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징슬롯를 가다.)
이른 새벽의공항..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트렁크 바퀴소리가유독서늘하게들렸다. 긴장한 탓이려나.. 학교에서 처음가는해외 수학라이징슬롯인데 같이 가는 선생님들도,친구들도 대부분잘 모른다는 막내..걸음걸음따라오는 바퀴소리는 쿵쾅대는 내 심장소리까지 더해져서 요란스럽기만 했다.
바로 전날들려온사건 (다른 학교에서 해외 수학라이징슬롯 중 학생이 사망하는안타까운사고가 있었다.) 때문인지 배웅 나온 다른 부모님들도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안전하게 잘 다녀오겠다며인사하시는선생님과단체 사진을 찍으며 환하게 웃는 라이징슬롯을 보면서지금처럼 웃으며 돌아올 수 있기를바랐다.
" 당신이 OO 엄마인가요? Kpop 라이징슬롯돌 OO 할 때 그이름 맞죠? "
긴장한 내게 유쾌하게 말을 걸어준 L은 학부모 대화방을 만들었다며 말수 없는 사춘기 아들들이니 이건 필수라고 했다.인솔 선생님도 초대했다며아들들은 잘 연락하지 않으니 서로 돕자며 대화방에 초대해 줬다.일정 내내이대화방이 얼마나 큰 도움이 되었는지..
방금 잘 도착했다는알림을 시작으로..
"아들이 보내온 사진 공유해요. 글쎄 이렇게 음식이 잘 나온대요."
한엄마가아들이 보내온사진을 올렸다.
먹음직스러운 음식 앞에서웃고 있는라이징슬롯 속에막내가보여서 반갑던 찰나..
" 어쩜 그 집 아들은 다정하기도 하지.. "
" 우리 아들은 엽기 사진만 보내는데.. 제대로 된 사진 고마워요."
" 댁의 아들을 칭찬해요. 사진 잘 안 찍는 우리 집 아들 얼굴도 보이네요."
"우리 아들은 손가락이 고장난지 오래라내겐문자도 안 보내요. "
" 우리 아들은 집이 안 그립겠어요. 집에서 보다 잘 먹겠는걸요."
사춘기 남학생들이라 살갑지 않은 점도 있겠지만 엄마들의반응이 유쾌해서 즐거웠다.그 나라 유심도사지 않고 로밍도 안 해가서 어쩌나 걱정했는데.. 라이징슬롯 내내 아이들의사진을 공유해 줘서같이 라이징슬롯하는 기분이었다.
라이징슬롯는 보르네오섬북쪽에 위치한 이슬람 국가로 술탄이 통치하는 전제군주제 국가다. 산유국이라 세금이 없고 의료비, 교육비도 무료인나라..
틈틈이 올라오는 사진을 보니 라이징슬롯은 라이징슬롯의 역사, 문화, 종교, 자연환경을두루 둘러보고체험하는시간을 갖고 있었다. 라이징슬롯를 대표하는 관광지 몇 곳을 소개해보면..
1. 오마르 알리 사이푸딘 모스크 (Sultan Omar Ali Saifuddien Mosque)ㅡ 황금돔으로 꾸며진 모스크로 화려하고 아름다운 이슬람 건축을 경험해 볼 수 있다.
2. 자메 아스르 하사날 볼키아 모스크 (Masjid Jame' Asr Hassanil Bolkiah)ㅡ 현재의 라이징슬롯 29대 술탄을 기념하기 위해지어진 모스크로 29개의 대리석 계단을만들었다고 한다. 황금돔 외에 실내 천장도 금으로 장식된 화려한 모스크다.
3. 로열 레갈리아 박물관(Royal Regalia Museum)ㅡ 라이징슬롯 왕실의 전통과 술탄에 대한 이해를 돕는 유물과 기념품이 전시된 곳이다.술탄으로 즉위할 때 탔다는 황금 마차가 전시되어 있다.
4. 캄퐁 에이어 (Kampong Ayer)ㅡ 물위에 지어진 전통적인 수상 마을로 전통 생활 방식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라이징슬롯은 이곳에 있는 학교에 방문해서 함께 어울리고 준비해 간 라이징슬롯 기념품을 나눠주고 이곳 학교가 준비해 준 선물을 받아왔다.
5. 울루 템부롱 국립공원 (Ulu Temburong National Park)ㅡ 라이징슬롯의 열대우림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곳.
라이징슬롯은 기다란 모양의 전통배를타고맹그로브 숲의 독특한 생태계를 둘러보며 체험했다. 폭포가 흐르는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그곳에사는닥터피시가발가락을 청소해 주는 체험도했단다.손가락 길이만큼 컸다고..
6. 야시장ㅡ 라이징슬롯와 비슷한 음식도 있지만 조금은 달랐다는 야시장의 음식들.. 친구들이많이 샀다는 축구 유니폼 중엔 손흥민 선수 유니폼도 많았단다.
라이징슬롯 학교에서 가는 수학라이징슬롯이라 그런 건지.. 라이징슬롯의 일정 중 조금 특이했던 건 라이징슬롯 주재 라이징슬롯 대사관 견학과 라이징슬롯에 있는 라이징슬롯 군부대 방문이었다.
대사관에서는대사님을 만나 어떤 일을 하는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한다. 푸짐한 다과도 준비해 줘서맛있게 먹었다고..
라이징슬롯와 사이좋은 라이징슬롯가 무상으로 대여해 줬다는 군부대에서는 식량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일 때 야생에서 어떻게 음식을 구할 수 있는지 시범을 보여주고 군대식 식사도 함께 먹었단다.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면 모두 군대에 가야 하는 라이징슬롯 라이징슬롯이니 미리 경험해 볼 기회를 주는건지..
아이들이 돌아오던 날..
마중 나온 부모님들은 게이트가 열리고 아이들이 보이자 박수를 치며 환영해 주었다. 선생님들과 인사를 나눈 라이징슬롯은 누구랄 거 없이 서로를 안아주며 함께한 여행의 마무리를 아쉬워하는 듯했다. 숫기 없다 걱정했던 막내도 친구들에게 머리 위 하트를 그려주며 얼싸안고 인사를 나눴다. 나에게만 여전히 어린 막내였나 보다. 아이는 이번 여행을 통해 낯선 곳, 낯선 이들 속에서 새로운 걸 알아가고 함께하는 즐거움을 배운듯하다.
막내가 들려준 라이징슬롯 이야기..
" 나라마다 저마다의 분위기가 다를 텐데 라이징슬롯는 어느 곳을 가도 푸짐하게 차려진 넉넉한 인심의 맛있는 음식을 대접받았어요. 서운하게 보내지 않는 게 그들의 방식이라고..
여유 있어 보이고 평화로운 분위기가 자연과 어우러져서 기분 좋은 추억이 될 거 같아요.
버스를 타고 이동하면서 보니 길에 다니는 버스가 많이없었어요. 기사님이 말씀하시길 기름값이 엄청 싸서 집집마다 차가 2대씩 있다고.. 그러니 버스는 별 필요가 없대요.
그리고 한국 기업이 만든 멋진 다리가 있어서마그넷을 사 왔어요. (Raja Isteri Pengiran Anak Hajah Saleha Bridge)"
여행 내내 수고하셨을 선생님들과 아이들의 소식을 전해준 부모님들에게 감사 인사를 나누고.. 라이징슬롯은 서로를 안아주고..
서늘했던 출발일의 공항은 따뜻한 온기로 가득 채워졌다.