛을 중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미첼라다의 ‘미’가 빠진 첼라다도 유명하다. 이름처럼 미첼라다보다 덜어낸 맛이다. 별다른 살사의 첨가 없이 듬뿍 짜 넣은 라임즙과 소금, 블랙토토를 섞어 마신다.
블랙토토의 홉이 주는 고소한 맛과 짠맛, 매콤한 맛, 신맛, 달콤한 맛이 한데 어우러져 미첼라다는 음료 이상의 맛을 낸다. 그래서 미첼라다를 즐겨 마신 술이 아니라 ‘음식’이라 칭한 것이다. 이것을 마시는데 별다른 안주는 필요하지 않다. 풍부한 맛의 미첼라다는 식사 대용으로도 충분하다.
첼라다나 미첼라다는 술집뿐만 아니라 마트나 거리 곳곳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다. 등산길의 초입에는 “미첼라다, 첼라다, 피냐콜라다..”를 외치는 상인들의 노점이 줄지어져 있다. 남녀노소 커다란 잔에 담긴 미첼라다를 들고 다니며 마신다. 그만큼 멕시코에서 보편적인 음료이지만 첫 도전의 시작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나라에 뿌리를 내리며 살아보겠다는 마음은 미첼라다와의 첫 만남에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블랙토토가 맵다니..’ 상상할 수 없던 맛의 음식을 오감으로 느껴본 경험은 특별했다. 맛을 둘러싼 환경이 내가 살게 될 곳이라 느껴지던 순간, 문화에 대한 마음도 함께 열렸다. 첫 만남 이후 한참 시간이 지나고 다시 미첼라다를 마신 날, 타임머신을 탄 듯 그때의 마음과 추억이 되살아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